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김재현의 스포츠세상] 국제경기대회 유치 실패, 주먹구구식 사업비 책정 탓

대회 마치면 빚더미…폐단 줄이려면 '유치인력 전문화' 절실

김재현 스포츠칼럼니스트 기자  2014.07.24 14:12:30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한 달여 간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브라질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골키퍼들의 맹활약과 더불어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들이 탄생했고, 엽기적인 반칙 등 수많은 이슈를 생산했던 브라질 월드컵은 대회 그 자체만으로는 성공한 월드컵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정작 월드컵 개최국인 브라질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준결승에서 독일에 7-1이라는 충격적인 스코어로 자국 대표팀이 지면서 우승의 꿈이 물거품이 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투자된 천문학적인 금액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브라질 월드컵 개막 직전 '기록으로 보는 한국축구 70년사'를 포르투갈어로 세계 최초 번역 출간해 브라질 상파울루 '파카엠부 축구박물관'에서 출판기념식을 위해 다녀온 일이 있다. 당시 브라질 사회에는 월드컵을 앞두고 축제의 분위기 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반(反)월드컵 정서가 팽배했었고 이는 각종 파업과 맞물려 거리마다 시위로 가득했다.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면 물가상승률은 지난 4년간 6%내외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브라질 정부는 이번 월드컵을 위해 110억달러(약 12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퍼부었다. 이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교육 및 복지 예산을 축소하거나 교통비 등 공공서비스 요금을 인상했고, 이것이 결국 반(反)월드컵 시위로 이어진 것이다.
 
브라질의 월드컵 우승 여부가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의 재선 성공과 실패를 가를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결국 브라질이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여파로 10월에 있을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더군다나 브라질은 2년 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하계올림픽도 개최해야 하기 때문에 양대 스포츠 이벤트를 연이어 유치한 것이 어쩌면 스포츠판 '승자의 저주'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좋은 기억 때문인지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국제경기대회 유치에 적극적이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인천아시안게임'부터 내년에 있을 '광주유니버시아드', 그리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까지 빅 스포츠이벤트가 개최 준비 중이다. 여기에는 물론 국제경기대회 유치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업적으로 인식되는 풍토도 한몫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월드컵, 올림픽 등 메가 이벤트를 포함한 국제경기대회 유치는 경기장 및 기반시설 건설을 통해 건설경기를 촉진하고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장점 외에도 국가의 대외 인지도 및 이미지 제고 등 무형의 이득도 상당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대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국제경기대회에 과도한 지출을 한다면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흥행 측면에서 성공적인 대회를 치르고도 경제적, 사회적 역풍을 맞는 브라질은 그 대표적인 예로, 다수의 국제경기대회 개최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국제경기대회의 실패한 예는 굳이 외국의 사례를 찾지 않아도 된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전라남도 영암에서 개최된 F1코리아그랑프리는 누적적자가 6000억원을 넘어서 결국 올해는 대회를 개최하지 못했다. 2016년까지 개최하기로 계약이 됐지만 내년 대회도 개최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지난 4년간 대회를 치르면서 F1코리아그랑프리에 투입된 사업비는 약 1000억원의 국비를 포함 1조원을 상회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016년까지 1112억원의 흑자가 날 것이라 예측했지만 현실은 누적적자 6000억원이라는 처참한 성적표였다. 
 
이처럼 대회성공의 장밋빛 꿈을 꾸며 유치한 국제경기대회가 빚더미로 돌아오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 큰 이유 중 하나가 '잘못된 사업비 책정'에 있다고 본다. 
 
F1코리아그랑프리의 경우, 유치 승인 신청 때 예측한 사업비는 7330억원이었지만 유치 이후 투입된 최종사업비는 1조원을 넘었다. 인천아시안게임도 유치 승인 신청시와 비해 최종사업비가 1000억원 정도 증가했으며, 평창동계올림픽은 6조6000억원이던 사업비가 유치 이후 두 배에 가까운 12조8000억에 달한다.  
 
사업비 예측이 대회 유치의 타당성 여부 검토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대회 유치를 위한 숫자놀음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사업비 예측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단 유치만 하면 어떻게든 된다는 안이한 사고방식이 유치 후 사업비 증가를 초래하는 것이다. 이렇게 증가된 사업비가 대회를 유치한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국가에 재정적 부담으로 고스란히 남는 것은 말하나 마나다.
 
그렇다면 이러한 폐단을 줄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필자는 국제경기대회 유치인력의 전문화가 그 대안 중 하나라고 본다. 스포츠 외교력, 유관산업에 대한 지식을 갖춘 것은 물론 스포츠 이벤트라는 대회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인력이 대회의 유치 기획부터 타당성 검토, 유치 신청까지 국제경기대회 유치 프로세스의 전반에 관여해야 한다. 
 
또한 해당 인력의 과거 국제경기대회 유치 경험뿐만 아니라 유치에 관여한 대회의 성공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책임감 있는 전문인력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유치 승인을 해주는 기관에서도 유치추진위에서 제출하는 사업비 예측 등을 맹신하지 않고 사업비가 유치 승인을 위해 실제보다 축소된 것은 아닌지, 대회 개최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과장된 것은 아닌지 면밀히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 검증 프로세스에도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이해가 높은 '스포츠 마케팅 전문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국제경기대회를 유치하기만 하면 되는 시대는 지났다. 국제경기대회의 성공은 유치 성공 여부에 달린 것이 아니다.
 
  이미지  
 
과연 그 대회의 유치가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며 나아가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지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국제경기대회 유치인력의 전문화는 이러한 시대의 요구에 응하는 답일 것이다.      
 
김재현 스포츠칼럼니스트 / 체육학 박사 / 문화레저스포츠마케터 / 저서 <스포츠마케터를 꿈꾸는 당신에게> <붉은악마 그 60년의 역사> 외 / 서강대·경기대·서울과학기술대 등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