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여의도25시] KDB대우증권 '산은지주發' 관치금융 논란 골머리

홍기택 회장 정부 교감설·특정인사 내정설에 후폭풍

이수영 기자 기자  2014.08.22 14:03:49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한 달 가까이 사령탑 공백사태가 이어지는 KDB대우증권(사장직무대행 구동현)이 특정인사의 사장 내정설이 불거지며 곤혹을 치르고 있습니다. KDB금융그룹의 자회사로 내년 매각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산은금융지주, 정확히는 정부의 입김이 인사권을 쥐락펴락하며 '관치금융'의 악몽이 재현될지 모른다는 위기감 탓입니다.

이틀 전 한 매체는 박동영 전 대우증권 부사장이 대우증권 신임사장으로 사실상 내정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살로먼브라더스, 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를 두루 거친 박 전 부사장은 알아주는 해외통이고 2009년부터 3년 간 대우증권 임원으로 재직하며 내부사정에도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개인적인 면면만 본다면 자질은 충분합니다.

그러나 박 전 부사장의 '내정'이 홍기택 KDB금융그룹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후문에서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업계에는 홍 회장이 정부 인사들과 긴밀한 교감을 나눈 끝에 그를 천거했다는 설이 파다한 상황입니다.

특히 박 전 부사장의 부친이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문교부 장관을 지낸 박일경씨, 매형은 국내 유력 언론사의 간부 출신으로 현 정권 관계자들과 막역한 사이라는 배경도 쓸데없는 의혹을 부풀리는 재료가 됐습니다. 홍 회장 입장에서는 '오이 밭에서 신발 끈 고쳐 맨 격'으로 정치권 인맥이 풍부한 인물을 끌어들였다가 여론만 들쑤신 셈이죠.

사실 대우증권을 둘러싼 찝찝한 내홍은 김기범 전 사장의 갑작스러운 사임 직후부터 충분히 예상된 상황이었습니다. 지난달 말 김 전 사장이 불과 임기를 8개월 앞두고 돌연 사퇴하면서 대주주인 산은지주와의 갈등설이 무성했으니까요. 사실상 대주주의 눈 밖에 난 김 전 사장이 경질된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아예 산은지주가 대우증권의 매각 절차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특정인사를 사장으로 앉히기 위해 김 사장을 몰아낸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습니다. 신임사장이 취임하면 추가적인 인력 감축을 비롯해 사업부문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이 같은 설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일단 KDB금융지주는 물론 대우증권도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전혀 확정된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차기 사장은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후보를 추리고 내달 15일까지 이사회에서 사장 후보자를 정한 뒤 같은 달 30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선임될 예정입니다.

다만 내정설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달 말인 현재까지 공모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걱정스러운 대목입니다. 대우증권 측이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산은지주발(發)' 관치금융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분위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