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동양증권(서명석·황웨이청 공동대표)이 오는 10월부터 '유안타증권코리아'로 간판을 바꾼다. 지난 6월 대만 최대 증권사인 유안타증권 품에 안긴지 넉 달여 만이다. 변경된 사명과 새 기업이미지(CI)는 오는 10월1일부터 적용된다.
동양증권은 13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대주주 변경에 따라 사명을 '동양증권주식회사'에서 '유안타증권주식회사(코리아)'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앞서 유안타증권은 지난 6월 계열사인 유안타 시큐리티즈 아시아 파이낸셜 서비스(Yuanta Securities Asia Financial Services)를 통해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의 보유 지분 27.06%(3766만6760주)를 인수하고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총 53.61%(2700억원 규모)의 지분율을 확보하며 동양증권 대주주가 됐다.
같은 달에는 기존 서명석 대표이사 사장과 황웨이청 유안타증권 국제경영부문 수석부사장을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해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대주주 자격 취득에 페이퍼컴퍼니 개입?
이 과정에서 동양그룹 회사채 관련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유안타증권의 대주주 자격 취득과 관련한 잡음이 일기도 했다. 지분 인수를 주도한 계열사가 주요 조세회피처 중 하나인 버뮤다 소재 페이퍼컴퍼니라는 점을 포함해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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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는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투기자본감시센터와 공동으로 동양증권의 대주주변경 승인 취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 측은 "금융위원회가 동양증권의 대주주변경 승인을 졸속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취소하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 투기자본감시센터 |
이에 대해 동양증권 측은 '지나친 억측'이라며 선을 그었다. 인수 과정에 참여한 계열사는 유안타그룹이 1990년대부터 해외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이며 대만 현지에서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특수목적 계열사를 활용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라는 것이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유안타뿐 아니라 해외투자를 하는 기업들이 해외법인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특수목적 계열사를 활용한다"며 "유안타증권도 자회사를 통해 우리를 포함해 여러 해외법인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한 외국 자본의 먹튀 논란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안타증권의 국내 진출은 범아시아 금융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중요한 사전작업 중 하나라는 얘기다.
◆"먹튀 오해 억울, 해외투자 때 비즈니스 관례일 뿐"
회사 관계자는 "유안타증권이 오랫동안 대만 최대 증권사 지위를 유지해왔지만 최대 목표는 아시아 주요시장 전역으로 사업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라며 "이번 인수작업도 아시아시장 확대전략 가운데 하나로 추진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동북아금융의 중심으로 꼽히는 한국과 중국, 홍콩, 대만의 유동성과 상품을 결합해 향후 싱가포르, 동남아시장 진출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 역시 유안타증권의 동양증권 인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NICE신용평가가 올해 상반기 동양증권의 신용등급을 'A-'로 기존대비 세 단계 상향 조정한 것을 비롯해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역시 지난달 각각 'AA-', 'BBB+'로 신용등급을 올려 잡았다.
신용등급 상향과 관련해 NICE신용평가는 "새로운 대주주 영입을 통해 훼손된 사업기반 회복과 신인도 제고를 추진하면서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사업기반 회복과 자본적정성 제고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유안타증권에 대해서는 대만 금융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유안타 파이낸셜 홀딩스(Yuanta Financial Holdings)의 증권자회사라는 점을 높이 샀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기준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 13.5%를 차지하며 IB(기업금융)와 채권, 금융상품, 선물거래 부문에서도 10~20% 이상의 비교적 높은 점유율을 구가하고 있다.
한편 동양증권의 전신은 일국증권으로 1984년 동양그룹이 인수해 이듬해 동양증권으로 명명됐다. 1988년 증권거래소 상장을 거쳐 2001년 10월 동양현대종합금융을 흡수합병하면서 종금 라이선스를 획득했고 같은 해 12월 동양종합금융증권(동양종금증권)으로 간판을 바꿨다.
2005년 동양오리온투자증권 흡수합병으로 사세를 확장했으나 2011년 종금라이선스 만료로 사명을 지금의 동양증권으로 다시 개명돼 명맥을 이어갔다.
그러나 작년 10월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 5곳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며 이른바 '동양사태'에 휘말리며 직격탄을 맞았다. 계열사 회사채에 대한 불완전판매 시비가 불거진 가운데 동양증권은 그룹 해체 이후 자체 회생 방안을 모색했으며 유안타증권과 인수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