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 유통업체 고객센터에서 텔레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이모(39·여)씨는 8년 전만해도 중견 IT회사의 정규직 사원이었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기 어려워지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남편의 월급으로는 아이들의 교육비와 생활비가 빠듯했던 이씨는 예전의 적성을 살려 재취업을 하고 싶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8년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업무시간은 동일하지만 임금은 1/2로 줄었다. 하지만 이 마저도 계약직으로 다음달 재계약을 할 수 있을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가장 훌륭한 자산은 집도 아니고 저축도 아닌 '일자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전업주부를 비롯한 기혼여성들의 구직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특히 60세 이상의 여성구직자들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벼룩시장구인구직(대표이사 백기웅)은 최근 자사 사이트를 통해 취업활동을 한 구직자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2014년 1월~6월) 신규로 이력서를 등록한 여성 기혼자 구직자 수가 지난해 하반기(2013년 7월~12월) 대비 25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14일 밝혔다. 이 같은 결과는 동기간 전체 신규 이력서 증가율(180%)보다 크게 앞서는 수치다.
특히 40-60대 주부들의 취업 욕구가 눈에 띄게 늘었다. 40대 기혼 여성 구직자는 전년 하반기 대비 269%, 50대는 265%의 증가율을 보였다. 또한 60대의 경우 전체 기혼 여성 구직자의 2%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이력서 증가율에 있어서는 400%를 육박했으며 30대는 245%, 20대는 155% 증가율을 나타냈다.
학력별로는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기혼여성들의 증가율이 눈에 띈다. 전문대졸 334%, 4년제 대졸 286%, 대학원 이상 31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고졸 이하'는 234%로 상대적으로 낮은 증가율이었다. 잡코리아는 이러한 현상을 불경기가 장기화 되면서 출산과 육아를 위해 직장을 떠나 경력이 단절됐던 고학력, 고숙련된 여성들의 경제활동 욕구가 커지면서 취업시장에 많이 유입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반면 고용시장을 떠났던 여성들이 정규직의 양질의 일자리로 재취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혼여성 구직자들이 가장 희망하는 근무형태는 역시 '정규직'인 것으로 조사됐지만 전체 비율로 살펴봤을 때는 정규직 희망자는 80%에서 73.3%로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반면 계약직과 아르바이트의 경우에는 작년 하반기 대비 각각 4.7%, 3% 증가했다.
기혼여성들이 가장 선호한 직종은 '사무·경리'였다. 하지만 전제 비율로 봤을 때 작년 하반기 대비 가장 많이 급증한 직종은 '상담·영업'직으로 2.6%(3.8%->6.4%)가 증가했다. 이어 △간호·간병·의료(0.8%) △사무·경리(0.6%) △요리음식(0.4%) △교사·강사(0.4%) △매장관리(0.3%) 등의 순이었다.
이동주 벼룩시장구인구직 본부장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재취업을 희망하는 기혼 여성이 크게 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 기혼여성 구직자들은 정규직 보다는 비정규직을, 전문직 보다는 서비스·판매·단순노무 업종으로 재취업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기혼여성 구직자들이 양질의 일자리로 재취업하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재취업을 원하는 기혼 여성들이 늘어나는 만큼 질 좋은 시간제 일자리 등도 함께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