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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현대차 ‘제네시스’, 한국 소비자 홀대?

서울모터쇼 버리고, 뉴욕모터쇼 '올인'

김정환 기자 기자  2007.03.28 14: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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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번 주 국내 자동차 업계의 최대 화제는 단연 현대자동차의 콘셉트카 ‘제네시스’였다.

26일 현대차로부터 이 차의 전면, 측면, 후면 사진과 간단한 소개가 첨부된 보도자료가 나오자 본보를 비롯한 대부분의 매체가 이를 크게 다뤘다. 뿐만 아니라 이튿날인 27일에는 미국의 한 유명 자동차 전문지가 제네시스에 대해 대서특필했다는 현대차의 자랑스런 보도자료까지 나왔다. 

제네시스가 어떤 차인가.

현대차가 해외 시장에서 ‘값싼 차’라는 과거 굴레를 벗어 던지고, BMW, 메르세데스-벤츠, 렉서스 등 세계적인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 개발 중인 럭셔리 대형세단 ‘BH’의 콘셉트카가 아닌가.

   
 
현대차 콘셉트카 '제네시스'
 

물론 이번에 선보인 제네시스가 내년에 그대로 BH로 양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진으로 본 제네시스의 위용은 당초 올해로 예정됐다가 끝내 내년으로 출시가 미뤄진 BH에 대한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래주는 동시에 BH에 대한 기다림을 더욱 간절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기자는 이번 현대차의 제네시스 공개에 관련한 26일자 보도자료를 접하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본문엔 언급되지 않았으나 보도자료에 큰 글씨로 써있던 ‘오는 4월 『2007 뉴욕모터쇼』에 출품’이란 대목이었다. 즉, 제네시스가 세계 최초로 데뷔하는 무대는 오는 4월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막하는 ‘2007 뉴욕모터쇼’인 것.

‘그럼, 10여 시간 뒤에 경기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막이 오르는 ‘2007 서울모터쇼’엔 제네시스가 안 나온다는 건가. 그래도 설마?’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서울모터쇼 조직위에 문의했다.

“출품 차량에 (제네시스가) 혹시 추가됐느냐?’는 질문에 조직위는 “출품 차량 리스트가 업체마다 계속 바뀌지만 제네시스는 없다”고 답했다.

다시 현대차 홍보실에 문의했다. “역시 서울모터쇼엔 출품되지 않는다”는 답변이었다. 결국 제네시스를 직접 보기 위해선 미국으로 날아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후발주자인 한국닛산의 행보는 현대차와 완전히 대조를 이룬다.

한국닛산은 자사의 럭셔리 브랜드 인피니티의 신차 ‘G37쿠페’를 뉴욕모터쇼와 11시간 차이를 두고 서울모터쇼에서 데뷔시킨다. 이 같은 시간 차이가 생긴 것도 서울과 뉴욕의 시차 탓이다.
 
인피니티 G37쿠페의 국내 정식 론칭은 올 하반기로 예정됐다. 신차 공개와 실제 발매까지 상당한 시간 차가 있는 셈.

더욱이 한국 시장에서 인피니티의 시장 점유율은 이제 10위권 내에서 자리 굳히기를 하고 있을 정도로 일천하다. 게다가 ‘쿠페’라는 쟝르 또한 국내에서 그다지 높은 호응을 받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따라서 이번 뉴욕과 서울의 사실상의 세계 첫 동시 공개는 파격적이라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한국 닛산 '인피니티 G37 쿠페'
 

한국닛산 측은 인피니티 G37쿠페를 한국에서 미국과 동시에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 위해 6개월 동안 끈질기게 노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은 누구나 가족이나 친지, 친구는 당연히 나를 지지해줄 것이라고 믿고, 잘 모르는 사람, 덜 친한 사람에게 더 올인하기 쉽다.

하지만, 막상 어려운 일을 겪을 땐 잘 나갈 때 소홀히 했던 그 가까운 이들의 얼굴이 먼저 떠오르고, 그들에게 손을 내밀게 된다.

현대차가 세계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하길 우리 국민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바란다. 지금 메르세데스-벤츠를 타거나 BMW를 몰거나 렉서스에 몸을 싣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 한 구석엔 ‘우리도 챙겨줬으면…’하는 소박한 바램도 자리한다.

꼭 우리나라여서 그럴 필요 없다. 오로지 마케팅을 위해서라도 좋다. 모터쇼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어도 좋다.

BH를 내년에 한국 시장에서 팔겠다면 그에 앞서 한국 소비자를 위한 전향적인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