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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영혼도 실리도 없는 투자' 고치려면?

전문성 강화 수술하더라도 정서적 요소 타산지석 필요

임혜현 기자 기자  2014.08.28 15: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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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민연금에 대한 '전문성 강화' 요청이 뜨겁다. 기금운용위원회와 기금운용본부가 의결기구인 이사회와 실질적으로 일을 하는 경영진 역할을 나눠 맡는 시스템을 수술할 필요가 높다는 지적인데, 사실상 운용본부쪽의 독립을 주문하는 목소리다.

이는 그간 운용본부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못해 정치적 입김에 휘둘린다는 불만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자산별 목표투자비중이나 기본적인 운용인력 채용 등에 정부의 의견이 반영된다는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에 일명 '일본 전범기업'에 우리 국민연금이 대거 투자를 하면서도 큰 수익을 내지도 못한다는 칼날이 세워지는 점을 보면 전문성 강화만 문제라든지, 여기만 초점을 둔 수술이 모든 걸 풀어주지 않는다는 점도 역시 과제도 대두된다.

운용위원회 제도, 대표성 높지만… 거수기 전락 우려?

이번에 불거진 전범기업 투자 논란을 바라보는 국민연금 역시 곤혹스러운 기색이다. 특히 이왕 들어갈 투자는 어쩔 수 없다치더라도 이 같은 논란을 걸러낼 제도의 마련, 즉 정성적 평가를 추진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운용위원회와 운용본부가 일을 나눠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개혁이 빠른 시일 내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는 답이 최선이다.

그렇다고 운용본부를 독립시키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사실 국민연금의 운용 문제에서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운용위원회다. 정부대표 6명은 당연직, 나머지 14명은 위촉직이다. 위촉직은 사용자 대표와 근로자 대표, 지역가입자 대표로 구성되며 전문가도 일정 지분을 차지한다.

문제는 전문가가 두 명에 불과한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이 주축인 만큼 민간을 대표한다고 보기 다소 어렵고 또 자산운용전문가로 간주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투자계획이 전문위원회 검토를 거쳐 운용위원회에 올라가므로 대표성이나 전문성에서 표면상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래 전범기업 투자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고 또 이 같은 상황에도 여전히 반복되는 등 일명 '집단사고의 오류'로 볼 수 있는 오작동 가능성은 얼마든 있다.

그렇다고 운용본부를 독립시킨다고 이 같은 국민정서상의 문제 검토(정성적 평가)가 자동적으로 이뤄진다고도 볼 수 없다. 이 제도는 오히려 수익성 위주로 분위기가 흘러 유사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수익성 개선과 현재 대두되는 문제의 개편은 따로 또 같이 추진돼야 할 별개의 논의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투자 수익성 검토할 직관에 도덕적 판단 더해야

어떤 방향으로 수술을 하든 아베노믹스에 힘입은 일본 주가 상승과 이 달콤함에 취해 이미 작년 상반기부터 일본 내에서 회의론이 대두됐음에도 투자를 지속한 문제는 걸러져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다만 아예 이 같은 투자를 할 것인지 여부부터 고민을 할 제도는 전혀 공백으로 남아있다. 이런 범주에서 해외 기금 혹은 국부펀드가 갖는 운영상 지침은 시사점이 크다. 지난 2005년 노르웨이 정부는 국부펀드의 펀드매니저로 철학자를 채용,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주인공은 철학박사 출신의 헨릭 시세였다.

아울러 중국 국부펀드인 CIC도 투자를 하는 대상에 일정한 제약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오시칭 당시 사장은 지난해 한국 언론의 취재에 응한 자리에서 "살상무기를 만드는 회사·도박 관련 산업·담배업종 등에 대해서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우리 국민연금이 근래 받고 있는 일본 전범기업 투자 논란은 투자의 실익을 바라보는 직관력에서도 한계를 보여준 동시에, 도덕적 운용을 강조하는 세계적 추세에서도 벗어난 영혼과 실리 모두를 놓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표성을 강화하자는 운용위원회 수술 쪽으로 가닥을 잡든, 전문성 강화를 위해 운용위원회 독립성을 강화하든 간에, 문제있는 투자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점을 미리 걸러내고 조언할 수 있는 감시자를 옆에 붙이는 문제를 적극 검토할 때라는 견해가 나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