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중국어에 '칸부치(看不起)'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우리 말로는 깔본다거나 얕잡아본다는 의미인데요. 오늘은 중국 유학파인 인물이 세간의 관심 대상으로 조명돼 중국어 표현을 하나 미리 설명하고 시작해 봤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민정씨가 해군 장교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민정씨는 117기 해군 사관후보생 모집에 지원해 필기시험에 합격했는데요. 면접과 신체검사를 마쳤는데,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대체로 통과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최종 합격자 발표 관문을 무사히 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제의 주인공이 된 것이죠. 이런 점은 대기업 오너 일가라는 특이한 배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력을 볼수록 칸부치하기 어려운 길을 걸어 온 흔적 때문이기도 합니다.
민정씨는 중국 베이징국제학교(ISB, International School of Beijing)와 런민대 부속중학을 거쳤습니다. 조기유학으로 중국 교육 환경에 잘 적응해 결국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光華管理學院, 우리의 경영대에 해당)에 진학해 잠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학사 관리가 엄격한 광화관리학원의 생활을 잘 견뎠을 뿐만 아니라, 대학 시절에는 집안의 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스스로 돈을 벌어쓴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대학 시절의 특이한 이력 중 하나로 혐한류(중국 내에서 한국을 싫어하는 분위기)가 높아지자 문화교류동아리를 만들어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했던 일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보통 재벌가 관련 소식에 크게 호의적이지 않은 SNS상에서도 칭찬 기류가 특히 강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해군 장교 지원 관련 뉴스를 두고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멋진 분'이라고 응원성 촌평을 트위터에 남긴 한편 많은 트위터리안들이 호의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집안의 경제적 도움도 받지 않고 베이징대 졸업하고 신여성 탄생"이라는 등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재벌이나 정치인 혹은 관계와 군 고위층 자제들이 병역을 이리저리 피하려는 세태와 다른 점에 주목하는 평가들도 이어져 눈에 띕니다. "그 바닥에서 보기 드문 장한 아가씨일세"라는 것이죠. 세칭 재벌가 후손들의 그간 행보와 이번 뉴스가 다르기에 나오는 쓴소리 섞인 평인 셈입니다.
처음 최 회장이 자녀들을 중국 쪽에 유학 보낼 때만 해도(장녀 윤정씨는 중국 유학 후 미국 대학에 진학, 아들 인근씨도 상하이에서 연수) 중국사업 진출에 관심있어서 택한 조기 교육쯤으로만 초점이 맞춰져 이야깃거리가 됐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민정씨의 여러 중국 유학 무렵 일화들이 해군 지원 소식과 함께 회자되면서, 잘 지은 자식 농사로 재평가가 새삼스레 되는 셈입니다.
재벌가 후손 중에 이런 모범적인 사례가 계속 나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맨손으로 큰 기업을 일군 창업세대에 대한 존경만큼은 아니어도 적어도 재벌가 후손이라고 오히려 사람들에게 칸부치당하는 경우는 줄어들겠죠. 오히려 창업주들보다 더 좋은 평가, 높은 평가를 받는 후손들도 나오기를 이번 뉴스를 통해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