[프라임경제]아버지의 논 - 박운식(1946~)
얘야 여시골 논다랑이 묵히지 마라
니 어미하고 긴긴 해 허기를 참아가며
손바닥에 피가 나도록
괭이질해서 만든 논이다
바람 불고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꽃이 피고 새가 울고
아픈 세월 논다랑이 집 삼아 살아왔다
서로 붙들고 울기도 많이
했었다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 묵히지 마라
둘째 다랑이 찬물받이 벼는 어떠냐
다섯째 다랑이 중간쯤 큰 돌 박혔다
부디
보습날 조심하거라
자주자주 논밭에 가보아라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곡식들이 자라느니라
거동조차 못하시어 누워계셔도
눈 감으면 환하게
떠오르는 아버지의 논
<아버지의 논, 시와 에세이, 2005년)
왁자지껄 모내기를 하던 고향 들판, 들밥 나르던 아주머니들,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던 내 모습이 선하다.
일하던 이들의 모습은 기억에 있지만, 배가 고파 빨리 해 지기를 바라던 속마음은 몰랐다. 그 논다랑이에 이렇게 허기가 서려 있는 줄은 몰랐다.
다랑논은 태초부터 그냥 거기 그렇게 있는 것인 줄 알았다. 돌덩이 굳은 살 박힌 손도 원래 그런 것인 줄 알았다. 그
논바닥에 눈물이 서려 있으리라고 생각해 보지 못했다.
한 평생 맨손으로 더듬은 논밭이 어찌 환하지
않겠는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곡식이 자란다는 말은 울림이 크다. 그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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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충북 영동 출생
한남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83년 <삶의 문학> 동인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희망과 다른 하루>(푸른숲)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시 전문 계간지 <시와 문화> 필진
현재
대한성서공회 번역실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