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자동차 구매 때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제휴를 이용하는 '복합할부금융' 상품의 존폐를 두고 자동차업계와 카드업계의 대치상태가 여전하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부당하다며 복합할부상품의 폐지를 주장하는 자동차업계와 이 상품이 폐지될 경우 자동차업체, 특히 현대차·현대캐피탈의 독과점 체제가 더욱 우려될 것이라는 카드업계의 입장이 부딪히고 있기 때문.
자동차복합할부는 자동차 구매자가 캐피탈사와 할부 계약을 맺을 때 중간에 신용카드 결제를 끼워 넣어 소비자에게 캐시백 또는 금리 인하 등 혜택을 주는 상품이다. 고객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자신의 신용카드로 일시불 구매할 경우 구매대금을 제휴된 캐피탈사가 고객 대신 갚아준다. 이에 따라 고객은 신용카드사 대신 캐피탈사에 이자와 함께 원금을 갚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회사는 카드사에 1.9%가량의 가맹점 수수료를 지불한다.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의 일부를 제휴 캐피탈사에 제공하고 캐피탈사는 이를 다시 고객에게 캐시백이나 금리 인하 혜택으로 돌려주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차업계는 이 구조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상품을 통해 카드결제를 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카드사에 지불할 수수료가 증가하는 이유에서다.
이 상품을 출시한 이래 해당 상품 취급액은 2010년 8654억원에서 지난해 4조5906억원까지 430% 급증했으며 가맹점 수수료 또한 같은 기간 164억원에서 지난해 872억원으로 늘었다. 이런 만큼 자동차산업협회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공문을 보내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상품 폐지를 강력하게 건의한 바 있다.
무엇보다 현대캐피탈을 계열사로 둔 현대차그룹의 입장은 더욱 강경하다. 삼성카드 및 중소캐피탈사가 입지를 키우면서 현대기아차를 전속시장으로 갖고 있던 현대캐피탈 시장점유율이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캐피탈의 현대기아차 할부금융 점유율은 2011년 약 86%에서 지난해 74.7%까지 감소했고 같은 해 6월 여신전문업법상 규제를 받으면서 취급액 역시 월 250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출시 당시 월 2500억원에 이르던 것과 비교하면 1/10 수준으로 급감한 셈이다.
한편 이 상품을 판매 중인 카드사 및 JB우리·아주·KB캐피탈 등 중소형캐피탈사들은 대조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앞서 이 캐피탈사들은 여신금융협회에 카드복합상품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공동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캐피탈 관계자는 "폐지될 경우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의 독과점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고객에게 돌아가는 캐시백이나 금리 인하 등의 혜택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고객들의 선택권도 좁아지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카드사 중 현대카드는 유일하게 상품 폐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사수신행위 및 선수금 문제 등 정상적인 상품구조가 아니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2011년 현대캐피탈과 제휴해 잠깐 상품을 판매한 적은 있지만 이후 여러 가지 문제들로 시장점유율(MS)을 줄인 상태"라며 "현대자동차 금융계열사라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같이 자동차·카드업계의 갈등이 고조되자 금융당국도 복합할부금융 상품에 대한 적절한 합의점을 찾고 있다. 다만 매출문제가 걸린 만큼 업계 간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