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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순천대 의대 유치, '구걸'로 비춰지는 이유

박대성 기자 기자  2014.08.17 14: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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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립 순천대학교가 새누리당 이정현 국회의원 배출을 계기로 숙원사업인 의과대학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최근 새누리당 수뇌부가 대학을 방문한 자리에서 의대 신설의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설득하지 못해 당사자들의 기분만 잡쳤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순천대학교는 광복절을 앞둔 지난 14일 오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현장 최고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순천대에 의과대학 설립 필요성을 호소했다.

이날 11시30분 열린 순천대 최고위원회 간담회에는 김무성 대표와 여당 첫 지역구 의원인 이정현 최고위원, 그리고 이인제 최고위원, 주호영 정책위 의장, 김태원 중앙위 의장, 박대출 대변인, 의사출신 박인숙,신의진 의원 등 40여 명이 참석하는 등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새누리 최고의원들이 이날 순천과 광양을 방문한데는 이정현 의원이 7.30 보궐당시 △광양만권 활성화 △순천만정원 국가정원화 △순천대 의대 유치 등의 공약사항 점검차 광양,순천지역을 순회한 것이다.

이정현 의원 당선을 계기로 호남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전향적인 태도로 받아들여졌다.

◆"개교 80주년 큰선물 달라"는 순천대 총장

이날 첫 브리핑은 송영무 총장이 맡았다.

그는 "전남 인구 190만명 가운데 동부권역이 100만명, 그리고 서부경남까지 포함하면 120만명에 달하고 여수산단과 광양제철소가 있어 응급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도 대학병원이 없어 중증환자가 이송도중 숨지는 사례가 많다"며 의대 신설 필요성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또 "순천대학(옛 순천공립농업학교)이 개교 79주년이 됐는데 옮기지않고 오늘날까지 이 자리에서 자력으로 발전한 것은 역으로 보면 외부 도움없이 성장해 왔던 것"이라며 "새누리당에서 이번에 순천대 개교 80주년을 앞두고 큰 선물을 하나 주셨으면 한다"며 거듭 의대신설을 요청했다.

패널로 섭외된 일부 시민들도 "뇌졸중, 산재환자가 대학병원이 없어 광주 대학병원으로 이송중 숨진 숨졌다"며 비슷한 얘기를 나였했고, 한 시민은 "이정현을 찍은 것은 잘생겨서도 아니고, 순대 의대 때문"이라며 비논리적인 표현으로 의대 필요성을 주장했다.

   
순천대 송영무 총장이 새누리당 지도부가 방문한 자리에서 의대 유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 박대성 기자

또 일부 인사는 애교심이 넘친 나머지 '버럭' 목청을 높이다 제지당하는가 하면, 일부 순천출신 인사는 농담을 섞어가면서까지 설득했으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체적으로 의대 필요성에 수긍하지 못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의 발언을 청취한 김무성 대표는 "여기 온것은 의대 해결방법이 있으면 공약을 추진하려고 왔는데 오늘 너무나 실망이 크다"며 "이 문제는 여당 대표가 약속한다고 절대 되는 것이 아니며 그러면 전국의 의사와 의대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 측의 준비부족을 질타했다.

순천대는 여당 대표들을 초대해 놓고 논리적으로 수긍시키는데 실패하고 "무조건 의대" 만을 외쳐 지역구 이정현 의원조차 곤혹스런 표정으로 수습에 애를 먹기도 했다.

◆섬지역 의료소외 주장하는 목포대 뒤집을 논리 빈약

전남에서 의대를 유치하는 곳은 목포대와 순천대 두 곳이다. 순천대는 산단이 많아 응급의료기관의 필요성을 역설하는데 반해 목포대는 섬지역 의료사각지대를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전남서부권은 신안,완도,진도 등의 경우 섬지역이 많아 응급환자 발생시 헬기가 동원되는 실정이고 정기적으로 '병원선(船)'이 순회할 정도로 의료낙후지역이다.

진도 세월호 참사여파에서 보듯 목포권에 대학병원이 없어 진도병원과 해남종합병원, 목포한국병원 등지로 환자 이송난이 벌어져 응급환자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대학병원 필요성이 확연히 각인됐다는 평이 역으로 나왔다.

이날 순천대의 설명은 '의료사각지대론'을 제기하는 목포대의 논리를 뛰어넘지 못한 졸작이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지적이었다.

또한 순천대 측이 '인구 100만권'에 대학병원이 없다는 구역설정도 애매했다는 평이다. 전남동부+경남서부(하동, 남해, 사천)를 억지로 갖다붙이며 120만명 권역에 의대가 없다는 논리를 폈는데, 이 또한 작위적이다.

사천(삼천포)은 진주시와 동일생활권으로 경남지역 거점국립 경상대학교병원(진주)이 있어 순천으로 환자가 올 가능성이 희박하다. 진주 출신 박대출 의원이 봐도 웃길법한 얘기다. 굳이 갖다붙이자면 광양과 인접한 하동 정도이다.

이와관련해 전남동부권 최대 규모인 가톨릭계열 성가롤로병원 응급환자의 지역별 분포도를 보면 순천,광양, 여수, 구례지역 환자가 90% 이상이고, 하동,남해지역 환자는 극소수이다. 벌교는 화순 전남대병원을 더 선호한다.

◆20년간 묶인 의대정원 신설 명분 설득 부족

김무성 대표의 지적을 받은 송영무 총장이 준비부족을 인정하면서 배수의 진을 치고 설명한 의대유치 복안 3가지도 빈약하기 짝이없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수군거림이었다.

송 총장은 △전국유일 전남에만 의대가 없다는 점 △전북 서남대 의대폐과시 정원을 전남에 옮겨오는 방법 △전국 41개 의대정원을 일률적으로 줄여 순천대에 넘겨주는 방안 등이 있다고 궁색하게 보고했다.

이것은 광주시가 광역시로 분리독립한 것을 설명한 것일 뿐, 이런 논리라면 충남에도, 경북에도 의대가 없기는 매한가지다.

국립공주대는 도청소재지인 내포신도시에, 국립안동대도 수십년째 의대나 한의대 유치를 청원하고 있고, 창원대도 도청소재지 통합 창원시 인구 100만명에 의대가 없다며 정치권에 수년째 요청하고 있다.

새누리당 수뇌부가 순천으로 내려왔다는 점은 지방대학으로서는 호기임에도 놓치 부분이 아쉽다는 평이다. 대학 측은 의대를 달라는 떼만 썼지 의대가 인가될 경우 어떻게 하겠다는 각론에서는 세밀치 못했다.

일반학과와 달리 의과대학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의사협회 등과 의사인력 수급상황을 봐서 인가되는 학과로 정원내에서 신설 또는 폐과하는 일반 학과와는 다르다.

이 때문에 1996는 김영삼 정부시절 4개대학 삼성그룹이 물밑지원한 성균관의대, 산부인과로 유명한 분당차병원, 가천 길병원, 대전을지의대 등 4곳에 불과했으며, 이후 20년 가까이 의대 신설이 불허되고 있다. 당시 의대를 희망한 의료재단이나 대학들이 교육부 등을 상대로 치열한 물밑 로비가 있었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한 전북 서남대 의대를 폐지하려는 교육부 의지도 행정소송 끝에 패소해 서남대의대 폐지는 현재로서는 강제적으로 퇴출이 어렵다.

서남대 의대를 순천대로 끌고오겠다는 대학 측의 계획도 가망이 낮다. 설사 서남대 의대가 폐과될 경우 국립군산대학교가 '전북 몫'이라며 새만금.군산으로의 의대유치를 벌써부터 희망하고 있을 정도다.

그리고 전국의 41개 의대정원에서 갹출받아 의대를 설립하겠다는 순천대 발상은 한마디로 불가능에 가까운 순진무구한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이 의료계 진단이다.

의대와 대학병원 신설에는 수천억원대의 신규예산이 발생하는 만큼 정부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기업들과의 MOU 투자약속을 받지않은 것도 패착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대학 측의 준비소홀만 부각된 셈이다.

1996년 당시 의대유치에 나섰던 의사출신 설립자인 목포세한대는 목포중앙병원을, 진주국제대는 한마음병원을 재단산하 병원으로 두고 의대만 인가해주면 정부지원없이 곧바로 부속병원으로 활용하겠다며 교육부를 설득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점에서 순천대는 의대신설시 부속의료시설 활용 면에서나, 아니면 순천대 공대캠퍼스 추진 때처럼 대기업 자본을 유치하겠다는 등의 인프라 구축없이 무작정 의대를 달라는 읍소는 설득력이 한참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순천대는 겨우 '의대유치 77만명' 서명을 받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이날 김무성 대표가 한 말을 새겨들을만 하다.

그는 "우리가 여기 온것은 순천대를 도와주려고 온 것인데 준비가 너무 부족하다"며 "모든 준비를 해놓고 이러이러한 것만 도와주면 되겠다는 구체적인 복안이 있어야하는데 오늘 브리핑은 너무 실망스럽다"며 냉정하게 말했다.

◆순천대 의대보다 대학병원이 현실적

또한 순천대학이 의대 동력확보를 위해서 산재환자가 많은 광양에 부속병원을, 의과대학 본부는 여수에 두겠다는 등의 연합마케팅을 브리핑하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물론 이런 제안은 순천대 의사와는 달리 순천시에서 3개시 광역화를 염두에 두고 일방 제안을 내놓은 적은 있지만, 대학 측이 이를 적극 수용해 새누리당 수뇌부의 수긍을 얻었어야하지 않았겠냐는 말도 나돌고 있다.

이에 앞서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주철현 여수시장은 "순천대 의대가 유치될 경우 대학병원은 여수에 지어달라"고 말한 점으로 미뤄 순천대학 측이 이를 간과한 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아니면, 광양과 가까운 순천 신대지구 병원부지에 의대를 유치하겠다는 방안을 내놓는다던지, 한때 공동유치가 모색됐던 창원대와 공동으로 산재전문 '산업의대'를 추진하겠다던지 등의 각론부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새누리 수뇌부에는 의사출신이 2명이나 있었음에도 효과적으로 설득하지 못했다.

물론 신의진 의원의 경우 냉랭한 당 지도부 방침과 달리 공공의료인력 확충 측면을 강조하면 의대신설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설명도 있었고, 이인제 의원도 "전국의 의대 가운데 부속병원 등의 의대인가 당시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대학을 구조조정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다독이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기류는 부정적이었다.

일부 참석의원들은 점심시간을 넘기면서까지 간담회가 이어지자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딴청을 피우는 등 따분해하는 분위기도 전해졌다.

관심이 많아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다는 시민 윤모씨(54)는 "간담회 패널섭외부터 브리핑까지 여당의원들에게 데이터를 제시해 설득하고 공감대를 넓히기는 커녕 구걸하는 것 같아 답답했다"며 "지역에서는 대학병원이 필요하지 의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순천대가 애써 강조한 "대학병원이 없어 응급환자가 이송도중 숨진다"는 주장에 대해 새누리 의원 일부는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을 활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냉소도 이어졌다. 의사인력이 과잉배출되고 있다는 의료계 기존 주장도 되풀이됐다.

600병상 규모의 성가롤로병원을 가봤는데 이를 활용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한 국회의원의 발언도 나왔고,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에 대학병원을 유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광양만권경제구역에 대학병원이라면 외국투자병원 또는 자금때문에 투자를 꺼리는 조대병원 분원, 아니면 이정현 의원 배출을 계기로 확산되고 있는 영.호남 화합차원의 경상대병원 등도 검토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굳이 순천대학에 의대를 신설해야 하는 명분이 사라지게 돼 대학 측의 또다른 고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진단이다. 이에 대한 해법이 전무하다시피 한 것도 대학 측이 향후 대응논리 개발이 필요한 부분이다.

순천대학이 2010년 약대를 유치할 당시 목포대와 전남권 몫을 25명씩 배분한 사례를 활용해 독식보다는 공동유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한 유치 가능성이 낮은 의대보다는 대학의 전신인 순천농업학교의 강점을 살려 농업학과 특화 또는 축산관련 수의과대학 등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동문들의 주문도 있다.

이 자리를 마련한 이정현 의원은 분위기가 가라앉자 "아직 준비는 부족하지만 나도 같이 대안을 찾겠다"며 "김 대표님과 최고위원, 당직자들과 상의해서 작은 가능성이라도 키워 실현해 나가겠다"고 논란을 서둘러 매듭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