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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99] 더 나은 쓰임 위한 똑똑한 업사이클링 '터치포굿'

바람직한 가치 담은 제대로 된 상품 만들어 대중 유혹

이보배 기자 기자  2014.07.23 15: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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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사람들이 쓰레기도 예쁘다며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지금까지 환경 측면을 중시하면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된 대안은 재활용, 즉 '리사이클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보다 한 차원 앞선 '업사이클링'이 주목받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와 리사이클링의 합성어로 원래의 용도에 맞춰 다시 전환해 사용하는 리사이클링과 달리 원래의 용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가치를 지닌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 '업사이클링'이라는 가치를 처음 소개한 똑똑한 사회적기업 '터치포굿'을 찾았다.

터치포굿은 2008년 문을 연 회사다. 처음부터 사회적기업을 지향했지만 정부가 생각하는 사회적기업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게 이 업체 박미현 대표의 설명이다.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여타의 사회적기업과는 달리 온전히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만든 조직이라는 것.

◆리사이클링  뛰어넘어 이제는 '업사이클링'

박 대표는 "환경과 자원을 첫 번째로 생각했고, 무리해서 일자리 제공 쪽으로 가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원래 지향했던 바에 가까워지니 일자리 문제까지 넘나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직접 고용형태는 아니지만 주변의 기업에 취약계층 일자리를 소개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졌다는 것.

   터치포굿 박미현 대표는 사회적문제들이 해결돼 '즐겁게 문 닫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이보배 기자  
박미현 터치포굿 대표는 사회적문제들이 해결돼 "즐겁게 문 닫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이보배 기자

터치포굿이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것은 지난 2012년. 교육사업을 시작하면서 사회적기업 인증 신청을 했다. 당초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던 것에 국한되지 않고, 솔류션사업팀과, 교육사업팀으로 세분화하면서 사회적기업이라는 공신력의 필요성도 커졌다.

추구하던 바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회사였기 때문에 정부의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기 전에도 사회적기업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사실 우리 같은 기타형은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기가 쉽지 않다"며 "기타형은 심사 기준이 모호해서 심사위원회가 별도로 열리고, 사회적가치가 있다고 인정돼야 하는데 기존에 활동했던 것들이 인정받아 인증받을 수 있었다"고 제언했다.

현재 터치포굿은 광고판, 자전거바퀴, 컴퓨터키보드, 페트병 등 다양한 물건을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킨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현수막.

터치포굿은 지난 2009년 지방선거 현수막 재활용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시작했다. 선거 당일 공중파 3사 9시 뉴스에 동시 출연하고, 카메라 5대를 끌고 다니며 활용하는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선거 다음 날이었다.

당시 터치포굿의 사무실은 66.11㎡(20평) 규모였으나 도착한 현수막은 20톤가량이었던 것이다. 호기롭게 시작한 프로젝트였지만 생각보다 방대한 양의 현수막에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터치포굿은 더욱 단단해졌다.

그로부터 3년 후인 2012년, 터치포굿은 더 큰 일을 내고 말았다. 대통령 선거 현수막을 목표로 '5년의 약속' 프로젝트를 진행, 선거철만 되면 거리에 휘날리는 현수막이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닌 의미 있는 기념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기업·기관 솔루션 제공…목표는 평창동계올림픽

터치포굿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이들을 찾는 곳도 점점 늘었다. 단골손님은 박원순 서울시장. 처음 시장으로 당선된 해 사용했던 현수막을 머리지 않고 모아 '멍석'을 만들어 시민들과 '멍석 토론'을 하기도 했던 박 시장은 재선에 성공하면서 다시 '터치포굿'을 찾았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진행한 프로잭트 '서울의 약속'을 위해 만들어진 업사이클링 제품 '서울의 약속 백'. ⓒ 터치포굿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 '서울의 약속'을 위해 만들어진 업사이클링 제품 '서울의 약속 백'. ⓒ 터치포굿

터치포굿은 6·4 지방선거 때 박 시장이 사용했던 현수막을 수거해 '서울의 약속'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서울의 약속'은 서울시에서 내건 정책목표인 △안전한 서울 △따뜻한 서울 △꿈꾸는 서울 △숨쉬는 서울의 4가지 공약을 알리고 이행하도록 하는 시민참여 프로젝트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굿펀딩'을 통해 4가지 정책 목표 중 시민들이 가장 바라는 정책목표에 투표하도록 하고, 모인 수익금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정책을 위한 시민자금으로 사용된다.

투표에 참여한 시민들은 리워드로 정책목표별로 다른 컬러의 현수막 업사이클링 가방인 '서울의 약속 백'을 받게 된다. 

박 대표는 "우리가 지향하는 환경적 가치를 한마디로 줄이자면 버려지는 자원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었다"며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업사이클링 업체가 3곳에 불과했지만 현재 30개가 넘는다"고 말을 보탰다.

  현수막, 자전거 바퀴, 키보드, 페트병으로 업사이클링된 터치포굿의 다양한 제품들. ⓒ 터치포굿  
현수막, 자전거 바퀴, 키보드, 페트병으로 업사이클링된 터치포굿의 다양한 제품들. ⓒ 터치포굿
박 대표의 말을 빌리면 현재 업사이클링 사업은 20억~30억원대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처음에는 마니아층의 구입이 많았지만 지금은 일반인들의 구입도 많아지고 있다. 디자인의 영역이다보니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 중심으로 트랜디한 분야라는 이미지가 생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제품을 보여줬을 때, "예쁘다"고 집었다가 재활용 제품이라고 하면 내려놓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무엇이 재활용 됐는지 먼저 알아보고 구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런가 하면 터치포굿은 수익금의 5%를 환경성 재해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2009년부터 환경성 피부질환을 겪는 저소득층 아동의 환경개선을 위한 가습기 및 보습제 등 물품지원과 습관개선을 위한 캠프지원을 진행 중이다.

인터뷰 말미 박 대표는 "현재 우리의 목표는 평창동계올림픽"이라며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다양한 폐기물이 많이 나올텐데 발생하는 폐기물들을 올림픽 기간에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한껏 들뜬 목소리를 냈다.

이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없도록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고, 다음 올림픽때는 외국의 업사이클링 기업들이 우리에게 조언을 얻도록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