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장외주식거래시장 프리보드(Freeboard)가 25일 새 이름 'K-OTC(Kofia Over-The-Counter Market)'로 전면 개편됐다. 출범 주체인 금융투자협회(회장 박종수, 이하 금투협)는 25일 오전 9시를 기해 공식출범한 K-OTC를 통해 장외시장의 거래부진과 사설 사이트를 중심으로 '암거래'되면서 부각됐던 부작용을 일소하겠다는 각오다.
눈에 띄는 것은 기존 프리보드와 달리 포스코건설, SK건설, 삼성SDS, 미래에셋생명보험, LS전선 등 굵직한 대기업이 거래종목으로 전면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SDS·미래에셋생명, 제도권 시장서 거래
이들 대기업 계열 비상장주식은 거의 '피스탁' '38커뮤니케이션' '프리스탁' 등 사설 사이트를 통해 개인대 개인 형태로 거래되거나 창업투자사나 사설 중계업체를 통해 간접투자 형식으로 투자할 수 있었다.
금융투자협회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장외주식거래시장인 'K-OT' 출범식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대표,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태종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박종수 금투협 회장, 박영준 금융감독원 부원장,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대표 등이 참석해 기념촬영 중이다. ⓒ 금융투자협회 |
금투협은 프리보드의 실패와 사설 장외거래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비신청지정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삼성SDS를 비롯한 56개 비상장 우량기업을 1부 거래기업으로 지정해 시장으로 끌어온다는 청사진에서 비롯됐다. 또한 시장 진입 및 퇴출 요건을 강화하고 유의사항 고지제도를 신설해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다.
업계는 추후 일일 거래량이 50억~100억원 수준으로 활성화되면 K-OTC시장이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기존 사설시장의 투자 수요를 제도권시장인 K-OTC로 어떻게 유인하느냐다.
금투협이 내놓은 K-OTC의 가장 큰 매력은 투명성과 저렴한 수수료다. 먼저 기존 프리보드에 비해 대기업 계열사가 대거 합류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졌다. K-OTC지정기업부 소속 56개 기업의 자본금 평균은 659억원으로 기존 프리보드가 24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월등히 많다.
업체당 평균 자본금은 오히려 코스닥(129억원)보다 크고 코스피(1326억원)에 버금가는 규모다. 일례로 지난해 기준 자본총계 3조6700억원에 달하는 삼성SDS를 비롯해 우량기업들의 주식이 사설거래되면서 거래 투명성을 중심으로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투명성·싼 수수료 매력적…탈세 구멍은 보완해야
업계에 따르면 기존 장외시장은 허수호가가 잦고 시세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안이 컸다. 특히 개인 간 거래에서 돈이나 주식을 받지 못하는 '디폴트' 사고도 비교적 흔했다.
이에 대해 금투협 관계자는 "K-OTC시장은 호가정보와 시세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뿐 아니라 증권사 계좌를 통해 거래되고 증거금제도가 도입되는 만큼 기존 코스피, 코스닥시장 수준으로 안정성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첫 단추를 꿰는 단계로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투자자보호와 투명성을 앞세워 매력적인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거래수수료가 저렴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K-OTC의 수수료는 0.09%로 사설 사이트가 평균 1~2.5%의 수수료를 매긴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수료 부담이 10분의 1도 채 안 된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인 K-OTC가 탈세 가능성을 비롯해 보완해야할 점이 적지 않다는 점은 간과하기 어렵다. 일단 매매차익에 대해 K-OTC시장의 경우 대기업 20%, 중소기업 10%의 세금이 부과되며 이는 기존 사설 사이트 역시 같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이 개인 간 거래라는 점을 악용해 세금신고를 누락하는 식으로 과세의무를 회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장외거래를 제도권시장인 K-OTC로 한정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한계다. 불법이지만 세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굳이 제도권 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릴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K-OTC가 장내시장인 코스피, 코스닥과 달리 상대 매매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피나 코스닥은 가격우선 원칙을 적용하는 경쟁 매매시스템을 차용하는 것에 비해 K-OTC는 거래자끼리 같은 가격을 제시해야 매매가 체결되는 상대 매매방식"이라며 "프리보드가 실패한 이유 중 상대 매매방식에 따른 거래 비효율성이 지적됐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금투협은 1부 지정기업부에 신규 지정한 56개사 외에 내달 7~10개 기업을 추가로 시장에 편입할 계획이다. 진입 기준은 2013년도 말 감사보고서에 대해 '적정' 평가를 받은 기업 가운데 완전 자본잠식이 없어야 한다.
기존 프리보드시장에 상장했던 48개 기업은 1부 등록기업부에서 거래되며 특정 요건 없이 모든 장외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2부시장은 내년 초 개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