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주 휴가차 경주에 다녀왔는데요. 우리나라 대표적 유적지로 꼽히는 불국사, 안압지, 석굴암 등 온몸으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곳이죠. 덤으로 학창시절 수학여행 다녀왔던 기분도 새로 맛봤답니다.
저는 밤하늘을 좋아해서 그런지 둘러본 곳 중 별과 달을 관측하는 첨성대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요. 국보 제31호로 지정된 첨성대는 네모난 창 아래 돌 12개 층과 위 12개층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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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문화재청이 발표한 '문화재 특별 종합점검'에 따르면 첨성대는 부재간(部材間) 이완과 균열 현상뿐 아니라, 표면에 오염·암석 자체성분 변화로 갈색 변색이 관찰돼 D등급을 판정받았다. = 하영인 기자 |
이를 합치면 한국의 24절기와 같은 숫자가 되고, 또 첨성대를 꼭짓점 삼아 안압지와 대릉원이라는 유적지를 연결하면 정확한 이등변삼각형이 되죠.
신기한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첨성대의 각 구조 크기 비율에는 직각삼각형 세 변의 길이 비인 '3:4:5'가 적용됐는데요. 1300년도 더 된 건축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건축에 수학적 원리가 깃든 점이 첨성대를 피라미드처럼 굳건하게 이어져 올 수 있게 만든 비결은 아닐까요.
그러나 첨성대가 지닌 신비로움에 경탄도 잠시, 첨성대를 이곳저곳을 살펴보게 됐습니다. 이달 문화재청에서 발표한 내용이 떠올라 보존상태가 우려됐기 때문이죠.
지난해 숭례문 부실복원 파장으로 실시된 '문화재 특별 종합점검'에 따른 문화재 보존상태 등급이 정해졌는데요. 구조 안전성·노후·훼손도 등을 고려해 6개(A~F) 등급으로 구분했습니다.
A는 양호, B는 경미보수, C는 주의관찰이 필요한 상태며 D 이하는 구조적 결함 등으로 △정기·상시 모니터링(D) △보수정비(E) △즉시조치(F) 등 관련 대책이 요구되는 문화재죠.
야외에 노출돼 훼손 위험도가 큰 국보와 △보물 △사적 △천연기념물 등의 문화재 조사대상 총 7393건 중 1683건이 구조적 결함이나 즉각적인 보수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보존 대책이 요구되는 문화재가 5개 중 1개꼴인 셈이죠. 그만큼 문화재 관리가 부실했음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여기서 첨성대와 석굴암은 각각 균열이 일어나고 이끼로 색이 변한 점과 불상이 올려진 대좌부와 천장에서 금이 관찰되며 D등급을 받았는데요. 이처럼 특별관리가 요구되는 D등급 이하 국보는 31개에 이릅니다.
국가지정문화재 중 F등급은 19개였는데요. 훼손상태가 매우 심각해 즉시 보수가 필요한 문화재라는 판정입니다. 울주 간월사지 석조여래좌상(보물 제370호)과 여수 흥국사 대웅전(보물 제396호), 경복궁 아미산 굴뚝(보물 제811호) 등이 그것이죠.
그러나 문화재 관련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어렵게 되찾아온 해외환수문화재 중 단 1%만이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됐단 사실, 알고 계시나요? 이들 문화재 대부분은 전시 없이 박물관 수장고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지난 10년간 4732점의 국외 소재 문화재를 환수한 가운데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은 52점인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문화재청에서 1998년부터 환수를 추진해 2011년 일본정부로부터 돌려받은 '조선왕조의궤'조차 1%에 들지 못했습니다.
이 조선왕조의궤는 식민지 시대 약탈당한 것을 되찾은 문화재일 뿐만 아니라 2007년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가치를 인정받은 문화재임에도 말이죠.
이에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한 관계자는 환수받은 우리 문화재가 잘 관리·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국외소재문화재 환수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한 바 있습니다.
아직 13만점의 문화재가 국외에 있는데요. 문화재 보존 문제를 비롯해 환수 등 이는 특정 인물의 잘못이 아닌 우리 모두의 지나친 무관심으로 인해 빚어진 일이라 사려됩니다. 지금이야 말로 우리의 미래를 위해 과거를 알고 이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