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이 서울대 이사장에 선임됐다. 중앙대학교에 이어 서울대 이사장 자리에 두산가(家) 회장 출신이 선임되자 대학 교육에 '시장 논리'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자본의 대학 경영' 우려와 함께 박 전 회장이 서울대 의대 출신에 서울대병원장을 역임한 점을 들어 서울대병원과의 관계에도 이목이 쏠린다.
박용현요 전 회장은 지난 28일 서울대 이사회를 통해 재적이사 15명 중 3분의 2 출석, 출석 이사 과반의 찬성으로 이사장에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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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현 두산 전 회장이 서울대 이사장에 선임됐다. ⓒ 두산연강재단 홈페이지 |
앞서 서울대는 2011년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된 이후 총장이 초대 이사장을 겸한다는 규정에 따라 오 전 총장이 이사장직을 맡아왔으나 이번에 학외 인사인 박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선임되면서 이원체제가 됐다.
박 이사장은 이미 지난 2011년 초대 이사로 선임됐고, 지난해 12월 2년 임기의 이사로 연임됐다가, 오 전 총장이 퇴임한 뒤 임시 이사장직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이사장은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4남으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임용돼 서울대병원장까지 지내며 의학계에 몸담아왔다. 하지만 형제들이 돌아가며 그룹 경영권을 맡는 전통에 따라 2007~2009년 두산건설 회장과 2009년~2012년 두산그룹 회장을 역임했다.
그런가 하면 박 이사장은 두산이 학교법인을 운영하는 중앙대학교 이사이기도 하다. 또 중앙대 이사장은 형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맡고 있다. 2008년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하면서 '비인기' 학과가 폐지, '자본의 대학 경영'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중앙대가 사립대라는 점에서 국립대인 서울대와 차이는 있겠지만 이 같은 우려의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사장이 총장의 학교 운영에 크게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서울대 이사회는 총장 후보 선출권과 예·결산, 학칙 등에 대한 의결권을 가지고 있어 권한이 약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재벌 회장 출신이 이사장으로 선임된 것은 자본의 논리가 관철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법인화 이전부터 돈이 되고 산학협력을 쉽게 할 수 있는 학과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 왔는데, 그런 흐름이 강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실제 박 이사장 선임 되면서 서울대병원과의 관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학과 병원 간 협력이 중요시되고 있고, 이제는 대학병원들이 진료 중심에서 연구 중심으로 변화를 꾀해야 하는 시점에서 대학의 도움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다.
이와 관련, 박 이사장의 선임이 앞으로 양측 간 연구 협력을 원활하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
박 이사장은 지난 2010년부터 산업기술진흥협의회장을 맡으면서 산학연 협력 사업 강화를 강조해왔다. 또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 교수, 11대·12대 서울대병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서울대병원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였고, 지난해 서울대병원에 연구비 1억원을 전달할 만큼 연구 지원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 이사장의 선임은 임상 의료진을 보유한 서울대병원과 높은 연구역량 인력풀을 갖춘 서울대학교와의 긴밀한 협력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 이사장의 남은 임기는 1년 6개월이다. 긴 듯 짧은 이 시간동안 '자본의 대학 경영' 우려와 '대학-병원 간 연구 협력 모델 구축' 기대 사이를 오갈 박 이사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