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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해부] 대상 ① 태동과 성장…부산 낡은 공장부터 빚은 '엄마 손맛' 60년

1956년 1월 한국최초 조미료 '미원' 생산…자타공인 최고 종합식품회사로

전지현·이윤형 기자 기자  2014.08.22 15: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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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의 나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대상 1탄 태동과 성장에 대해 살펴본다.

1956년 순수 국내자본과 기술로 설립돼 세계일류 발효 기술을 보유한 종합식품회사 (주)대상. 1950~80년대 한국인 감칠맛 비결로 통했던 미원의 시초는 대상그룹 전신인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다. 옛날 시골 어른들이 커피에 미원을 타 먹을 정도로 우리 입맛에 딱 맞았던 이 조미료는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자의 연구정신으로 탄생했다.

   대상 CI. ⓒ 대상그룹  
대상 CI. ⓒ 대상그룹
'실험광'이라는 별명처럼 임 창업자는 어린 시절부터 탐구정신이 남달랐다. 현재 94세(1920년생)이라는 고령에도 지병인 당뇨병과 싸우면서도 그의 실험실 불이 꺼지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대상은 1962년에 상호를 미원(주)으로 변경, 조미료 사업을 위시해 사업영역을 확장했고 1970년 3월에는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매가 개시됐다. 현재, 대상은 연 매출 2조5000억원에 임직원 4000여명을 거느린 중견 재벌그룹이다.

◆실험광 열의 '한국인 입맛' 사로잡다

1920년 전북 정읍에서 5남1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난 임대홍 창업주는 축산가공업을 전공, 졸업 후 공무원으로 일했으나 1945년 해방과 함께 자신의 적성을 살려 축산가공업에 뛰어든다. 부산에 터를 잡은 임 창업주는 1948년 발생한 제주 4.3항쟁으로 몸만 빠져나온 후 대전피혁에 입사, 본격적으로 피혁사업에 뛰어 든다.

이후 그의 피혁사업은 조금씩 번창했다. 부산에 동아피혁과 남선피혁, 마산에 마산피혁, 청주에 청주피혁, 서울에 대성피혁 등을 세워 전국적인 규모의 피혁사업을 펼치기에 이른다.

   대상은 국내 최초로 사탕수수를 원료로 한 발효조미료 '미원' 개발에 성공한데 이어 핵산조미료인 IMP, GMP의 신기술 도입과 공정 개선으로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의 성과를 거뒀으며, 최근의 천연 조미소재에 대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효모추출액의 생산과 제품화에도 성공했다. ⓒ 대상  
대상은 국내 최초 사탕수수 원료의 발효조미료 '미원' 개발에 성공한데 이어 핵산조미료인 IMP, GMP의 신기술 도입과 공정 개선으로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의 성과를 거뒀다. ⓒ 대상
그러던 중 발생한 한국전쟁. 아이러니하게도 국가적 시련이 그에게 전환기를 제공한다. 전쟁 후 접한 외국 상품은 임대홍 창업주에게 충격을 줬고 이후 무역회사에 발을 담그게 만든다. 일본을 자주 왕래하던 임 창업주가 접하게 된 일제 조미료 '아지노모토'.

이 조미료에 대항할 국내산이 없음에 한탄하던 그는 1955년 직접 일본에 건너간다. 1년여  시련을 딛고 꾸준한 노력 끝에 조미료 제조공정을 익혀 부산으로 돌아온 1956년 1월. 임 회장은 서구 동대신동에 150평(496㎡) 규모의 조미료 공장을 세워 대상의 모태인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한다. 그리고 이 작은 공장에서 한국 최초의 조미료 '미원'이 탄생한다.

30여명 직원이 매월 500kg 조미료를 생산하는 작은 규모였지만 당시 시장을 휘어잡던 일본 제품을 순식간에 몰아내고 1960년대 국산 조미료 대량 생산 시대가 개막된다. 

1962년,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는 대표 제품인 미원과 같은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한다. 1964년에는 전분 및 전분당 사업에 진출하고 1965년엔 미생물 발효법 개발, 1967년 미원 생산량 100t을 이루며 꾸준한 성장가도를 달린다.

1970년대 초반부터는 해외 시장 확대에 나섰다. 1972년 대상은 국내 최초로 인도네시아에 진출, 1년만에 일본의 아지노모토와 중국 사사를 누르고 40%이상 점유하며 업계 1위에 올라서는가 하면 1990년대에는 인도네시아에 MSG공장을 세우고 1994년에는 베트남에도 설립해 인도차이나반도와 중국 진출의 우위를 확보했다. 같은 해 미국과 네덜란드 등에 현지법인을 만드는 등 기적의 드라마를 써내려간다.

◆30년만에 내려놓은 경영권…연구열정은 계속

영원할 것 같았던 '연구광' 임대홍 창업주는 대상 설립 후 30년만인 1987년 장남인 창욱씨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고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후 1997년까지 10년간 오너 경영 체제였지만 임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현재까지 전문 경영인 체제다.

부친에 이어 1987년 미원그룹 회장에 오른 임창욱 명예회장은 1997년 그룹 이름을 '대상'으로 바꿨다. 같은 해 8월 대상그룹 회장직을 전문경영인 출신인 고두모 회장에게 넘기고 현업에서 물러난 뒤 직함도 명예회장으로 바꾼다. 그러다 8년 만인 2005년 그룹의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가 출범하면서 대표이사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대상의 현재 대표 브랜드는 '청정원'이다.

   국산 발효조미료 1호, 조미료의 대명사 등 수많은 수식어와 신화를 낳은 발효조미료 미원부터 청정원, 대상웰라이프, 유기농 브랜드 O'food, 김치의 명가 종가집까지 대상의 브랜드는 한국가구의 식생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 대상  
국산 발효조미료 1호, 조미료의 대명사 등 수많은 수식어와 신화를 낳은 발효조미료 미원부터 청정원, 대상웰라이프, 유기농 브랜드 O'food, 김치의 명가 종가집까지 대상의 브랜드는 한국가구의 식생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 대상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던 대상에도 시련은 있었다.

1980년대 현재 LG생활건강으로 바뀐 당시 (주)럭키가 MSG무첨가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며 조미료 '맛그린'를 시판하면서 'MSG 유해성 논란'이 시작된다. 한때 제일제당이 생산한 '미풍'과의 치열한 판촉전에서도 아성이 무너지지 않을 만큼 강했던 위력은 결국 이 마케팅이 발단이 되면서 20여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국내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는다.

하지만 최근 FDA, 식약처 등에서 MSG 안전성을 입증하면서 불사조처럼 되살아나 다시 매출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순창'은 까다로운 심사기준을 통과해 우주식품에 선정된 청정원 장류 브랜드다. 고추장 부문은 브랜드파워 11년 연속 1위, 고객만족도 7년 연속 1위에 선정, 된장 부문은 브랜드파워 9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 로하스 인증까지 획득한 친환경 브랜드 청정원 '순창'은 국내 장류업계 최초로 HACCP를 지정 받았다. ⓒ 대상  
'순창'은 까다로운 심사기준을 통과해 우주식품에 선정된 청정원 장류 브랜드다. 고추장 부문은 브랜드파워 11년 연속 1위, 고객만족도 7년 연속 1위에 선정, 된장 부문은 브랜드파워 9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 로하스 인증까지 획득한 친환경 브랜드 청정원 '순창'은 국내 장류업계 최초로 HACCP를 지정 받았다. ⓒ 대상
2005년에는 10여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임창욱 명예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려 22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되는 아픔을 겪는다. 이후 임 명예회장은 은폐와 축소 의혹 등이 더해지며 그룹 총수로서는 최장 기간인 1년8개월의 수감생활을 감내하는 등 동정어린 시선을 받는다.
 
한편, 이 기간 그는 옥중경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수감 중에 대상은 위생도기 전문 기업인 동서를 시작으로 2006년 9월 나드리화장품, 두 달 후에는 1050억원을 들여 ㈜두산식품BG의 김치·두부·고추장 사업부문까지 매입하고 친환경 유기농식품 프랜차이즈 전문기업 한겨레플러스(초록마을) 지분까지 대량 인수하는 등 M&A의 저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그의 부인인 박현주 부회장이 그룹 총괄을 맡으며 주말마다 임 회장을 면회,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1998년에는 삼성가 황태자 이재용 삼성그룹 당시 전무와 임대홍 미원 창업주의 손녀인 임세령씨가 결혼한다. 당시 대학생이던 세령씨는 불과 대학 2학년이란 이른 나이에 결혼, 영호남 대표기업의 혼사 등으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2009년 10년만에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걷는다.   
 
◆연매출 2조5000억의 종합식품 재벌그룹

현재 대상은 1996년부터 도입한 종합식품 브랜드 '청정원'을 중심으로 '순창고추장' '햇살담은 간장' 등 전통장류부터 △'미원' '감치미' '맛선생' 등 조미료류 △식초, 액젓 등 농수산식품 △서구식품 △육가공식품 △냉동식품 등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또 첨단 발효기술을 바탕으로 한 핵산, 글루타민 등 바이오 제품을 생산하며, 제빵, 제과, 가공식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전분 및 전분당 제품도 생산한다.

   대상은 산업근대화 시기인 지난 70년대 초반, 국내 최초 플랜트 수출 성공사례로 평가 받는 인도네시아 진출을 계기로 해외시장 개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어 일본 및 홍콩 등 동남 아시아 지역의 해외 마케팅 활동을 전담하는 현지법인을 설립함으로써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의 기반을 구축했다. 대상은 동남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유럽, 중국 등 20여 개 해외 현지법인 및 판매거점을 거느린 세계 속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 대상  
대상은 산업근대화 시기인 지난 70년대 초반, 국내 최초 플랜트 수출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인도네시아 진출을 계기로 해외시장 개척의 새 장을 열었다. 이어 일본 및 홍콩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해외마케팅 활동을 전담하는 현지법인을 설립함으로써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의 기반을 구축했다. 대상은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유럽, 중국 등 20여 해외 현지법인 및 판매거점을 거느린 세계 속의 기업이 됐다. ⓒ 대상
2006년 두산의 식품BG 인수를 통해 계열사로 편입된 대상에프앤에프는 신선 종합식품사업을 중심으로 김치·두부류 사업 분야에 역량을 집중, 사업을 전개, 1987년부터 '종가집김치'를 생산해 국내외의 대표적인 브랜드가 됐다. 일본을 비롯해 해외 30여개국에 '종가집김치'를 수출하며 김치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대상은 식품 바이오, 전분당, 건강식품 등 주력사업뿐 아니라 종합광고, 정보기술, 식자재, 건설 사업까지 다변화해 국내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종합식품 '청정원'과 유기농 전문 '청정원 오푸드', 건강기능식 '대상웰라이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