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기자 기자 2014.08.14 12:45:17
[프라임경제] 박종수 한국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 회장이 지난해에만 3억원에 가까운 협회 예산으로 외유성 출장을 나갔다는 주장이 불거졌다. 특히 박 회장이 부인과 함께 예루살렘 성지순례와 와이너리 방문 등 업무와 무관한 관광일정을 대거 포함시켰다는 주장에 업계의 눈총이 따갑다.
금투협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선물사 등 국내 금융투자업계를 대변하는 민간협회로 회원사들의 회비 수입이 전체 예산의 대부분이다. 증권업 부진에 상당수 회원사들이 대규모 구조조정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에서 협회장은 수억원대 외유 논란에 휘말린 셈이다.
◆직원은 스트레스에 사망, 회장은 부부동반 외유?
14일 금투협 노동조합(위원장 이호찬)은 박종수 회장의 외유 의혹과 잇따른 직원 사망에 대한 박 회장의 책임론을 강도 높게 제기했다. 오는 12월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재선을 노리고 있는 박 회장이 노조와 정면으로 각을 세우면서 양측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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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수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 ⓒ 금투협 |
한 달여 만인 6월29일에는 이스라엘 벤처산업을 견학한다며 출장길에 올랐으나 현지 일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역시 부부동반이었으며 박 회장은 예루살렘 성지순례와 베들레헴, 사해 투어, 크레타섬 유적지 등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같은 해 9월에는 룩셈부르크와 벨기에 브뤼셀을 퍼스트클래스를 이용해 방문했고 총 7951만6800원의 비용을 지출했다. 역시 2013년 10월에는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소재의 와이너리를 찾았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이호찬 금투협 노조위원장은 "당시 출장 명목은 뉴욕 금융시장 시찰이었지만 평소 와인 애호가로 알려진 박 회장이 스털링빈야드 와이너리 방문을 일정에 포함시켰다는 뒷말이 무성하다"고 전했다.
노조는 또 박 회장이 미국 출장 일정에 유람선 관광과 브로드웨이 뮤지컬 관람 같은 업무 외 일정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고도 주장했다. 해당 일정에 소요된 비용은 총 1억5093만3600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금투협 국제부 총예산은 11억6400만원으로 이 가운데 약 4분의 1이 박 회장 부부의 '호화여행'에 쓰인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기본급에 성과급 100%, 별도 업무추진비 月 1200만원
이 위원장은 특히 지난 6일 사망한 고 정규윤 파생상품서비스본부장 직무대행(이사)이 사측의 과도한 업무 부담과 질책에 시달렸으며 상당수 직원들이 건강에 이상을 호소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정 이사가 담당했던 부서 전현직 담당자들 상당수가 투병중"이라며 "전임 최모 부장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담낭암 말기 진단을 받았고 같은 부서 직원들도 연이어 갑상선엄, 위암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측이 보직박탈과 징계성 지방발령, 직무대리제도를 도입하면서 직원들을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몰고 있다는 것.
이 위원장은 "정 이사의 경우 재작년 갑자기 부산지회로 발령 받은 이후 복귀했지만 '직무대리'라는 애매한 직책에 묶여 업무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으로 안다"며 "직원들은 사측의 '조직 쥐어짜기'로 시달림을 당하는 와중에 박 회장은 부인과 호화 해외출장을 다닌 셈"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금투협 회장의 고액 연봉과 높은 처우가 또다시 여러 말을 낳으며 상황은 업계 전반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6개 협회의 임직원 연봉 현황을 조사한 결과 박종수 회장은 지난해 5억3200만원을 받아갔다.
기본급 2억8170만원에 성과급을 더한 금액이다. 박 회장은 성과급을 기본급의 최대 100%까지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에도 박 회장의 연봉은 5억4449만1416원에 이르렀다. 여기에 매달 1200만원씩, 연 1억4400만원의 업무추진비는 별도로 챙겼다.
김 의원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정 노력을 기울여 연봉을 대폭 삭감한 것과 달리 협회의 방만 경영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금융사를 회원사로 둔 협회는 공시 의무도 없고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등에도 정보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