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두 은행이 '조기통합'이라는 중대사안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중이다.
하나금융그룹이 조기통합에 대한 '득'과 '실'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것에 맞서 외환노조는 2·17 합의 위반에 대한 '신뢰' 위반과 '득·실'의 가·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상황.
지난달 초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에 대한 열의를 드러내며, 표면위에 부각시켰다.
그룹 측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외환은행 인수 전 1조2070억원에 이르던 당기순이익이 인수 후 지난해 6550억원으로 반 토막 났으며, 외환은행도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1조6220억원에서 3600억원까지 급락했다. 날로 악화되는 경영환경에서 '수익성 악화 타개'라는 명목은 조기통합의 정당성을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통합 법인의 경우 다방면에서 10% 이상 두드러진 성장속도를 내는 만큼 조기통합 성과에 대한 신빙성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조 관계자는 "금융이라는 산업에서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으며, 2·17 합의서에 대한 위반은 이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외환은행의 악화된 재무상태 또한 조기통합으로 나아질 것이 없으며, 현재의 재무상태는 하나그룹이 만든 결과"라고 따졌다.
아울러 그는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한 하나그룹 경영진들의 책임을 묻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독립경영'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와중에 김한조 외환은행 은행장의 행보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외환은행 출신의 김 행장은 직원들의 예상과 달리 지난달 7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2·17 합의서는 외환은행의 독립경영과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종신보험 계약이 아니다"라며 "외환은행과 32년을 함께한 선배로서 후배 직원들에게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냉철한 이성으로 통합논의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김 행장이 직원들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함께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선두에 서서 조기통합을 외치는 모습에 직원 대부분이 등을 돌리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처럼 현재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조기통합을 두고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는 상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를 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일반적으로 통합은 예견된 사안이지만, 이를 위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직원들과 합의점을 찾아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원칙적으로 2·17 합의서는 5년 후 통합에 대해 다시 논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5년이라는 기간이 무리가 된다면, 이를 서로 조율하는 것이 우리 금융권의 안정을 위해서도 마땅한 일이다.
한편, 외환은행 노조는 12일 역대위원장 공동성명에서 "자행 출신인 김한조 은행장을 선임한 것이 결국 이런 역할을 위한 것이었느냐는 한탄마저 팽배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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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악화를 근거로 원칙을 무시하고 통합을 서두르는 것도 문제지만 원칙을 주장하며 악화되는 기업의 사정을 지나칠 수도 없는 현재다. 기업과 노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서로의 행동과 선택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