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진료실에 있다 보면 목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이들 중 십중팔구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이러한 증상이 혹시 목디스크는 아닌지 필자에게 물어오곤 한다.
이후 이들에게선 혹시 수술이라도 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몹시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이는 기우일 수 있다. 경추통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가 말하는 목디스크는 의학적으로 보다 정확히 '경추부수핵탈출증(cervical herniated nucleus pulpususdisc)'이라 불리는 증상이다. 목뼈 사이의 추간판(디스크)이 탈출해 신경근이나 척수를 압박함으로써 통증, 운동장애, 어깨 저림, 방사통(상지저림현상) 등이 나타나게 된다.
보통 강한 충격에 의한 외상이나 고정된 자세를 오래 취하게 되면서 경추의 수핵에 퇴행성 변화를 준 것이 원인이다. 특히 요즘에는 스마트폰이 현대인들의 목디스크를 유발한다는 주장도 점차 의학계로부터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이러한 신경학적 문제가 없더라도 목디스크와 증상이 헷갈릴 정도로 비슷한 질환은 다수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근막동통증후군을 꼽을 수 있다. 근막조직의 염증이나 근육세포 내 칼슘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것이 원인이다.
근막동통증후군은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유발점에 대사산물이 집중적으로 누적되면서 점차 주변 혈관까지 압박해 혈류흐름을 방해하는 특징이 있다. 이로 인해 척수와 연결된 신경섬유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뒷목부근에 연관통(referred pain: 국소적인 병변과 무관한 부위에서 통증이 생기는 현상)은 물론 목디스크처럼 어깨와 목의 경직과 통증을 유발한다. 두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초기증상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목디스크는 머리를 전후로 움직일 때 통증이 생기면서 운동장애가 관찰되는데 반해 근막동통증후군은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또 디스크는 가만히 있어도 간헐적인 통증이 나타나지만 근막동통증후군은 통증부위를 눌렀을 때만 특징적인 압통과 함께 국소적인 경련이 존재한다. 단 이러한 이학적 검사법만으로는 숙련된 전문의도 오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검사장비를 통해 확진을 받는 것이 좋다.
다행히 치료적 측면에 있어서 근막동통증후군은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예후가 우수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초중기 목디스크는 경추신경갑압술이라고해서 카테터를 이용해 협착된 신경조직을 풀거나 염증을 제거하는 등 보다 전문적인 외과적 시술을 필요로한다.
하지만 근막동통증후군은 통증부위의 운동을 제한한 후 마사지, 온열요법, 고주파치료 등을 통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굳은 근육을 풀어주면 통증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에는 바늘을 근막 내 통증유발점에 직접 삽입해 뭉친 근육조직의 핵을 파괴시키는 통증유발점 주사(trigger point injection)도 널리 쓰이고 있다.
이와 함께 '경추관협착증' 역시 목디스크와 감별을 요하는 질환이다. 노화로 인해 경추관을 지나가는 신경통로가 좁아진 것이 원인인데 목 디스크가 통증과 감각이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데 반해 협착증은 진행속도가 매우 더딘 편이다.
초기에는 목 부위에만 통증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다가 점차 어깨, 양팔, 허벅지 등으로 번지고 물건을 갑자기 놓친 다거나 단추를 푸는 동작이 어려워지는 근력저하현상도 동반된다. 이러한 증상이 수개월에서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경추관협착증'으로 판명이 되면 초기에는 약물이나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방법으로도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근력저하와 방사통이 이미 진행됐다면 협착이 심하고 신경압박까지 의심되기 때문에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경추관을 확장시켜주는 수술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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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목이 아프다고 섣부르게 자가판단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엉뚱한 대처가 병변과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병명을 찾아내고 치료를 받는 것이 오진과 과잉진료를 줄이는 방법이다.
김인철 부천하이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