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망신살' 금감원, 실타래 더 엉켰다

나원재 기자 기자  2014.08.22 15:48:37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두 달이 훌쩍 넘은 KB금융 제재심의가 결국 상처만 남긴 채 막을 내렸다. 21일 저녁 8시가 다돼 시작된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에 대한 제재심의는 자정을 넘어 22일 새벽 1시경 마라톤 회의 끝에 각각 '주의적 경고'의 경징계로 마무리됐다.

앞서 지난 6월 사전 중징계를 통보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시간만 질질 끌어왔다는 시선에서 부담감을 크게 느낀 터라, 이날 심의는 어떠한 형태로든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돼 왔다. 다만 빗겨간 예상에 뒷말은 무성하고, 실타래는 더욱 엉킨 형국이 되고 말았다. 따가운 시선도 고스란히 금감원 몫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법과 원칙'을 지속해 주문한 최수현 금감원장의 위신도 민간 제재심의위원들이 경징계에 손을 들면서 무너진 원칙과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이를 뒤엎을 수 있는 것도 최 원장이지만, 그간 선례를 살펴보면 번복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애초에 중징계 자체가 어려웠다는 얘기도 이후 우후죽순처럼 번지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그간 원칙을 기대한 주변 세력이 상처받을 것은 자명하다.

무엇보다 명확한 '책임론'을 제기해온 KB금융 노동조합을 포함한 직원들의 가중된 사기저하가 우려스럽다. 노사 간 대화를 통한 해법 찾기에 절치부심 해온 그들이라, 어쩌면 이후 불어 닥칠 후폭풍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다 거센 반발도 쉽게 점칠 수 있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정당한 소명과 재검증에 따른 절차라면 환영할 만한 일이겠지만, 로비설과 외압설에 이어 의혹만 증폭되며 감독기관의 조사권과 징계권은 무용지물이 돼버렸다는 평가다.

임 회장과 이 은행장이 각각 신용정보법 위반과 도쿄지점 부당대출 등의 사유로 중징계를 받고, 여기에 주전산기 교체 건도 포함됐지만, 심의위의 불분명한 책임소재 판단에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련의 과정에서 감사원의 개입이 유권해석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를 두고 업계는 금감원이 사실상 로비전에서도 밀려났다고 수군대기도 한다. 기업 노사관계가 기업 발전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이번 금감원 제재심의 결과가 KB금융에 끼칠 영향도 아무래도 비례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같은 맥락으로 앞으로가 더욱 큰 문제일 수밖에 없다. 기업은행 특정금전신탁 불완전 판매, 산업은행 STX부실대출과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KT ENS 부실대출 이슈도 금감원 눈앞에 줄지어 서있다.

  이미지  
 
이번 KB금융 이슈로 망신살 뻗친 금감원이 제 자리를 찾으려면 '원칙론'을 지속적으로 밀어붙여야 하지만, 이미 세간의 시선은 따갑기만 않다. 산업은행 징계를 두고 벌써부터 우려 섞인 목소리도 감지되고 있다.

금융 산업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라도 금감원의 올바른 역할은 보다 강조되면서도 명확해져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