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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4] 일관성 없는 입찰규제…특정업체 봐주기 의혹

업계, 규제·실적 필요하지만 적어도 규모는 맞춰야…

김경태 기자 기자  2014.08.26 08: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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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과도하고 일관성 잃은 공기업 규제 탓에 신생업체들이 입찰제한을 받는 사례가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공기업의 경우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입찰시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 '나라장터'를 통해 입찰공고를 비롯한 업체등록, 입찰 및 낙찰자 선정, 계약체결, 대금지급 등 조달 전 과정을 처리하고 있다. 

이런 나라장터의 입찰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조달청에서 직접 입찰공고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고, 공기업이 직접 입찰공고를 '나라장터'에 등록하는 경우다. 대부분의 공단이나 공사는 두 번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나라장터를 통해 우수업체를 선발한다는 취지다.  
 
반면 민간기업은 지명입찰로 업체를 직접 지정해 입찰참가를 시키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평가표는 있지만 기타 부대조건에 의해 일방적인 계약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입찰의 문제점을 알아봤다.
 
'나라장터'는 모든 수요기관의 입찰정보가 공고되고, 참여업체는 나라장터 1회 등록으로 어느 기관 입찰에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나라장터'에는 행정안전부, 금융기관, 관련협회 등 77개 기관 시스템과 연계한 서비스를 제공해 입찰·계약 시 반복 제출하던 사업자등록증, 시·국세 완납증명서, 보증서, 자격심사서류 등의 제출을 생각할 수 있어 많은 업체들이 이용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일부 공공기관에서 입찰참가 자격제한이나 실적평가에 대한 과도한 점수 배정 때문에 기업들의 눈총을 받는데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입찰참가자는 "'실적'이라는 것은 업체의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공기업 실적' 자격요건은 너무 높은 벽"이라며 "이는 기존 사업자에게 기득권을 주는 것으로 수의계약과 다름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면 민간기업 입찰은 어떨까. 민간기업 입찰에서는 기존 수급하고 있는 업체나 업체규모가 되는 아웃소싱기업을 선정해 입찰을 실시하는 점이 공공부문과 가장 큰 차이다. 이들이 공공기관과 다른 점은 입찰 참가에서부터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공기관과 같은 평가표를 적용해 배점을 실시하지만 실제 업체 선정에 있어서는 이러한 평가 절차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민간기업 입찰 참가자는 "평가표 배점상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최저가 입찰로 바꾸거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라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아웃소싱업체가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적·평가 기준에 울고 웃는 공공부문
 
기업 입장에서 공기업 입찰제한과 평가항목에 대해 논란을 가지는 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지난 8일 나라장터에 게시된 A기업의 '업무위탁 용역'의 제안요청서를 분석한 결과, 평가항목에서 일부 업체에 유리한 평가를 적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무위탁 용역'의 평가항목에서 문제되는 부분은 바로 사업수행실적이다. 절대평가 사업수행실적에서 1000좌석 이상 한 업체나 20건 이상의 공공기관 실적이 있는 기업에 대해 만점(각 5점)을 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실적규모와 실적건수는 공공기관 수행 경험만을 대상으로 평가하고, 재계약과 동일기관에 대한 실적은 한 건만 인정하고 있다. 
 
   공공부문 실적기준 평가표를 보면 특정업체 봐주기식 점수 배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프라임경제  
공공부문 실적기준 평가표를 보면 특정업체 봐주기식 점수 배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프라임경제
업계 관계자는 "이는 기존 업체와 그대로 계약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A기업의 전체 좌석수가 20석에 불과한데 1000좌석을 만점으로 하는 것은 전혀 타당성이 없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맞서 A기업 팀장은 "평가기준은 타 공공기관의 기준을 분석한 결과 역시 우리와 비슷했다"며 "공정성과 형평성을 고려해 실적규모와 실적건수로 나눠 배정한 것"이라며 "전체 점수에서 10점은 큰 점수가 아니며 다른 부분에서 배점을 잘 받으면 된다"고 반박했다. 
 
다만 전체 100점 만점에서 1점 안팎의 차이로 업체 선정이 이뤄지는 입찰에서 특정부분에 많은 점수 차가 난다면 특정업체 몰아주기로 봐도 무방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다른 공공기관인 B공단은 참가자격에서부터 계량평가까지 제한을 뒀다. B공단은 지난 2012년 참가자격에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한 공기업, 준정부 기관 및 기타공공기관 컨택센터(콜센터)를 단일 건으로 30석 이상 도급 운영한 실적을 갖춘 업체에 한하는 자격을 정했다. 
 
사업수행실적은 공공부문 실적 합계 500석 이상 기업에 만점(6점)을 주고, 참가자격을 갖춘 30석 이상인 기업은 1점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공공부문 500석 이상의 실적을 갖춘 기업은 거의 없다"며 "이는 기존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덧붙여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공공부문 실적으로 제한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며 "단지 전체 40여석에 불과한 센터 규모를 봤을 때 실적기준 좌석을 100석에 만점 정도로 낮출 필요성이 있었다"고 제언했다. 
 
◆민간부문, 진정한 '갑'의 횡포
 
민간부문 입찰에서는 공공과 달리 지명 입찰로 진행되기 때문에 아웃소싱업체가 더욱 힘들어 하고 있다. 일례로 국내 굴지의 IT기업 C사는 시설관리·청소·경비 등 종합관리에 대한 입찰을 실시하면서 종합관리 아웃소싱기업 5개사를 선정해 입찰에 참여시켰다. C사는 입찰 당시 평가표를 제시했다. 
 
입찰 참여기업들은 평가표의 점수를 높게 받기 위해 C사에 특별 제안까지 했다. 하지만 결과는 점수 배정과 관계없이 진행됐다. 제안설명회에서 투찰 기업의 가격과 점수를 모두 공개했지만 최저입찰 가격으로 선정한 것.
 
그리고 평가점수에서 1위부터 3위 업체를 불러 최저가와 5개 기업의 특별 제안을 모두 수용한 업체와 계약을 진행했다. 
 
   전체 100점 만점에서 1점 안팎의 차이로 업체 선정이 이뤄지는 입찰에서 특정부분에 많은 점수 차가 난다면 특정업체 몰아주기로 볼 수 도 있다. ⓒ 프라임경제  
전체 100점 만점에서 1점 안팎의 차이로 업체 선정이 이뤄지는 입찰에서 특정부분에 많은 점수 차가 난다면 특정업체 몰아주기로 봐도 무방하다. ⓒ 프라임경제
업계 관계자는 "미화·경비·시설관리는 법적 최저임금이 보장됐는데 업체에게 너무 많은 부분을 떠넘기고 있다"며 "실제 계약된 업체의 순이익을 따져보니 계약하면서 이미 4억이 적자"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회사 적자가 크면 계약을 하지 않으면 되지만 아웃소싱업체에서는 레퍼런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약을 해야 되는 것을 악용했다"며 "사용업체 마음대로 선정할 것이면 평가표는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유통입찰에서도 '갑'의 횡포를 엿볼 수 있었다. H기업의 입찰에서는 가격점수와 기술점수를 5:5로 한 것이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가격점수를 10~30%선에서 주는 것과 비교하면 아웃소싱업체에 큰 부담이다. 뿐만 아니라 2개 업체를 선정하는 입찰에서 최저가를 쓴 업체와 동일한 가격에 계약을 진행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점수를 50%로 하면서 최저가를 제시한 것인데 거기에 다른 업체 가격이 더 낮다고 맞추라는 것은 부당하다"며 "차라리 건강보험공단과 같이 가격을 쓴 대로 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공부문에서 입찰자격에 제한을 두는 것은 어떻게 보면 양반"이라며 "민간 입찰에서는 들어가기 싫어도 추후 불이익을 당할 것을 염려해 어쩔 수 없이 입찰에 참가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적 쌓기 위해 '0'마진까지 감수
 
참가자격이나 평가기준 때문에 실적을 올리기 위해 '0' 마진까지 감수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A공단의 청소영역에서 총 148개 기업이 응찰했다. 그 결과 1순위 우선협상기업이 42개나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1순위 우선협상기업은 투찰금액 9자리가 마지막 원 단위까지 같았다. 이런 상황은 기업들이 가격담합을 했거나 경비원 및 청소원의 일반관리비와 이윤을 '0'으로 썼을 때 가능하다. 
 
여기서 무게추는 기업들이 일반관리비와 이윤을 포기한 쪽으로 기울었다. 청소원과 청소반장의 직접노무비와 간접노무비를 모두 고정시켜 공개한 이유에서다.
 
시설관리 업계 관계자는 "실적기준 때문에 공공기관의 입찰은 어떻게 보면 거의 지명입찰이나 다름없다"며 "업체들이 '0'마진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실적 때문"이라고 짧게 말했다. 
 
공공기관이 입찰참가 자격이나 실적에 점수를 주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너무 과도한 규제나 실적 때문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없다면 업체가 난립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단지 업무 규모에 맞는 입찰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한 공공기관 입찰관계자는 "입찰방식 개선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기업들도 실적을 쌓기 위한 입찰보다는 정확한 가격과 요건을 제시해 공정하고 바른 입찰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