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자살한 병사의 조의금을 가로채 공분을 샀던 육군 여단장이 군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자 수사자료로 활용되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내용을 공개하라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허가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반정우 부장판사)는 A씨가 자신이 연루된 조의금 횡령사건과 관련해 "조사 내용을 공개하라"며 권익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사실상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1년 12월 경기도 한 육군 여단에서 자살한 김모 일병의 유족에게 전달해야 할 조의금을 중간에서 가로챘다.
당시 김 일병은 선임병의 폭언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자살했다. A씨는 숨진 김 일병이 속한 부대의 여단장으로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A씨는 사건을 은폐한 것도 모자라 김 일병 유족에게 줘야 할 조의금 160여 만원을 빼돌려 헌병대 등에 격려금 지급하고 회식비로 쓴 사실이 드러났다.
김 일병의 부친은 가혹행위로 숨진 아들의 죽음을 국가가 배상하라며 낸 소송 도중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군 내부 문서에 조의금을 유족에게 전달했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김 일병의 아버지는 지난해 12월 권익위에 아들을 순직 처리하고 조의금을 가로챈 관련자를 처벌해 달라는 민원을 냈다. 권익위는 가혹행위 여부와 조의금 횡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관련 내용을 국방부에 알렸고, 군 검찰은 이를 토대로 A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A씨는 권익위가 국방부에 넘긴 조사내용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권익위의 조사내용이 군 검찰 수사자료로 활용되는 만큼 세부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권익위 조사 내용 중 횡령 사건에 대한 부대 직원들의 진술과 부대 내부 자료 등이 포함돼 이를 A씨가 알게 되면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아울러 재판부는 "권익위 조사 내용은 A씨에 대한 수사 방법이나 절차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고, 이 정보가 공개되면 수사기관의 직무 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비공개가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의금 횡령 사건에 관해 적절한 조치를 하라'는 내용이 담긴 권익위의 권고 의결서는 이미 외부로 많이 알려진 내용으로 수사내용과 관련이 없고, A씨도 수사 과정에서 의결서 내용을 알고 있을 것으로 판단해 공개해도 좋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