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삼성전자가 애플에 모바일 D램을 공급한다. 애플은 삼성전자로부터 공급받은 모바일 D램을 다음 달 출시 예정인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6'에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 삼성이 가을 스마트폰 대전을 치를 상황에서 상대의 야심작에 핵심부품이 들어간다는 점은 위험 분산 차원에서 적잖은 의미를 갖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나노대 모바일 D램을 애플에 공급하는데, 이번 공급이 애플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지난달 10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대만 TSMC는 애플에 반도체 공급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TSMC가 공급하는 반도체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부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특허분쟁 등 대립이 심화되자 AP 등 핵심부품에 대한 삼성 의존도를 줄이는 정책을 펼친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졌던 것.
사진은 삼성 반도체의 요람, 동탄-화성 반도체단지 전경(모형). = 임혜현 기자 |
애플은 삼성전자와의 특허소송 이후 모바일 D램을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 등에서 조달해왔다. 이른바 부품 공급선 다변화 정책이었다.
그러나 최근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자 삼성전자에 이 같은 요청을 하며 '화해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이달 초 애플과 삼성, 양사가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특허 소송을 취하키로 합의한 이후 이 같은 수순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다만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는 감도 없지 않다.
삼성전자가 IM 부문 실적 정체로 고심하는 가운데 이런 거래는 메모리 사업부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게 하는 단비 같은 이슈임에 틀림없다. 일종의 주도권을 여전히 애플이 쥔 상황에서, 이 같은 동향은 삼성 부품으로부터 떠날 수 없는 애플의 사정 역시 마냥 여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7월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트 및 아이서플라이 등 의견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의 애플향 파운드리 매출은 34억3100만달러 수준이었다. 특허소송이 시작된 지난 2012년(27억1300만달러)보다 큰 폭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5S에 탑재한 64비트 AP 'A7'의 생산 과정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의미다.
다만 이미 언급했듯, 아이폰6에 탑재될 A8부터는 대만의 TSMC에 파운드리 물량을 늘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자칫 보릿고개를 직면할 수도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미 사실상 28나노 이후 공정인 20나노를 건너뛰고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에 전념하는 등 중장기 포석을 깔아 왔다는 점은 주지할 만하다. 삼성전자의 이런 대응은 중국 업체들과는 경쟁력 일합에서 우선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돼 왔다.
다만 향후 반도체 발전 국면에서 이는 또 애플식 수입선 다변화 전략의 영향력을 방어하는 데 주요한 동시에 앞으로도 이 같은 경쟁력 강화 그림이 더 방어력 강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돌이키면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폰 시리즈 출시 초기부터 AP 파운드리를 비롯해 모바일D램·낸드플래시·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파트너사 역할을 해왔다. 이번 부품 공급 소식은 향후 두 기업 간 힘겨루기가 과거보다 더 공격적인 형식으로는 재발하지 않는 선, 즉 파트너십의 기본 틀 안에서 이뤄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도 보여 시선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