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GM 대표의 중형 세단인 말리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말리부 디젤은 지난 3월 출시 이후 4개월간 총 2059대가 팔렸으며, 이는 말리부 전체 판매(6538대) 가운데 31.5%에 이른다. 여기에 말리부 가솔린 또한 상반기 내수판매에서 전년대비 51.2% 증가한 총 6364대 판매를 기록하는 등 브랜드 간판 스트라이커 역할을 책임지고 있다.
실제 한국GM은 올 상반기 내수시장에서 전년대비 10.4% 증가한 총 7만1958대를 판매했으며, 이는 지난 2004년 이래 지난 11년간 한국GM 상반기 실적 중 가장 좋은 결과다. 또 6월 판매 역시 전년대비 19.4% 늘어난 총 1만2132대로, 최근 12개월 연속 전년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런 한국GM의 판매실적에 특이한 점은 올 하반기 판매 재개를 앞둔 경상용차 다마스 및 라보 공백에도 불구, 거의 모든 차종에 걸쳐 판매 상승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가솔린 모델에 대한 수요가 디젤 모델로 옮겨간 것이 아닌 말리부 디젤 모델에 대한 폭발적 시장 반응에 더해 가솔린 모델까지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GM '쉐도우 스트라이커' 역할을 책임지는 말리부 가솔린이 과연 어떤 매력이 재조명되면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지 시승을 통해 살펴봤다. 시승코스는 일산 라페스타에서 출발해 △자유로 △서울외곽순환도로 △영동고속도로 등을 거쳐 수원역을 왕복하는 총 130㎞에 해당하는 거리다.
◆남성적 외관에 심플한 인테리어
남성적인 외관을 풍기는 말리부 가솔린의 전체 디자인은 디젤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이전 세대 모델보다 커진 몸집은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취향에 적합해 보인다.
전면부와 후면부 각은 경쟁 모델보다 예리하게 자리 잡았다. 부드럽고 세련된 매력 대신 마초적인 느낌을 풍긴다. 덕분에 출시된 지 4년이 되도록 페이스 리프트 한 번 없었지만, 지루한 인상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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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 가솔린 모델 내부 인테리어는 센터페시아에 정렬된 다이얼이 심플한 느낌을 선사하는 동시에 중앙 콘솔박스 후면에 2열 에어벤트(통풍구)를 새롭게 적용해 2열 탑승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 한국GM |
그러나 말리부는 국산 중형 세단 가운데 가장 큰 덩치에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차체 길이는 신형 쏘나타보다 10mm 더 길지만, 축거의 경우 오히려 70mm 정도 짧기 때문이다. 트렁크 역시 협소하면서 공간활용도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반면, 내부 인테리어에서는 센터페시아에 정렬된 다이얼이 심플한 느낌을 선사한다. 여기에 센터페이아를 위시해 대시보드를 받치는 인테리어도 옆으로 시원스레 뻗었으며 밤에는 무드램프도 켜진다. 여기에 앞좌석 중앙 콘솔박스 후면에 2열 에어벤트(통풍구)를 새롭게 적용하고, 버건디 레드와 같은 감각적인 새 외장 컬러를 추가해 차량 안팎의 상품성을 보강했다.
또 기존 차선이탈 경고장치와 급제동 경보 시스템에 이어 동급 최고 수준의 첨단 능동 안전시스템을 대거 적용해 패밀리 세단의 안전 기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차선 변경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SBZA)'을 적용한 것은 물론 후측방 경고 시스템(RCTA)도 장착해 전방위 통합 안전성을 배가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선하고 차량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실행 제어를 직관적 디자인으로 구현한 스마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마이링크(MyLink)'도 새롭게 적용했다.
◆안정적인 가속감 '밟고 나가는 재미 쏠쏠'
시동을 걸자 가솔린 특유의 부드러움을 온몸에서 느낄 수 있었다. 가속 페달을 밝자 힘찬 배기음과 함께 앞으로 미끄러진다. 디젤 모델과는 달리 차체 진동이나 소음이 적으며, 밟고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말리부 2.0 가솔린에 장착된 직렬 4기통 DOHC 엔진은 △최고출력 141마력(6200rpm) △최대토크 18.8kg·m(460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향상된 6단 변속기와의 조화로 부드러운 반응을 보였으며, 특히 저속에서 부족한 듯했던 토크감도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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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출시된 말리부 디젤 모델에 대한 폭발적인 시장 반응과 더불어 가솔린 모델까지 그 판매가 늘었다. 남성적인 외관을 풍기는 전체적인 디자인은 디젤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 한국GM |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속도계가 부드럽게 올라가더니 꽤 높은 고속까지 주저 없이 치고 나갔다. 높은 속도의 주행이었지만 계기판을 보고서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핸들링과 정숙성이 안정적이었다. 여기에 페달을 풀지 않고 더욱 속도를 높여도 불안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산길에서의 드라이빙은 충분히 높은 수준의 만족감을 선사했다. 언덕길을 올라갈 때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지 않아도 부드러운 가속이 이뤄졌으며, 반경이 작은 코너에서도 거리낌 없이 안쪽을 파고들었다.
주행을 마친 말리부 가솔린의 실제 연비는 12km/L. 복합 공인 연비가 12.8㎞/L인 점을 감안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말리부 가솔린은 '디젤 열풍'이라는 시대 흐름에 가려져 정확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배제하고 차량만을 두고 본다면, 아직 가솔린 엔진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유혹할 만한 매력들을 충분히 느낄 수 있던 차종이다. 2014년형 말리부 2.0L 가솔린 판매가격(자동변속기 기준)은 2429만~3069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