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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책 일관성 없는 '오락가락' 방통위

최민지 기자 기자  2014.08.22 11: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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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21일 불법보조금 투입으로 시장을 과열시킨 이통사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택하며 규제기관으로서 정책 일관성이 없는 모습을 또다시 드러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의 700MHz 주파수 대역 입장 번복 발언과 LG유플러스 행정심판에 따른 영업정지 시기 조정 등에 이어 이통사 제재 처분까지, 정확한 기준 없이 오락가락 정책을 펼치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방통위 사실조사 결과 이통사는 불법보조금 관련 역대 최고 위반율을 보였지만 영업정지 또는 최대 과징금이라는 처분은 없었다. 보통 이동통신 3사 평균 위반율은 50~60%대지만 이번에는 73.2%라는 가장 높은 평균 위반율을 나타냈다. 이통3사 중 가장 높은 위반율을 기록한 SK텔레콤의 경우 77.4%며 이 가운데 번호이동시장에서의 위반율은 85.8%로 확인됐다.

유례없이 높은 위반율에 일부 상임위원은 시장 과열 주도 사업자 대상 단기간 영업정지라도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10월 단통법 시행준비가 촉박한 점과 현재 시장이 안정화돼 있는 상황을 이유 삼아 과징금 상향 부과로만 처분키로 했다.

그러나 이통사가 이번에 받은 제재는 미래창조과학부 영업정지가 해제되자마자 시장을 과열시킨 책임에 따른 것이다. 과거 잘못에 대해 벌을 내려야 하는데 현재 상황을 이유로 벌의 수위를 낮춰준다는 것 자체가 정책 일관성과 처분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방통위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다.

과징금 또한 업계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이번 처분을 앞두고 한 강연에서 "수백억원의 과징금이 추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언해 시장 과열 주도 사업자에게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이 처분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방통위가 이통3사에 처분한 과징금은 총 1064억원, 이번에 처분한 과징금은 584억1000만원이다. 사실조사 기간이 지난번보다 짧았던 것은 맞다.

그러나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이통사가 과거 사례보다 위반율 및 보조금 지급 비율이 높았고, 이에 대한 사업자 제재 효과를 거둬야 한다는 데 입장을 함께 한 최종 결정치고는 미약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영업정지를 제외시키고 과징금을 상향 부과하겠다 했지만 제재가 강력하지는 않았다는 것.

이 같은 과징금 처분이 이통사 제재에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날 전체회의 때 관계자 의견진술에서 KT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통3사는 지난 6월9일 밤부터 10일 오전까지 단 16시간만에 1500억원이라는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고 30만건을 웃도는 번호이동건수를 기록했다.

가입자 유치 경쟁을 위해 하루도 안 되는 시간에 1500억원을 사용하는 이통사에게 500억대 과징금이 효과적인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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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에 1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해도 또 시장을 과열시켜 제재를 받는 양상이 지금까지 계속 반복됐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규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정확한 기준과 목표를 설정해야 할 때다. 때마다 달라지는 형평성 없는 결정이 지속되면 방통위의 엄포는 말 그대로 엄포로만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