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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신화 '팬택' 워크아웃 5개월만에 법정관리行

책임론 속 협력업체들 연쇄 부도 위기, 경영정상화 가능성은?

최민지 기자 기자  2014.08.12 18: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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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벤처신화를 일궜던 팬택이 뒤안길 운명에 직면했다. 지난 3월 2차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후 5개월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것.

업계는 채권단 실사에서 계속기업가치 3824억원이 청산가치 1895억원보다 높게 나온 만큼 팬택의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청산가치가 높을 경우 팬택은 청산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팬택은 법정관리 신청 후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통사가 팬택 단말 구매를 꺼려하는 상황과 스마트폰시장 경쟁 심화를 감안하면 팬택의 회복 가능성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채권단-이통사, 책임론 불거질까?

팬택의 법정관리행의 1차 책임은 팬택 경영진에게 있으나 정부·채권단·이통사 또한 그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3월부터 45일간 이동통신 3사에 대한 순차 영업정지를 실시했다. 이때 이통3사는 팬택 단말을 약 13만대 선구매했으나, 대부분 재고 처지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정지 조치 속의 시장 특수성으로 워크아웃 중인 팬택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된 것.

팬택 단말 구매를 거부한 이통사에게도 책임론이 제기된다. 이통사는 출자전환 대신 채무상환을 2년간 유예키로 했으나 지난 6월부터 팬택 단말을 구매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팬택이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이통사에 팬택 단말 구매를 요청했으나 이통사는 재고단말 부담을 이유로 매번 난색을 표했었다. 이에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이통3사가 팬택 단말을 구매한 건은 0건으로 전해졌다. 단말 구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협력업체에게 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통사의 단말 미구매가 이번 법정관리행의 주요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은 팬택 경영정상화 책임이 있는 채권단이 이통사에게 책임의 화살을 넘기고 있다는 지적에 시달리는 중이다. 앞서, 채권단은 팬택 채무 3000억원 출자전환 조건으로 이통사의 출자전환을 내세웠다. 이통사가 출자전환을 진행할 경우 신규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 이에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팬택을 살리기 위한 적극적 방안 없이 이통사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결정으로 550여개에 이르는 팬택의 협력업체들은 연쇄 부도 위기에 놓였다. 팬택은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법원 주도로 회생 방안을 추진할 수 있으나, 팬택의 채권·채무가 동결됨에 따라 협력사들은 부품 대금을 받을 길이 막막해졌다. 팬택은 협력업체에 지난달 지급해야 했던 채권 360억원을 연체했고 이달 11일에도 200억원의 채권을 막지 못했다.

이와 관련 팬택 협력업체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550개 협력업체들은 금융권으로부터 카드정지·가압류, 이자 및 원금회수 독촉을 심하게 받고 있다"며 "협력사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며 한 기업의 경영난으로 수많은 기업이 사라질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호소한 바 있다.

◆2위 휴대폰 제조사에서 법정관리까지

법정관리 신청을 한 팬택은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중견기업까지 올라서며, 한때 국내 휴대폰시장 2위까지 등극한 바 있는 벤처신화의 대명사다. 그러나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애플의 양강구도가 형성되고 보조금 규제 강화가 거세지자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맞서 팬택은 박병엽 창업주가 적자 경영책임으로 물러나고 인력 감축 등 내부적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했으나, 재무건전성은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팬택은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1차 워크아웃 졸업 26개월만에 두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됐다.

2차 워크아웃부터 법정관리 신청까지 걸린 시간은 단 5개월. 이 기간 정부와 이통사·채권단의 책임론이 불거졌으나 대책을 찾지 못한 팬택은 결국 12일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것이다.

채권단은 지난 6월 팬택에 출자전환을 추진하며 이통사에도 출자전환을 요청했으나 이통사는 출자전환 대신 채무상환을 2년간 유예키로 했다.

무엇보다 이통사는 팬택의 재고물량을 이유로 추가 단말 구매를 피해왔다. 팬택은 협력업체 대금을 지급할 길이 없는 상황이라 이통사에 추가 단말 구매를 지속 요청했었다. 6월부터 이통사에게 공급하는 단말이 없었던 상황에서 협력업체 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팬택은 결국 법정관리행을 택했다.

일각에서는 팬택의 매각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힘든 상황인 만큼 중국·인도 업체에 매각할 가능성도 높다는 전언이 나온다.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는 팬택은 국내·외 특허 4800여건 및 지식재산권 1만8700건을 보유 중이다.

실제 인도 2위 스마트폰 제조업체 마이크로맥스는 팬택 인수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