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인터넷전화 서비스는 음성과 데이터의 융합서비스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기간통신사업자의 유인 부족, 요금 경쟁력 확보 미흡, PSTN 음성 시장의 포화, 070- 번호를 포함한 이용자의 부정적 인식 등으로 인해 시장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 지속돼 왔다.
초고속인터넷의 성공사례에서 보여주듯이 시장 활성화의 가장 기본적인 요인은 치열한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전화의 경우에는 중소 별정사업자들이 시장을 주도해 자체적인 경쟁 활성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수직적 규제체계 하에서는 대체 서비스인 PSTN 전화와의 본격적인 경쟁관계가 형성되지 못했다.
최근 정부는 통신서비스 규제 로드맵을 통해 서비스 간 경쟁을 촉진하고 이용자 이익을 제고하는 수평적인 규제체계 정립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에는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토대로 한 설비투자와 서비스 및 망 고도화’를 추구 했다면 새로운 규제체계는 다양한 융․복합 서비스 간의 경쟁효과 극대화를 통한 시장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로드맵 추진계획의 일환으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제도를 시행하기로 결정해, 음성시장 전반에 걸친 경쟁촉진과 인터넷전화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석호익)은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제도의 배경과 의미, 그리고 쟁점에 대한 이슈리포트를 발간했다.
KISDI 통신방송정책연구실 장범진 연구위원 등은 KISDI 이슈리포트(07-01)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정책과 서비스 활성화’에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인터넷전화 시장 활성화의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으로 규정했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제도는 인터넷전화 진영이 PSTN 진영과 보다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에 의미가 있으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확보가 뒤따라야만 효율적인 시장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단말기보조금이라는 가입전환 유인을 제공한 이동전화번호이동(MNP)과 미미한 요금 할인만을 제공한 시내전화번호이동(LNP)의 사례를 들며, 번호이동제도는 원칙적으로 이용자의 전환 비용을 감소시켜 가입 전환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취지로 시행되는 것이므로, 번호이동제도 자체로 시장 활성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이용자에게 충분한 가입전환 유인을 제공할 경우에만 번호이동제도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의 동일한 서비스로 경쟁할 수밖에 없던 시내전화와는 달리 인터넷전화는 컴퓨터와 인터넷 기능이 보다 용이하게 구현될 수 있으므로, 화상통화를 비롯해 지금까지 미흡했던 부가 및 응용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하고, 인터넷 특성을 활용한 시내․외 단일 요금, 저렴한 국제전화 요금 등을 이용자에게 제공해 이용자를 유인할 수 있다. 또한, 해외 인터넷전화 활성화 요인으로 파악된 인터넷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의 저렴한 결합상품도 가입전환 유인으로 제공될 수 있다.
한편, 인터넷전화 진영에 대해 PSTN 진영의 대응도 시장 활성화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로드맵 상 시내․외 결합서비스가 허용될 것이므로 통합요금, 단일요금 제공을 통한 요금경쟁과 디지털 기능 강화로 기존의 안정적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가입자 유지 전략이 예상되며, 적절한 시점에서는 네트워크의 All-IP화를 가속화시킴으로써 차세대 음성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추구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의 실질적인 시행의 준비과정에서 예상되는 주요 쟁점으로, 번호이동의 기술방식 선정, 번호이동 대상 서비스 범위 및 지역 이동 허용 여부 등을 제시했다.
세부적인 논의가 심도 있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나,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시행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일을 최소화 하고, 규제 형평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이용자의 혼란 및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본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기술방식은 중․장기적으로 지능망이 도입되거나 네트워크의 All-IP화가 완료되기 전까지 시내전화번호이동을 위해 구축된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되 인터넷전화의 서비스 특성에 따라 보완하는 기술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번호이동 대상은 기존 시내전화번호를 인터넷전화로 이동하는 방안을 기본으로 하지만, 인터넷전화로 이동된 번호를 다시 시내전화로 이동하거나, 인터넷전화사업자를 변경하는 경우도 접속료 등을 분석해 고려할 수 있다. 비 지능망 방식에서 지역이동에 따라 발생 가능한 트래픽 증가 및 추가 요금을 최소화하면서, 인터넷전화의 특성인 이동성(노매딕 특성)을 이용자가 누릴 수 있도록 적정한 절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로드맵과 이에 의거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도 도입 결정은 음성시장의 경쟁촉진 측면에서 바람직하며, 해외 주요국의 사례에서도 나타나듯이 이용자의 선택권과 경쟁효과로 인한 편익증대라는 목표를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터넷 번호이동 정책이 인터넷전화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으로 인식되는 것을 경계하는 한편 사업자는 각 서비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정부는 경쟁을 최대한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시사점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