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전격 인하하면서 재테크 지형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초저금리 시대에 돌입했다는 진단과 함께 0.1%라도 높은 이율을 찾아 시중 자금이 빠르게 이동 중이다.
특히 은행예금의 기본금리가 연 1% 수준까지 급락하면서 상대적으로 투자위험이 높은 증권사와 저축은행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었다.
◆증권사 ELS 발행 규모 사상 최대치 근접
이달 KDB대우증권이 내놓은 몽골 무역개발은행 사모펀드'와 '특별한 환매조건부채권(RP)은 판매 시작 5분 만에 완판기록을 세웠다. 연 4%대 금리에 최대 5억원까지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익성과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매주 총 100억원 규모로 공급되는 '특별한 PR'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최근들어 급증했다"며 "작년 출시 당시부터 시중에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돌 정도였는데 최근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관심이 더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대표 금융상품이 주가연계증권(ELS)과 상대적으로 높은 안정성이 부각된 파생결합사채(ELB)의 인기도 뜨겁다. 동양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ELS 및 ELB 발행 규모는 5조3696억원으로 전월대비 1조2000억원 가까이 급증했다. 발행 건수도 사상 최대 수준인 1953건으로 집계됐다.
이 증권사 이중호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급등하면서 투자심리가 극적으로 회복됐고 조기종료된 ELS 상품들 중에서 성과가 좋았던 자금을 중심으로 재투자가 활발히 진행된 게 최근 ELS 시장의 활기를 불어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개별 증권사별로는 장외파생상품 겸영인가 라이선스를 보유한 25개 증권사 중에서 맥쿼리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 SC증권 3곳을 제외한 총 22개 증권사들이 ELS 및 ELB 발행에 나섰다.
이 가운데 발행규모와 건수 순으로 KDB대우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가장 활발하다. 대우증권은 업계 최초로 월 발행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대우증권은 지난달 1조989억원, 총 223건의 ELS를 발행했고 신한금융투자가 5484억원, 253건을 내놔 뒤를 이었다.
◆저축은행 특판상품 완판행진 '줄도산 악몽' 잊었나
줄도산으로 이미지가 악화된 저축은행 역시 높은 금리의 특판 예금을 내세워 재테크족의 시선을 다시 사로잡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의 자료를 보면 28일 기준 1년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2.75%, 1년 정기적금의 경우 3.47% 수준이지만 개별 은행에 따라 3% 후반에서 4%대 고금리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무엇보다 지방 저축은행 특판상품에 수도권 투자자들이 원정 가입에 나설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이달 18일 대구 참저축은행이 출시한 100억원 한도, 연 3.3%의 정기예금은 일주일도 안 돼 동이났고 부산·경남지역 소재의 동원제일저축은행이 준비한 연 3.04% 특판예금도 한도가 거의 소진됐다.
앞서 지난달 초 OK저축은행이 개점 기념으로 출시한 연 3.2% 정기예금 상품은 사흘 만에, 유니온저축은행이 같은 달 출시한 연 3.35% 특판 정기예금도 하루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시중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한 금융권의 움직임이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 규모는 상당하다. 단기 부동자금이 집중되는 머니마켓펀드(MMF) 잔고가 2009년 이후 5년 만에 90조원을 웃돌면서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지난 21일 기준 MMF 잔고는 90조5043억원이다.
MMF는 대부분 만기 1년이 채 안되는 기업어음(CP)를 비롯한 유동자산과 금융채, 통화채 등에 투자하는 펀드며,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계산되기 때문에 단기자금 운용을 위해 주로 활용된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저금리가 고착화된 선진국의 사례에서 적절한 투자처를 찾는 노력이 시작될 때라고 조언했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면서 안정성을 추구하는 '일본식'보다는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비교적 높은 '미국식' 투자 스타일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후정 동양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문형랩과 ELS, 롱숏펀드 같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투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국내 투자자들이 저금리 상황에서 일본식보다는 미국식 위험자산 투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