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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영준 교보증권 센터장 "올 하반기 '소외주' 귀환 기대"

"무리한 '매도' 리포트, 기업은 물론 투자자에 독(毒)"

이수영·정수지 기자 기자  2014.07.25 14: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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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온 국내주식시장이 마침내 회복의 실마리를 쥔 것일까? 2030선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점을 뚫은 코스피지수와 41조원 규모의 대형 부양 프로젝트를 앞세운 정부 의지가 시장의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다.

다만 주가 2000선 안팎에서 수년째 발목을 잡았던 대규모 펀드환매 압력과 1020~1030원대에 묶인 환율은 수출기업 주가를 추락시키며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다.

부임 1년차를 맞은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를 '인식의 문제'라며 심리적인 부담감을 먼저 떨쳐야 박스권 천장을 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스몰캡 투자전략팀장장에 리서치센터 사령탑으로 영전한 김 센터장은 최근 시장을 수급과 섹터별 리밸런싱(재분배)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스피, 3분기 이후 2200~2250p 예상

거시경제 분석을 통해 유망산업과 개별종목을 선별하는 '탑다운(top-down)' 관점에서 볼 때 올해 하반기 국내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이끌 모멘텀은 비교적 풍부하다.

   구조조정 시련기를 맞은 올해 각 증권사는 리서치센터 사령탑을 상당수 교체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김영준 센터장은 IT섹터를 중심으로 기업분석에 잔뼈가 굵은 인물로 KTB투자증권, LIG투자증권기업분석팀장 등을 거쳤으며 교보증권에서 스몰캡 부문 기반을 다진 장본인이다. 지난해 12월 리서치센터 사령탑으로 부임한 그는 타사대비 젊고 액티브(active)한 하우스를 지향한다. 특히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투자전략부서인 '매크로'팀과 절대수익률을 추구하는 '밸류'팀으로 이원화한 하우스를 성공적으로 통솔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 사진-이수영 기자  
김영준 센터장은 IT섹터를 위시해 기업분석에 장점을 가졌으며 KTB투자증권, LIG투자증권기업분석팀장 등을 거쳤다. 특히 교보증권에서 스몰캡 부문 기반을 다진 장본인으로 작년 12월 리서치센터 사령탑 부임 후 타사대비 젊고 액티브한 하우스를 지향한다. = 이수영 기자
김 센터장은 "2기 경제팀이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를 가진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유동성 확대 조치가 적어도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꾸준히 경상흑자를 내는 데다 가시적인 부양책이 더해지면 외국인 수급을 끌어오는데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통상 시장의 투자매력이 높아지면 유동성은 종목 탑다운 방식으로 움직인다. 김 센터장은 이를 감안할 때 건설을 비롯한 산업재와, 증권, 은행 등 금융주의 상대적 강세를 내다봤다.

24일 정부가 41조원 규모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대규모 SOC(민간투자 사회간접자본) 사업의 조기추진을 약속했고 내수확대를 위해서는 자산효과를 극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주와 중·소형주 사이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상황과 관련해 김 센터장은 수급, 그중에서도 수요기반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연초 이후 중소형주의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했던 것은 대형주 중심의 수급이 중소형주 수요를 함께 받치지 못한 이유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김 센터장은 "국내시장에서 대형주와 중소형주가 같은 방향성을 갖기 어려운데 이들을 한꺼번에 소비할 수요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올해 2분기에는 주요 대형주의 실적 부담이 컸고 대기업 주가예측에 항상 따라다니는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대형주에 대한 보수적 관점은 하반기까지 끌고 가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 김 센터장은 '물음표'로 답을 내놓았다. 성장성을 중시해 바텀업(거시경제보다 개별 기업에 초점을 맞춰 종목을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중소형 유망주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매크로 환경이 좋아진다는 전제 아래서는 대형주의 미래 평가가치가 훨씬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2기 경제팀을 중심으로 규제완화와 금리정책, 배당확대 지원 같은 최근 이슈를 들여다보면 지수상승과 대형주 강세 기조를 확인할 수 있다"며 "올해 3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개선 효과도 기대되는 만큼 대형주의 가격적 매력이 두드러질 수 있는 시점"이라고 짚었다.

코스피지수 2000선을 안팎으로 쏟아지는 투신권의 펀드환매 물량에 대한 트라우마는 이 같은 낙관적 전망에 찬물을 끼얹는다. 김 센터장은 이미 환매압력의 강도는 상당히 낮아졌다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따라 투자하는 과감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센터장은 “90년대 중반부터 10년 동안 코스피지수는 500~1000선 사이의 박스권을 오갔다'며 "2004년 중국발 산업재붐을 바탕으로 2000선을 뚫었고 이후 지난 10년 간 지수에 압력을 가할 만큼의 수급 압력은 상당히 빠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또한 "만약 리스크가 없는 배당수익률이 확대된다면 오히려 그동안의 수급적 공백을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것"이라며 "경기모멘텀과 함께 2000선대 박스권을 돌파할 만큼의 여력은 충분하고 올해 하반기까지 2200~2250선까지 더 치고 나갈 동력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배당확대, 유보금 이슈 넘어 증시 살릴 최선책

결국 최근 이슈가 된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 과세 이슈로 얘기가 돌아왔다. 정부는 기업의 미래수익에 대해 일정부분 이상을 배당 또는 임금확대에 투입하도록 유도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한 과세를 단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기업의 중장기적 과제는 '배당확대' 또는 '임금확대'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를 가계소득 증대로 이끌어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센터장은 개인투자자들이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투자의 개념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수익대비 안정성을 높게 고려한다는 것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파생연계채권(ELB) 상품 수요에서도 이 같은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김 센터장은 개인투자자들이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투자의 개념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수익대비 안정성을 높게 고려한다는 것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파생연계채권(ELB) 상품 수요에서도 이 같은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 이수영 기자
금융투자업계 역시 이 같은 구상에 상당한 공감을 표했다. 이미 세계적으로 배당수익률이 최저인 상황에서 배당수익률을 1%만 높여 잡는다면 연기금을 비롯한 대규모 유동성이 몰릴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김 센터장 역시 "연기금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 중에서도 주가 변동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며 "배당수익률이 지금보다 1%만 높아져도 연기금은 기금고갈 우려를 상당부분 털 수 있고 현재 국내증시를 움직이는 외국인 순매수 물량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확언했다.

이에 더해 "(유보금 과세에 대해)일부 국부유출이나 이중과세 논란이 있긴 하지만 사회적 합의는 충분한 상황"이라며 "그동안 연기금은 중도자적 입장에서 상황을 방관했으나 정부 정책이 뒤를 받친 지금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인터뷰 말미 김 센터장은 최근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과 관련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특히 무리한 '매도' 리포트가 성장하는 기업에 악재로 작용하고 나아가 투자자들에게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김 센터장은 "리포트의 기본은 '균형'이고 투자자들의 선택을 최대한 보좌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일부 증권사에서 나오는 무리한 '매도' 의견은 투자자들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매도' 리포트가 나오면 당장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돈줄을 막을 수 있고 멀쩡한 기업을 도산으로 몰아갈 수 있는 게 우리 현실"이라며 "단순히 최종 투자의견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투자자 스스로 리포트를 정독하면서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을 보탰다.

한편 구조조정 시련기를 맞은 올해 각 증권사는 리서치센터 사령탑을 상당수 교체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김영준 센터장은 IT섹터를 축 삼아 기업분석에 잔뼈가 굵은 인물로 KTB투자증권, LIG투자증권기업분석팀장 등을 거쳤으며 교보증권에서 스몰캡 부문 기반을 다진 장본인이다.

지난해 12월 리서치센터 사령탑으로 부임한 그는 타사대비 젊고 액티브(active)한 하우스를 지향한다. 특히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투자전략부서인 '매크로'팀과 절대수익률을 추구하는 '밸류'팀으로 이원화한 하우스를 성공적으로 통솔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