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상·하한가 제한폭 30% 확대안 실효성 논란…"소문난 잔치될라"

과거에도 효과 입증하기 어려워, 추가 대책에 관심집중

이수영 기자 기자  2014.08.13 11:13:0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정부가 12일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내놓은 유망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활성화 대책을 두고 실효성에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금융부문 정책 가운데 핵심으로 꼽히는 상·하한가 가격제한폭 확대 방안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의 반응은 예상보다 미지근하다. 증시 활성화에 필요한 조치는 맞지만 직접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탓이다.

◆"거래대금·회전율 증가 효과는 미지수"

금융위원회는 이날 주식시장 하루 가격변동 제한폭을 현재 ±15%에서 ±30%로 높인다고 발표했다. 내년 1월1일 유가증권시장에 우선 도입되며 단계적으로 코스닥시장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일단 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뉴욕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증시처럼 증시의 탄력적인 운영을 통해 거래대금과 회전율 증가에 일조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체적인 거래대금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중장기적으로 시장이 성숙되는 과정에서 증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과거 '상한가 굳히기' 같은 일부 주가조종 세력의 가격왜곡 우려도 있겠지만 추가적인 보완책을 통해 부작용을 줄이는 과정이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과거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상하한가 가격제한폭을 6%에서 현행 15%로 2배 이상 확대 운영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동성 확대 정책이 실제 거래대금 및 증시 활황으로 직결됐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한국거래소, 동양증권 리서치센터  
정부는 과거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상하한가 가격제한폭을 6%에서 현행 15%로 2배 이상 확대 운영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동성 확대 정책이 실제 거래대금 및 증시 활황으로 직결됐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한국거래소, 동양증권 리서치센터
유승창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 실제 증권업종 수익 확대로 이어지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정책 방향성이 일관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국내증시의 고질적인 한계로 지목됐던 낮은 거래대금과 박스권 등락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변동성을 억제하기 위해 확대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고 추가적인 변동성 완화 장치도 병행할 공산이 큰 탓이다.

서 연구원은 "대형주보다 가격변동성이 큰 중소형주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여 전체 시장에는 그다지 변화가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과거에도 가격제한폭 확대 방안이 시행됐지만 실제 거래량 및 회전율 상승이로 이어졌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도 이유다.

원재웅 동양증권 연구원은 "과거 ·1999~2002년까지 거래량과 회전율이 폭발적으로 늘었던 이유는 가격제한폭 완화보다는 1998년 IMF 사태 이후 증시활황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로 봐야 한다"며 당국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의 2~4% 수준으로 확대폭을 제한할 수 있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고은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국내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과 주식시장의 개인거래 비중이 줄어들어 이번 조치는 과거대비 영향력이 적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앞서 1995년 유가증권시장에 대해 가격제한폭을 6%로 변경한 이후 이듬해 8%로 상향조정했으며 1998년 3월과 12월에 각각 12%, 15%로 확대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책에 따른 시장 규모의 레벨업이 이뤄졌다는 주장과 의미 있는 변화는 없었다는 의견이 맞서는 상황이다.

◆"과거 상·하한가 제한폭 확대, 실제 효과 적어"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2008년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KRX 가격제한폭제도의 유효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상·하한가 빈도를 분석해보니 가격제한폭에 도달하는 빈도는 8% 기간 중 가장 높았고 현행 15% 기간에 오히려 가장 낮았다"며 "이번 조치가 거래대금 증가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2005년 연구발표에 따르면 가격제한폭이 8% 수준이었던 1996년 상, 하한가 도달 빈도가 가장 높았으며 15%로 확대된 1999년에는 오히려 도달빈도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격제한폭 확대가 실제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 자본시장연구원,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자본시장연구원의 2005년 연구발표에 따르면 가격제한폭이 8% 수준이었던 1996년 상, 하한가 도달 빈도가 가장 높았으며 15%로 확대된 1999년에는 오히려 도달빈도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격제한폭 확대가 실제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 자본시장연구원,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해당 자료에 따르면 당국이 상하한가 제한폭을 8%로 잡은 1996년 당시 하한가 및 상한가 빈도는 각각 9.0%, 9.6%였다. 이에 비해 15%로 확대된 1999년에는 각각 3.0%, 5.2%로 급감했다. 또한 제도 시행 6년째인 2005년에는 하한가와 상한가에 이르는 빈도가 0.5%, 1.3%에 그쳤다. 가격제한폭 제도가 변동성에 제약요인이 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손동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가 시장이 기대하는 증시부양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당국은 증시 변동성 확대보다는 기업의 상장 활성화에 훨씬 무게를 두고 있고 내용상으로도 시장의 가격 발견기능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번 정책을 필두로 향후 증시 활성화를 위한 추가적인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손 연구원은 "이번 정책은 기존 '초이노믹스'의 연장선상으로 특히 규제완화 스탠스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원재웅 연구원도 "금융당국의 증시부양 의지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만큼 이에 준하는 증시활성화 대책이 추가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이번 상·하한가 변동폭 확대 방안과 함께 과도한 변동성 확대를 막기 위해 동적·정적 변동성 완화장치를 함께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동적 변동성 완화장치는 개별종목의 장중 주가가 특정호가에 의해 가격이 급격하게 움직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는 호가제출 직전 체결가격에 발동가격률(코스피200종목 3%, 일반 및 코스닥종목 6%)을 감안한 수준 이상으로 주가가 움직일 경우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는 제도다.

과거 주가조작을 위해 특정 세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에 호가를 내는 식으로 상한가를 유도하는 '상한가 굳히기'를 막기 위해 마련된 장치로 오는 9월 중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적 변동성 완화장치는 전날 종가 또는 직전 단일가에 발동가격률을 감안한 수준 이상으로 움직이면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는 제도다. 발동가격률은 추후 결정될 예정이며 이 같은 보완책은 가격제한폭 제도가 없는 뉴욕과 유럽 등 선진국 증시에서 활용되고 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증시 가격제한폭 확대안을 포함해 기업의 상장 활성화와 퇴직연금 제도 개선 및 금융지주사 경영 합리화 대책도 함께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신규 상장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 상향 △상장기업의 분리형 BW(Bond with Warrant·신주인수권부사채) 공모발행 허용 △퇴직연금 자산운용 규제 및 세금부담 완화 △퇴직연금 세액공제 납입한도 확대 △금융지주사 복합점포 기준 합리화 및 지배구조 합리화 △금융지주사 해외진출 촉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