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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추억도 '미투'가 될까?

전지현 기자 기자  2014.07.25 15: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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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17일, 실제 점포를 그대로 옮겨놓은 형태의 편의점 '위드미 모듈러룸'을 둘러보다가 낯익은 추억의 상품을 발견했습니다.

언뜻 보고 농심 '육개장 사발면'인 줄 알았지만 제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삼양식품에서 생산한 이마트 PL상품 '이마트 육개장 컵'이더군요.

   = 전지현 기자  
= 전지현 기자
PL상품은 유통업체가 기획하고 제조업체가 생산한 제품에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를 붙인 자체브랜드(PL, Private Label) 제품입니다. 국내 대형마트들은 각 상품군별 1위 브랜드와 비슷한 형태로 제품을 만들어 기존 브랜드에 비해 저렴하게 판매한지 오래죠.

이들은 자사 상표를 붙인 상품을 대규모로 출시해 '가격 파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중입니다. 경쟁 제품과 크게 떨어지지 않는 질을 갖췄으면서도 가격이 20~40% 저렴하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손이 갈 수밖에 없죠.

소비자들 사이에서 "집에 와서 보니 육개장 컵이었다"고 말을 할 정도로 이마트 육개장 컵과 농심 육개장 사발면은 비슷하게 생겼더군요. 하지만 이 두 상품에는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소비자에게 담긴 추억이라는 것인데요. 20여년 전 다니던 초등학교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수영장을 방문하는 과목이 있었습니다. 그곳을 방문할 때마다 어김없이 거치는 코스 중 하나는 휴게실에서 육개장 사발면 먹기였죠.

물론, 당시에는 수영장의 열악한 시설 때문에 코 묻은 돈으로 살 수 있는 휴게실 속 메뉴가 없어 항상 사발면을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신나게 물장구치며 놀다가 출출할 무렵에 컵라면 뚜껑을 세모로 접어 호호 불어먹는 국물과 탱글탱글한 면발은 '단지 속 꿀'의 맛과도 같을 정도로 저를 행복하게 만들었었죠.

그 맛이 너무도 좋아 죽마고우가 빼앗아 간 한 젓가락에 화가 나서 두고두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평상시엔 찾지도 않던 이 컵라면은 수영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풍기는 소독약 냄새를 맡을 때부터 '오늘은 언제 먹을까' 생각할 만큼 연상기억으로 남게 됐죠. 

지금이야 건강을 걱정하는 소비자가 많아 수영장에서도 좋은 소독제를 쓰기에 과거와 같은 화학약품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과거 기억은 두뇌 속 신경세포 하나하나에 남아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수영장을 갈 때면 육개장 사발면을 찾는 마니아가 됐습니다.

우연히 위드미에서 발견한 이마트 육개장컵을 통해 어린 시절 수영장에서 뛰놀던 기억이 되살아난 이날, 농심 육개장 사발면 하나를 손에 쥐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현재 대형마트 PL제품 상당수가 기존 인기제품을 매우 흡사한 외관으로 베낀 채 출시하고 있지만 각각의 상품들이 소비자의 사랑을 얻기에 소요된 오랜 역사 속 소비자들의 추억까지는 '미투(Me Too)'하기 힘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