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식 기자 기자 2014.09.01 15:59:07
[프라임경제]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은 좀처럼 '디젤 열풍'에 휩싸여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계속되는 고유가와 함께 친환경 트렌드가 오히려 이를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유독 토요타·렉서스만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하이브리드'를 고집하고 있다. 렉서스 대표 베스트셀링 ES시리즈와 하이브리드가 조화를 이룬 ES300h을 통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바야흐로 디젤 전성시대다. 지난 상반기 등록된 수입차 9만4263대 중 디젤 점유율은 무려 68.3%(6만4427)로 70%를 앞두고 있다.
수입 디젤차의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국산 브랜드들도 연이어 디젤 모델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한국GM 말리부 디젤은 출시 한 달 만에 물량이 모두 팔려 2015년형 모델을 기다리고 있으며, 현대차 '그랜저 디젤'과 르노삼성 'SM5 D'의 판매도 고공행진을 기록 중이다.
이런 디젤 강세 와중에 시장점유율이 아직까지 4%대 미만에 그친 하이브리드차도 판매량에서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는 등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연비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고,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하이브리드차의 판매가 급증하는 것.
특히 하이브리드에서 강세를 보이는 토요타의 경우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28만대의 하이브리드차를 팔아치웠고, 현재까지 누적판매는 600만대에 이른다. 꾸준히 '베스트셀링카 탑10'에 이름을 올리는 렉서스 'ES300h'는 월간 400대씩 판매고를 올리는 중이다.
적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는 ES300h가 치열한 '연비 경쟁'에서 과연 어떤 승부수를 띄울지 시승을 통해 살펴봤다. 코스는 경기 일산에서 출발해 △서울외곽순환도로 △서서울IC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 △서산 AB지구방조제 등을 거쳐 안면도를 왕복하는 총 400㎞에 해당하는 거리다.
◆고급스런 인테리어에 '유리세공 디테일' 존재감 어필
6년여간의 개발기간을 거친 탓인지 처음 접한 6세대 렉서스 ES 300h는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피한 느낌이다. 기존에 세련되고 조용한 실내공간, 편안한 승차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유리세공'과 같은 섬세한 디테일이 ES 300h 존재감을 한층 더 살렸다.
전장(4900mm)은 기존 모델(4875mm)과 비교해 25mm, 전고도 1450mm로 늘어나는 등 전체적인 크기는 이전보다 더욱 커졌지만, 세부 디자인은 적지 않은 신경을 투자한 듯한 세련미가 돋보인다.
통일감 있고 고급스런 분위기의 ES 인테리어는 '인간 중심' 콘셉트를 기본으로 제작되면서 일본 특유 장인정신이 가미된 고품격 럭셔리 요소를 차량 곳곳에 찾아볼 수 있다. Ⓒ 한국토요타 |
우선 명확한 명암 대비 덕에 입체적 느낌이 강화된 전면부는 역동적으로 돌출된 전면 중앙부와 타이어를 감싸는 펜더 구조의 조화가 눈에 띈다. 상하 그릴이 통합된 스핀들 그릴도 시각적으로 본인의 존재감을 어필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여기에 공격적 형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여러 램프를 화살촉이나 L자형으로 디자인했다. 주간주행등은 화살촉 모양의 L자형 LED 클리어런스 램프가 적용됐고,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에도 화살촉 모양으로 제작됐다. 뿐만 아니라 테일램프 조명 방식 역시 L자형에 맞도록 개발되면서 통일된 브랜드 아이덴티티 특징을 잘 꾸몄다.
눈에 띄는 캐릭터 라인이 인상적인 측면부는 시각적 존재감을 강화했고, 간결하게 디자인된 전·후 코너 부위와 볼륨감 있게 확장된 휠 아치로 낮은 중심의 파워풀한 차체를 표현했다.
사다리꼴 형상을 한 후면부는 전면 스핀들 그릴과 더불어 차체에 입체감을 부각시켰다. 무엇보다 차별화를 위해 하이브리드 모델인 300h에만 적용된 히든 타입 머플러는 '친환경·저공해 이미지'를 강조했다.
아울러 '인간 중심' 콘셉트를 기본으로 제작된 인테리어는 일본 특유 장인정신이 가미된 고품격 럭셔리 요소가 곳곳에 배치됐다.
실내공간 전반에 걸쳐 적용된 '인스트루먼트 패널 핸드 메이드 스티치'는 렉서스 ES시리즈의 우아함을 대변했다. 특히 최첨단 몰딩 기술과 일본의 장인 기술이 결합된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패드가 삽입되면서 운전자에게 보다 푹신한 느낌을 선사했다.
이와 함께 인스트루먼트 패널에서 도어 트림까지 연결되는 화이트 무드 조명과 미터 클러스터 모든 조명은 화이트 LED로 이뤄져 통일감 있고 고급스런 인테리어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기에 기존보다 45mm 가량 확장된 휠베이스의 영향으로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뒷좌석 레그룸과 무릎 공간은 새롭게 설계돼 보다 넓어진 실내공간이 주는 주요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휠베이스 확장과 뒷좌석 시트 등받이 두께를 줄여 뒷좌석 무릎공간을 71mm, 발 공간을 104mm 더 확보해 뒷좌석 승객에게 편안함을 안긴다. 뒷좌석 머리 위 공간 역시 20mm 확대함으로써 뒷좌석의 개방감을 더욱 개선했다.
◆뛰어난 주행성능에 브랜드 특유 정숙성까지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시트에 앉았다. 파워시트 쿠션이 기존 모델과 비교해 더 커지고 높이조절 범위도 늘어나면서 신장이 작은 사람부터 큰 사람까지 체형에 맞는 쾌적한 드라이빙 포지션을 제공했다. 스티어링 휠 각도(22도)도 이전(24도)보다 낮춰져 운전 자세를 보다 자연스럽게 유지할 수 있다.
시동버튼을 눌렀지만, 엔진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하이브리드 모델다운 높은 수준의 정숙성은 마치 시동이 걸리지 않은 듯한 기분이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엔진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약간은 무겁고 둔한 엔진음이 실내에 어색하게 울려 퍼진다.
렉서스 ES300h는 출·퇴근길 40km/h를 넘지 않는 정체 구간에선 EV모드로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높은 연료 효율성을 자랑한다. Ⓒ 한국토요타 |
ES 라인업 최초 하이브리드 모델인 ES 300h는 2.5L 4기통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새로운 렉서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했다. 이를 통해 최고출력 277마력에 최대토크 35.3kg·m의 성능을 발휘했다.
뿐만 아니라 복합 공인연비 16.4km/L(도심 16.1km/L·고속 16.7km/L)의 경이적인 연료 효율성과 CO₂ 배출량 103g/Km의 친환경성능을 자랑한다. 연비 측면에서는 독일 프리미엄 디젤모델과의 비교해도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
실제 렉서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기 모터가 실력을 발휘하는 구간이 많아 높은 연료 효율성을 자랑한다. 출·퇴근길 40km/h를 넘지 않는 정체 구간이나 평지나 내리막에선 EV모드로 주행이 가능하다.
고속도로에 올라 엑셀을 지그시 밟아 서서히 속도를 높이자, 차량은 감탄사를 절로 나올 만큼 앞으로 부드럽게 치고 나간다. 강렬함을 자랑하는 초반 발진력은 시인성 좋은 속도계 바늘이 쉬지 않고 180km/h까지 어렵지 않게 올라간다.
놀라운 것은 이 속도에도 풍절음 조차 들리지 않았다는 점. 물론 일부 진동음 정도는 들리지만 시끄러운 느낌이 아니라 딱 듣기 좋은 정도다. 다양한 흡음 재질을 적용한 것은 물론, 3중 방음 유리를 윈드실드글래스와 프론트도어 글래스에도 적용해 풍절음도 완벽하게 차단한 것이다.
ES 300h의 높은 주행 안정성은 운전자로 하여금 습기를 머금은 도로에서의 코너링에서도 최대의 엑셀 개방과 코너링 스피드를 끌어냈다. 뿐만 아니라 급커브구간이나 코너링에서의 스티어링 휠은 민첩하게 반응하고, 차량은 이런 급회전에도 전혀 운전자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는 정도로 높은 안정성을 선사했다.
여기에 여성과 탑승자를 위한 다양한 편의사항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ES Executive 모델에는 ES 최초로 파워트렁크와 이지클로저가 적용돼 버튼조작으로 트렁크를 여닫을 수 있다. 트렁크가 완전히 닫히기 직전에 트렁크 리드 속도를 줄여 소리 없이 닫히도록 해 고급감을 줬으며, 단계적 잠김 제어와 끼임 제어 등 안전시스템을 적용해 예상치 못한 사고를 예방해준다.
또한 의외로 빨리 닫히는 창문도 3~4㎝를 남긴 상황에서는 닫히는 속도가 느려져 창문 틈으로 손이 끼는 불상사를 방지하는 세심한 배려도 놓치지 않았다.
전체적인 ES 300h 느낌은 시대를 잘못 태어난 '불운아'다. 미래지향적인 성능을 갖췄지만 공평한 판단이 '독일산 디젤 트렌드'의 영향으로 흐려진 환경에 가려져 매력을 맘껏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미래를 내다보는 관점에서 ES 300h를 본다면, 아직 가솔린 엔진을 선호하는 국내소비자들을 유혹할 만한 매력들을 충분히 느낄 수 있던 차종이다.
한편, 렉서스 ES 300h 판매가격은 △Premium 4950만원 △Supreme 5630만원 △Executive 619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