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초·중·고 12년, 심지어 토익점수 없으면 졸업도 못한다는 으름장에 대학 때도 영어학원을 다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30대에 접어든 지금까지 영어 울렁증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일까. 내 자식 만큼은 기가 막힌 영어실력을 갖추게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던 차에 눈에 띄는 '회사'를 발견했다.
'원어민 강사(한국어 가능) 1:1 강의. 자체 개발 교재 활용. 저렴한(!) 수강료'. 매력적인 특장점과 사회적기업이라는 착한 타이틀을 겸비한 그곳은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영어교육 전문 사회적기업 '월드맘'(World Mom)이다.
◆"대졸 이상 학력 필수, 1년 간 교육 이수해야"
안산 YWCA 산하 단체로 2009년 고용노동부 사회적일자리 참여기관 자격을 얻어 출범한 월드맘은 창립 6년차의 중견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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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민여성을 원어민 전문 강사로 육성하기 위해 월드맘은 상당히 깐깐한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예비강사를 대상으로 한국인 전문가가 나서 영어 교수법과 함께 한국문화에 대한 세심한 강의를 진행한다. = 이수영 기자 |
월드맘은 결혼이민여성의 2중 언어 능력을 활용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자립을 돕는 한편 지역사회에 양질의 영어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현재 9명의 원어민(필리핀·콩코) 전문 강사를 내세워 지역 내 40여개 어린이집·유치원을 대상으로 한 출장강의뿐 아니라 성인 회화 강좌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월드맘 강사들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확실한 것은 회사를 통해 강사 자격을 얻는 과정이 생각보다 까다롭다는 점이다. 결혼이민여성 중에서도 대학졸업 이상의 학력을 증명해야 하고 중상급의 한국어 실력을 갖춰야 한다.
또한 매주 1회, 1년 간 예비강사 교육을 모두 이수해야 정식으로 수업을 맡을 수 있다. 기본적인 영어실력은 물론 수강생과의 소통과 문화적 이해력까지 모두 갖춰야 하는 만큼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강사 육성에 투입하는 셈이다.
창립멤버로 회사의 살림살이와 강사 육성을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이미혜 매니저는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일찌감치 사업을 접어야했을 거라며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매니저는 "창립 첫해에는 더 많은 다문화 엄마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에 예비강사 문턱을 비교적 낮게 잡았다가 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아이들을 비롯해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강사들의 능력치와 문화적 소양을 쌓는데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매주 목요일 오전에 진행되는 예비강사 교육에 직접 참여해보니 깐깐한 회사 방침은 과장이 아니었다. 2시간 일정으로 구성된 내부교육은 한국인 전문 강사를 초빙해 영어 교수법과 스토리텔링 기법을 전수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영어 교수법뿐 아니라 일상대화보다 높은 수준의 한국어 수업과 수강생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문화적 오해에 대한 설명이 꼼꼼하게 이뤄졌다. 일례로 학생 개개인을 가리킬 때 손가락으로 지적해서는 안 되고 연장자에게는 고압적인 말투나 몸짓은 금물이며 부정적인 예시에는 절대 수강생 실명을 거론하면 안 되는 것 등등 문화적 차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오해를 최소화하는 것에 상당한 시간이 할애됐다.
◆2년 만에 자체 교재 개발 "높은 완성도 주목"
영어교육 전문기관으로서 월드맘은 강사 육성뿐 아니라 교제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2009년 교재기획단을 구성해 2년 만에 1·2·3단계, 각 10권씩 총 30권의 자체 교재를 출시했다.
특히 영어교육 전문가들과 '바른손' 출신 프로 디자이너 강석선씨가 삽화 작업에 참여해 완성도를 키웠으며 유아 발달단계에 맞춰 본문과 스토리워크북, CD를 일체형으로 구성해 집중도가 높다는 평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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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맘이 2년 만에 개발한 자체 영어교육 교재는 단계별로 10권씩 총 30권으로 구성돼 있다. = 이수영 기자 |
다만 인지도가 낮은 회사가 개발했다는 이유로 일선 교육현장에서 일종의 '차별'을 받는다는 게 회사의 고민이다. 특히 주무부서인 시 교육청과 고용부의 냉랭한 반응은 상당한 상처였다.
이 매니저는 "교재를 거의 완성한 상황에서 원래 사업개발비 명목으로 교재 개발을 지원했던 노동부에 추가 사업비 지원을 신청하니 '사회적기업이 무슨 교재를 만든다고 나서느냐'는 답이 돌아왔다"며 "사업을 도와준 공무원들도 이런데 일반 대중의 인식이 바뀌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갈 길은 멀지만 회사는 올해 '홀로서기'에 도전하며 성장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까지 노동부의 관리·지원 아래서 운신의 폭이 좁았다면 올해는 온전히 월드맘 자체 역량으로 사업을 꾸려가게 된 것이다.
지난해 5월 완공된 안산글로벌다문화센터에 둥지를 틀고 조직을 재정비한 월드맘은 체험학습 코스 유료화를 비롯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올해 안에 도입할 계획이다.
한편 출장강의 위주로 운영되는 월드맘 강의 프로그램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중심으로 한 영유아와 초등부 코스, 성인 대상 회화 강좌로 구분돼 있다. 월 4회(주 1회) 진행을 기준으로 교재비를 제외한 수강료는 11만원 상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