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지인의 결혼식 참석차 홍콩을 방문했습니다. 홍콩은 홍콩 섬과 구룡반도로 나눠져 있는데요, 국제금융의 중심지인 센트럴과 은행·금융기관들은 홍콩 섬에 몰려있습니다. 구룡반도에는 일반시민들의 주거지역과 전통시장이 분포돼 있죠.
홍콩의 땅값은 비싸기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부유층만 거주할 것이라고 여겼던 홍콩 섬에서는 주말이면 생소한 광경이 펼쳐지곤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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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중심부인 센트럴에서는 주말이면 거리로 쏟아져 나온 필리핀 가정부들이 삼삼오오 노숙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 추민선 기자 |
센트럴 시내에 들어섰을 때 중심부 건물 아래, 육교 등 곳곳에 모인 필리핀 여성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들은 '아마'라고 불리는 필리핀 가정부들이었습니다.
이들은 '홍콩드림'을 위해 이곳으로 건너와 가정부로 일하고 있습니다. 타 국가 노동자보다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고 대학교육까지 받은 고학력 여성들이라, 홍콩사람들은 저렴한 가격에 채용할 수 있는 이들을 선호한다고 하죠.
그런데, 주말이 되면 가족만의 시간을 갖기 원하는 고용자들의 요구 때문에 아마들은 딱히 갈 곳이 없어 길거리에서 하루를 보낸다고 하네요. 이들은 매월 가정부 급여 우리 돈 50만원을 받고 급여의 대부분을 필리핀 가족에게 송금하고 있다 합니다. 머물 곳이 마땅치 않은 아마들은 주말이면 겨우 비와 햇빛을 막아줄 만한 건물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죠.
필리핀 국내총생산의 무려 14%가 해외노동자로부터 넘어오는 돈이라고 합니다. 아마들은 고단한 타지생활에서 쉴 방 한 칸조차 없이 지내고 있지만, 정작 아마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삼사오오 모여 함께 준비해온 음식을 먹으며 카드놀이, 게임 등을 즐기기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같은 처지의 동료들과 즐겁게 주말을 보내는 모습이었습니다.
실제 이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세계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잘 먹고 잘 사는 듯 보이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라는 사실이 떠올라 잠시 복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마들이 고단한 삶 속에서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 가슴에 품은 홍콩드림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객지 생활'로 가족들이 풍요롭고 건강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이 오늘도 홍콩 10만의 아마들이 살아가는 원동력인 듯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