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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울한 파티, 맛동산 "그저 만들어 팔았을 뿐인데…"

전지현 기자 기자  2014.08.21 10: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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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중동 한 국가에서 유학하던 10여년 전, 라면이 간절하게 먹고 싶었지만 쉽게 구할 수 없었다. 한인식당에서 팔던 라면은 학생에게는 너무나 비싼 가격이라 '언감생심(焉敢生心)'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은 새벽에 전화를 걸어 '라면이 너무 먹고 싶어 잠이 오지 않는다'는 막내딸의 읍소에 당시 1만5000원이던 라면 한 박스를 거금 10만5000원을 들여 머나먼 타국으로 보내셨다.

향수라는 감정선을 이토록 건드렸던 라면. 아끼고 아껴 먹었지만 결국 한 달 만에 동이 났다. 라면이 떨어지기 마지막 한 주가 될 때 정도부터는 라면 국물조차 아까워 냉장고 안에 고이 모셨다가 마음이 울적한 날, 파스타나 스파게티 면을 넣고 국물 한 방울의 맛을 다시 음미할 정도로 격하게 라면을 아꼈다.

그러나 이제 한국식품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물론 K-POP과 한국 드라마 영향도 있지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많은 식품업체들의 맛 개발과 노하우도 한몫했을 게 분명하다. 이 덕에 지구 반대편 슈퍼마켓에서도 한국 식품관이 있을 정도로 한국문화는 세계 곳곳에 스며들었으며 외국에서 접하는 우리 식품들의 종류도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우리 입맛이 세계에서도 통하는 이 시점에 재미난 소식을 접했다. 국내 한 공중파에서 다뤄진 것으로, 스낵제품인 맛동산 가격이 해외에서 판매되는 것보다 양도 적고 가격도 비싸 오히려 국내 소비자를 역차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 이슈에 대해 취재한 결과 특별 할인 행사가를 국내 판매가와 비교한 '표본 오차의 실수'로 인한 해프닝이었음을 알게 됐다.

미국 현지에서 판매되는 맛동산(420g) 실제 정식 소매가격은 4~7달러. 해외 식품 구매사이트인 Hmart의 맛동산 가격은 5.49달러, 아마존은 6.99달러였다. 방송에서 소개된 1.99달러의 맛동산 가격은 현지 유통업체가 기존 3.99달러로 판매하던 제품을 1.99달러로 내려 판매하던 것이었다.

미국 현지 유통업체들은 해외에서 수입하는 식품 제품들의 경우 반품이 불가능한 만큼 유통기한이 임박한 경우 큰 폭 할인해 판매하는 특별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각 유통점 제품 할인행사의 경우 특별하게 정해진 가격 범위가 없고 제품 상태와 유통기한을 고려해 개별 유통점 별로 들여와 공급상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맛동산의 가격논란은 특별 할인행사 가격을 대부분 유통업체에서 판매하는 제품 판매가격으로 따져 국내 판매가격과 비교한 것이었다. 

현재 한류를 타고 국내 많은 업체들이 세계 곳곳에 그 존재를 알리고 있다. 덕분에 해외에 있는 동포나 유학생들 사이에서 'Home sick(향수병)'은 음식으로 위로받을 정도가 됐다. 

그러나 '식품 한류'라는 말은 단순 기업들만의 바람이 돼선 안 된다고 본다. 홍콩영화가 국내에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졌듯 한류도 한바탕 회오리에 그칠 수 있음을 상기하면서, 그 틈으로 전 세계에 깃발을 꽂는 기특한 우리 기업들을 격려하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이런 가운데 이번 취재에서 알게 된 이번 방송의 다른 문제도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통업체가 소비자 판매가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를 알리지 않고 수출회사에서 이를 결정하는 것처럼 책임을 물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것이다.

언론은 사회환경을 감시하고 대중을 계도하며, 문화를 전수하는 동시에 오락도 제공하는 기능 등을 가졌다. 그러나 급격히 발달한 SNS문화는 마치 화산과도 같은 우리네 정서와 맞물리고, 이를 감안하게 된 언론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위해 무리한 보도생산에 나서고 있다.  

지난 1981년 워싱턴포스트 1면에 재닛 쿡 기자는 어머니의 정부(情夫)에 의해 헤로인을 맞고 마약에 중독된 8살 지미의 일상을 취재한 기사를 실었다. 사회는 분노했고 지미를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후 재니 쿡은 이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았지만 결국 지미가 허구의 인물이었음이 밝혀져 워싱턴 포스트는 이미지에 먹칠을 당했을 뿐 아니라 장장 4면에 걸쳐 사과문과 진상을 밝히는 기사를 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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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매체에 대해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저마다 처음 시작한 뜻이 다르겠지만 현재 이 시점에서 언론인들은 초심을 기억해 바르고 정확한 정보 전달, 그리고 이를 위시한 보도와 논평이 기사의 원칙임을 다시금 아로새길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