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민선 기자 기자 2014.09.03 12:04:48
[프라임경제] 고용률 70% 로드맵 달성을 임기 내 목표 중 하나로 내건 박근혜 정부는 높아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여성 일자리 창출'에 주목했다. 특히 경력단절여성의 사회 재진출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초점을 맞추고 시간제일자리를 대폭 확장해 여성이 일과 가정의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정현경 유니온 신학대학교 종신교수는 지난달 진행된 코윈행사에서 경력단절여성의 예방을 위해 정부, 기업, 사회단체의 인식전환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KOWIN |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경력단절여성들의 안정적인 사회 재진출을 돕기 위해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여성 리더들이 지난달 22일 한국을 찾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란 주제로 지난달 22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코윈(KOWIN) 행사에 참석차 방문한 이들은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 방안과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특히 뉴욕 유니온 신학대학 종신교수로 재직중인 정현경 교수는 강연에서 경력단절여성들의 사회 재진입과 성공을 위해서는 기업·정부·단체를 비롯한 개인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약함 속에 감춰진 여성의 강한 힘이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하는 정현경 교수를 만나 신학자이자 교육자로써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여성에게 전하는 희망메시지를 들어봤다.
◆머리삭발 후 히말라야로 "내 삶이 원하는 것을 실행하라"
40대 초반에 국내 대학 교수로, 미국대학의 종신교수로 소위 잘나가던 삶을 살아가던 정현경 교수는 돌연 삭발한 채 히말라야를 찾아간다. 오지로 여겨지는 티벳 히말라야에 장기간 머물며 속세와 인연을 끊은 이유는 뭘까. 정 교수는 이에 대해 "일과 사랑에 실패한 삶이라 여겼기 때문이다"고 털어놨다.
성공 뒤에 찾아온 이혼의 아픔과 타국(미국)에서 한국의 신학을 뿌리내리기 위한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이러한 부담과 괴로움이 정 교수를 히말라야까지 이끌었다.
정 교수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이라 칭했지만, 일과 사랑에 대한 아픔을 겪으며 삶이 너무 고통스러웠다"며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통의 원인을 뿌리까지 내려가 해결하고 싶었다. 내 자신은 외로움과 슬픔에 끌려 다니는 사람이 아닌 자유로운 사람으로서 실패했다고 여겼던 일과 사랑을 표현하며 살아가야는 생각에 무작정 히말라야를 찾았다"고 전했다.
정 교수가 히말라야까지 찾아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찾은 답은 꼭 찾아야 하는 삶에 대한 목표가 아니라 '순간순간 원하는 것을 이뤄가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오히려 답을 찾기 위한 질문에서 벗어나자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됐고, 고통스럽던 기억과 걱정들이 사라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자신의 내면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그에 따른 목표가 무엇인가를 알려 줄 것"이라며 "현재 주어진 문제부터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여성의 삶, 국가·기업·사회 지원 필요
자신에게 닥쳐온 시련을 이겨내고 많은 여성들에게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정 교수는 특히 경력단절여성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현실에 대해 사회 각 분야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방문해 많은 여성들에게 희망메시지를 전달한 정 교수는 오는 10월 미국으로 돌아가 여성의 행복한 삶을 지원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 KOWIN |
대부분 여성의 삶이 직장을 갖고 생활하다 결혼을 시작으로 출산·육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우수한 여성인재의 사회활동이 중단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이에 정 교수는 여성이 일과 가정 양립 모두를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 기업이 공동 책임을 가지고 이들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교수는 "스칸다나비아의 경우 아이 셋을 나으면 여자 일생이 해결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가적 지원체계가 완벽히 갖춰져 있다. 유럽 국가들에서도 아이 한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전체가 필요하다는 말도 있을 정도"라며 "여성의 실업률을 줄이려면 개인의 문제로 보기보단 공동체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들의 입장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육아와 가정을 모두 여성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구시대적인 발상은 여성들에게 부당한 대우와 자존감을 망가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국내 이혼율이 높은 이유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제는 아이를 가진 여성에 대한 사회전반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를 넘어 세계로…"여성 위한 희망전도 이어갈 것"
정 교수는 사회 각 분야의 인식전환을 강조하면서 여성 역시 마음을 열고 주어진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미국 신학자들 사이에 오가는 말을 빌어 "하느님은 너에게 롤스로이드를 주고 싶어 하지만, 기도하는 자는 작은 핀토차만을 원한다는 농담이 있다"며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작은 상자에 가두려하지 말고 더 크고 넓게 사용하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계속해서 "이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불평과 불만보다는 내가 가진 능력을 통해 주어진 일에 정진한다면 이루려는 원래의 계획보다 더 큰 우주의 계획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코윈 참석차 한국을 방문해 많은 경력단절여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후 올 10월 미국으로 돌아간다. 미국에서 역시 더 많은 여성들에게 희망을 찾아주고 신학자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 산타페에서 오는 10월에 열리는 '지구를 살려내는 여성의 힘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7일 동안 세미나를 진행하며 11월에는 미국 예일대학에서 종교와 생태학을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 신학자이자 교육자로써 여성의 행복한 삶을 지원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기로 한 것.
그러한 그가 이날 마지막으로 주문한 내용이다.
"누구나 세상에 나올 땐 주어진 역할이 있습니다. 그 역할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고 깊죠. 현실에 좌절하지 말고 세상을 바꾸는 연약함 속에 감춰진 여성의 강한 힘을 보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