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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의 풍문접수] 대호에이엘 '철도테마 대표주'의 안일한 수비력

테마주의 한계? 계열사 검찰수사에 극도로 몸 사려

이수영 기자 기자  2014.08.06 15: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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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코스피지수가 2100선에 육박하며 승승장구하던 8월 첫 거래일, 국내증시 양대 시장을 통틀어 유일한 하한가 종목이 있었습니다. 유가증권상장사인 대호에이엘(069460)이었는데요.

 

   대호에이엘 공식 홈페이지 캡쳐.  
대호에이엘 공식 홈페이지 캡처.

대호에이엘은 현대로템과 더불어 대표적인 철도테마로 꼽히는 알루미늄 전문기업입니다. 특히 유라시아 철도 건설을 비롯해 관련 호재가 있을 때마다 단골 수혜주로 꼽히며 지난해 11월에는 주가가 400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날 하한가로 주저앉은 이유가 심각했습니다. 지난 1일 한국거래소는 회사에 대해 '분식회계 및 경영진의 배임설'과 관련한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이는 즉각적인 거래정지, 나아가 상장폐지까지 거론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지요.

주말 내내 투자자들의 속을 태우던 회사는 다행히 4일 오전 '부인' 답변을 내놓았고 상황은 일단락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이틀 연속 추가하락을 거듭했고 관련 루머는 전혀 잦아들지 않았지요. 과거 코스닥시장에서 실제로 배임이나 분식회계설을 부인한 직후 거래가 정지된 종목이 있어 투자자들은 일종의 '기시감'을 떨치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현재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딱 한 가지일 겁니다. 1차원적으로는 분식회계·배임설이 진짜인가? 좀 더 나아가 투자해도 괜찮은 회사인가? 상장사 입장에서 이렇게 명확한 확신조차 줄 수 없다는 것은 애석하지만 안일하다고밖에 할 수 없군요.

분식회계·배임설과 관련해 확인된 것은 대호에이엘 '자체'는 관계가 없다는 겁니다. 문제는 계열사인 대호차량과 대호하이텍입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은 현재 대호차량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두 회사 모두 비상장회사이지만 대호차량은 대호에이엘의 지분 33.0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사실상 모회사로 볼 수 있습니다. 회사 오너인 이현도 회장은 류재영 대표와 친인척 관계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호하이텍은 2012년 3월 100% 자회사로 합병됐으며 이들 계열사는 이 회장 친족들이 임원을 겸직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수사 진행 중인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니,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투자자들은 기본적인 사실마저 공표하지 않고 쉬쉬하는 회사 측 태도에 더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철도테마가 득세할 때 주식을 매수했다가 불과 1년 만에 4분의 1토막이 난 주가에 제대로 ‘물린’ 개미들이 상당수니까요.

일단 회사는 6일 오전 공시를 통해 1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계약기간은 내년 8월6일로 향후 1년 간 지속되는 내용입니다. 주가안정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에 개인투자자들은 일부 안도하는 눈치입니다.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단기차입금 규모가 작년 말 기준 520억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인색한 조치는 아니거든요.

일단 회사는 이달 29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대호에이엘은 올해 1분기 매출액 339억원, 영업이익 4억1300만원을 기록했지만 2억45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는데요. 흑자전환에 성공해 실적 부문에서라도 믿음을 줄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속 타는 시간은 월말까지 길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