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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소리없는 왕따, 사이버 불링

이보배 기자 기자  2014.08.12 16: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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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주말 오랜만에 묵혀뒀던 영화 한 편을 감상했습니다. 평소 코미디나 스릴러, 공포 등 자극적인 장르를 좋아하는데 이날 고른 영화는 '우아한 거짓말'이었습니다. 포스터만 봐도 '우아'보다는 '우울'에 가까운 영화였는데요.

역시나 영화는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을 다룬 영화더군요. 사진 속 영화 주인공들은 환하게 웃고 있지만 영화 속 주인공 '천지'와 그를 대하는 친구들의 모습은 잔인함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다른 친구들보다 1시간 늦은 생일파티에 초대받은 천지가 다른 친구들이 식사를 다 끝난 뒤 혼자 밥을 먹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천지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은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천지가 혼자 밥 먹는 모습을 욕하고 비웃죠. 일명 '카따(카카오톡 왕따)'라고 불리는 왕따 유형입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왕따를 당하는 친구는 같이 있는 친구들과 전혀 의사소통을 할 수 없고, 이러한 소외감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영화 '우아한 거짓말'을 통해 소리없는 왕따, 사이버 불링의 잔인함을 엿볼 수 있었다. 오늘도  
영화 '우아한 거짓말'을 통해 소리없는 왕따, 사이버 불링의 잔인함을 엿볼 수 있었다. 오늘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우아한 거짓말의 결과에 마음이 아프다. ⓒ 우아한 거짓말 포토

이 같은 '카따'를 비롯해 인터넷 또는 SNS, 카카오톡 등의 스마트폰 메신저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해 상대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행위 또는 그러한 현상을 '사이버 불링'이라고 하는데요. 이 행위가 더 확대되면 인터넷 게시판에 피해 상대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성매매 사이트 등 불법·음란사이트에 피해 상대의 신상정보를 노출시키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사이버 불링, 사이버 왕따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는데요. 오프라인 왕따와 달리 사이버 불링은 스마트폰 등으로 언제든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어 24시간 학교 폭력에 시달리게 됩니다.

또 추적하기 쉽지 않은 온라인의 특성상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아내기가 힘들고, 가해 학생들은 익명성으로 인해 더욱 과격한 표현을 서슴없이 하게 되는 것이죠.

사이버 불링은 시간의 제약뿐 아니라 공간의 제약도 없앴고, 온라인상 일단 한 번 게시된 욕설과 비방은 많은 사람들이 복제를 하면서 순식간에 퍼집니다. 이렇게 퍼진 글은 완전한 삭제가 어려워 삭제되지 못한 게시글은 2, 3차 피해로 이어지겠죠.

사이버 불링의 가장 큰 문제는 피해의 심각성에 비해 가해학생들이 이를 범죄로 느끼는 의식이 현저히 낮다는 데 있습니다. 가해학생들은 범죄의식은커녕 이를 하나의 놀이나 오락쯤으로 생각합니다. 한명을 다 같이 따돌리고 괴롭힘으로써 가해학생들끼리의 유대감이 형성되고, 스스로 그것이 자기들끼리의 우정을 돈독히 만들어준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사이버스토킹부터 △사이버 비방 △이미지 불링 △아이디도용 △사이버 갈취 △사이버 성폭력 △사이버 감옥 △사이버 따돌림 △플레이밍 △안티카페 △사이버 명령 등 사이버 불링의 종류도 이렇게 많아졌는데요.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예방책이 사이버 불링의 확대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2012년 법개정으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사이버 불링도 학교폭력에 포함됐는데요. 이에 따라 사이버 불링이 발생한 경우 가해자는 학교 내에서 봉사활동, 전학, 퇴학 등의 조치를 받게 됐습니다.

이에 더해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피해를 당했을 때는 혼자 고민하지 말고 주위 어른들에게 알리거나, 전문가와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번 없이 '117'번을 누르면 24시간 학교폭력 상담이 가능하고 수신인 '#1388'번으로 고민을 적어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면 상담원들이 상담을 진행해 줍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상담을 원하는 학생은 'Wee' 센터 고민상담 비밀게시판을 이용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