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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스포츠세상] 대학배구리그 활성화, 리그 춘추제가 해답

학교구성원의 애교심 고취…구성원 간 연대 강화

김재현 스포츠칼럼니스트 기자  2014.08.08 1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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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학배구가 세 달여에 걸친 정규리그 예선을 마치고 8월에 있을 챔피언결정전까지 약 한 달여의 휴식기를 갖고 있다. 11개 대학 팀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르는 대학배구리그는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기량을 키우는 무대이니만큼 프로배구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과거에는 경기장을 찾지 않는 한 배구경기를 보기가 힘들었던 대학배구리그였지만 지금은 뉴미디어의 등장 덕분에 인터넷 중계도 이루어지는 등 대학배구를 접하기가 한 층 수월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학배구리그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 달 초 홍익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렸던 홍익대학교와 조선대학교의 경기는 정규리그 1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경기였다. 홈팀인 홍익대학교가 조선대학교를 3-1(25-11, 30-28, 19-25, 25-23)로 꺾고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지은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선수들의 학부모들 몇 명에 불과했다.
정규리그 1위를 달리는 팀조차 홈에서 무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대학리그 일정상의 문제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학배구는 4월 초에 약 1주일 간 춘계대회를 갖고, 4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정규리그를 치른다. 이후 한 달여의 휴지기를 가진 후 일주일 간의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정규리그 챔피언을 가린다. 이어 9월 초에는 약 1주일 간의 추계대회가 열린다. 
 
4월 초부터 9월 초까지 단기대회가 앞, 뒤로 있고 그 사이에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갖는 형식이다. 이러한 형식으로 대회가 운영되다 보니 대학배구의 주요 관객층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생들의 방학 중에 정규리그 후반부가 열리게 되어 버린다. 
 
다시 말해, 대학 팀들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기에 경기장은 대부분 학교의 체육관이 된다. 한창 리그의 열기가 더해갈 리그 후반부에 경기장이 있는 캠퍼스에 있어야 할 학생들이 방학으로 캠퍼스를 비우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웬만한 프로스포츠보다 더 인기가 많다는 미국의 대학스포츠(NCAA: 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 중 농구의 예를 보자. 
 
가을에 학기를 시작하는 미국의 학제에 맞춰 대부분의 미국 대학스포츠는 9월 이후에 시즌을 시작하는데 농구의 경우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지역리그를 치른다. 미국의 겨울방학이라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휴가가 약 2주 정도로 짧은 것을 감안하면 리그와 방학이 겹치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2학기가 한창일 때 리그의 후반부가 열리는 것을 알 수 있다. 
 
3월은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라는 말처럼 미국 대학스포츠의 열기가 가장 뜨거워지는 기간이다. 3월 초에는 지역 토너먼트를 통해 지역 우승자를 가리고, 3월 중순에서 4월 초에 걸쳐 전국 토너먼트가 열려 그 해의 대학농구 챔피언이 결정된다. 이 기간이 학기 중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대학배구는 리그의 후반부는 물론 챔피언결정전마저 방학 중인 7월이나 8월에 열리다 보니, 가뜩이나 적은 대학배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일정상의 문제에 대한 해법은 간단하다. 춘계, 추계대회로 열리는 단기대회를 하계, 동계대회로 전환하고, 정규리그를 1학기, 2학기에 나누어 운영하는 춘추제로 여는 것이다. 4월 초부터 정규리그를 시작해서 여름방학기간 중에는 휴지기를 가지면서 단기대회인 하계대회를 열고, 2학기가 시작하면 정규리그 후반부와 챔피언결정전을 이어서 치른 뒤 동계대회를 여는 것이다.
 
이처럼 정규리그를 춘추제로 나누게 되면, 팀 당 경기 수도 현재의 10경기에서 20경기로 늘어나 홈 앤드 어웨이 제도도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대학배구를 연중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9월이면 모든 대회가 끝나 힘이 빠져버리던 기존 방식의 단점도 보완할 수 있다. 
 
물론 보통 8월 중순에 열리는 프로배구 신인선수 드래프트 때문에 대학배구 춘추제 운영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을 수는 있다. 프로배구 팀에 선발된 선수들이 10월 말부터 열리는 프로배구에 참가해야 하기 때문에 가을학기 중 리그 운영이 어렵다는 논리다. 
 
이러한 반대의견도 일리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된 신인선수가 프로배구 데뷔 시즌에 주력으로 뛰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이는 소속구단과 학교 사이에 협의를 통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팬들로 가득 찬 대학배구가 존재한다면 프로배구리그의 성공은 두말할 나위 없다.         
 
리그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할 때 그 스포츠의 주요 소비자층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들이 학기 중인 것은 단순히 관심을 끌기에 좋고, 경기에 대한 접근성이 좋다는 이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학교 팀을 학우들과 함께 응원하며 그들 사이에 자연스레 '팬 커뮤니티'가 생기고 지역 주민의 참여는 물론 충성도 높은 서포터스 효과도 있다. 이는 대학스포츠의 주요 존재 의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학교구성원의 애교심 고취 및 구성원 간 연대 강화'를 이룰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얼마나 목표 소비자에게 잘 전달되도록 '타깃 마케팅'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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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배구가 운영의 묘를 살려 주요 소비자인 대학생들이 대학배구를 좀 더 쉽게 소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대학배구 활성화를 위한 첫 걸음은 바로 대학배구를 즐기는 대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재현 칼럼니스트 / 체육학 박사 / 문화레저스포츠마케터 / 저서 <스포츠마케터를 꿈꾸는 당신에게> <기록으로 보는 한국 축구 70년사> 외 / 국립서울과학기술대 스포츠과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