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민선 기자 기자 2014.08.26 09:58:36
[프라임경제] "적당한 가격을 설정해 입찰에 참여했지만 계약이 수주되긴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롯데하이마트가 가격비중을 50%로 높여놨기 때문인데, 이는 아웃소싱업체들 간 가격경쟁을 부추겨 저단가 계약을 하겠다는 의도로, 아웃소싱업체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 A아웃소싱업체 입찰담당자
최근 롯데하이마트는 콜센터 아웃바운드 업무에 대한 위탁용역 입찰을 진행했다. 그러나 입찰내용을 담은 하이마트의 제안요청서에는 다소 아웃소싱업체가 수용하기 버거운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기존 공공 및 민간기업 입찰 시 제안평가와 가격평가가 8:2 비율로 적용됐지만 롯데하이마트의 입찰 선정 기준은 제안평가 50%, 가격평가 50%로 가격평가가 다른 제안요청서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와 관련, 급격한 인력 변동에 따른 여유 좌석을 보유해야 하고 비용은 사용한 만큼만 청구하는 실비형태를 유지한다는 게 아웃소싱업계의 설명이다.
또한 체결 후 3년 동안 처음 계약한 금액으로 센터를 운영하게 돼 임금인상분이나 물가인상분 적용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선정업체 기준 가격점수 '무려 50%'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4일 아웃바운드 콜센터 업무위탁 용역 건에 대한 입찰을 시행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21일까지 1, 2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업체실사에 들어갔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업체 발표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최종업체 선정이 28일로 예정돼 시간은 있는 편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아웃바운드 콜센터 업무위탁 용역 건에 대한 입찰을 시행했지만 기존보다 높은 가격점수(50%)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또한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한 금액보다 2순위 업체의 제안가격이 낮을 경우 1순위업체 역시 2순위 업체가 제시한 낮은 단가를 적용해야한다고 공지, 아웃소싱업계의 고충 호소가 늘고 있다. ⓒ 네이버블로그캡처 |
롯데하이마트는 월 120~350명에 대해 오는 10월1일부터 36개월간 업무위탁을 진행했다. 원활한 아웃바운드 인원 수급 및 업무 안정성 확보와 전문업체의 운영 노하우 활용을 통해 콜 품질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롯데하이마트가 제시한 업무위탁 조건으로는 전문성을 살리기 힘들어 보인다. 기존 입찰 조건보다 가격평가가 30점 이상 오른 가운데 우선협상자로 선별된 2개사의 아웃소싱업체 중 1순위업체가 제시한 금액보다 2순위업체가 더 낮은 단가를 제시한 경우 1순위업체는 2순위업체가 제시한 낮은 금액에 계약해야 한다.
이는 아웃소싱업체가 직접제시한 도급단가 중 최저 단가만 반영하겠다는 뜻으로 아웃소싱은 '시작과 동시에 부실'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게 됐다.
공공을 비롯해 대부분의 기업에서 업체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업체별 단가계약과는 다른 형태다. 이렇게 되면 아웃소싱업체는 자기들이 제안한 사항을 낮은 단가로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이와 더불어 가격점수가 업체 선정의 50%를 차지하게 됨으로써 아웃소싱업체의 가격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
아웃소싱업게 관계자는 "롯데하이마트는 원활한 인원수급과 전문업체의 노하우를 활용하겠다며 입찰의 목적을 밝혔지만 낮은 도급비로 아웃소싱업체에게 업무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고 꼬집었다.
◆"3년 계약 물가상승분은?" 협력업체 상생 '뒷전'
이 같은 롯데하이마트의 입찰 규정 탓에 아웃소싱업계는 협력업체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려고 한다며 부당함을 호소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가격점수 50%만으로도 충분히 도급단가가 낮춰진 상태인데 이와 더불어 계약기간 3년 동안 동일한 금액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사용기업은 근속일수가 쌓이고 물가가 상승하면 임금상승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선결해야 할 문제인데, 이를 무시하고 3년 동안 임금상승과 물가인상을 반영해주지 않는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웃소싱업계가 부담하라는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어 "아웃소싱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도 낮은 도급비와 근로자 임금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계약체결까지 많은 고민에 빠질 것"이라며 "롯데하이마트의 이러한 방침은 협력업체와의 상생 보다는 부담 떠넘기기에 가깝다"고 질타했다.
인력운영 면에서도 1주일 사이에 100명 이상의 인원이 충원되거나 감소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인원 변동 요청에 대한 유동적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1개 업체당 고정좌석 200석을 유지해야 하고 교육 공간도 1회 최대 70명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12월의 경우 두 업체에서 운영하는 인원이 월평균 144명인 것을 감안할 때 한 업체당 72명만 운영하게 된다. 나머지 128좌석은 놀리게 되는데 빈 좌석에 대한 비용은 청구를 할 수 없으며 다른 업무를 빈 좌석에서 운영해도 안 되는 이유로 업체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이런 상황이지만 업계를 리드하는 아웃소싱업체 대부분이 지원한 상태다.
◆아웃소싱업계 변화하지 않으면 '공멸'
사용업체의 저단가 입찰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아웃소싱업계의 무리한 경쟁에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이 불합리한 조건을 제시해도 경쟁에 이기기 위해 마진을 생각하지 않은 채 '일단 따고 보자'는 식의 인식이 결국 독이든 성배를 마시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아울러 계약 종료 후 도급단가를 인상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지만 이미 낮아진 단가를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한 번 급격히 떨어진 단가는 조금 올릴 수는 있지만 이 역시 현 수준의 인건비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무리한 저단가로 계약을 제안한 아웃소싱업체는 향후 도급단가 상승을 기대하지만 이 업체가 다음 계약 대상자가 될지도 모르고 한 번 떨어진 가격은 지금까지 오른 적이 없다"며 "아웃소싱업계는 현실을 직시하고 선례를 파악해 무리한 저단가 입찰은 지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보태 "현실 불가능한 꿈에 젖어 무리한 저단가 경쟁을 지속한다면 이는 아웃소싱산업뿐 아니라 도급을 위탁하고 있는 사용업체까지 모두 공멸의 길로 접어들게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일침했다.
더불어 "무리한 저단가 경쟁으로 실적에만 급급해 아웃소싱산업을 당장 내일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아넣는 행위는 중단해야 한다"며 "사용업체의 불합리한 조건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아웃소싱업계 스스로 정당한 조건을 관철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서로 경쟁이 아닌 협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