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빨라진 추석 탓에 사과, 배 등 과일 선물세트 준비로 골머리를 앓고 있죠. 아직 숙성하지도 않은 과일의 맛을 높이기 위해 촉진제를 사용해야 하니 농가들도 여간 고민스러운 게 아니에요."
최근 예전보다 부쩍 앞당겨진 추석 탓에 음력 명절에 대한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추석은 9월8일로 1976년 이후 38년 만에 가장 이른 때 찾아온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길어진 여름에 빨라도 너무 빠른 명절까지 겹쳐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에 이은 '한여름의 한가위'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경기침체에 시장 영업규제와 세월호 참사까지 겹쳐 한동안 웅크렸던 유통업계는 비수기로 꼽히는 여름시즌을 맞아 월드컵 특수에 큰 기대를 걸었었다. 당초 월드컵 이후 추석을 지나 인천 아시안 게임과 가을세일 다음 크리스마스와 신년 특수 등이 호재로 이어지기를 바랐지만 너무나 저조했던 브라질월드컵 성적 때문에 '월드컵 특수'는 악수(惡手)가 됐다.
이 같은 상황에 추석까지 당겨진 만큼 유통업계는 매출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리수를 감수하면서까지 선물세트 예약 판매에 발 빠르게 돌입하고 있다. 홈플러스와 이마트는 사전 예약 수요를 잡고자 다양한 상품 구색과 파격 할인 등을 앞세워 예년보다 각각 2주, 1주일 정도 앞서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빨라진 추석은 농가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 농가는 10월이 제철인 제사상 대표과일 사과와 배 생육일수가 줄어 성장촉진제를 사용, 농작물 출하시기를 앞당길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소비자는 높은 가격에 농산물을 구매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 명절 선물세트 매출이 크지 않은 백화점 입장에서는 진열을 통해 상품을 내놔야 하는데 이 경우 제철식품이 뒤로 밀려 재고 및 매출 부담이라는 고민을 안게 된다. 대형마트 역시 좋은 품질의 사과와 배만을 선별하려다 보니 가격을 고가에 형성되고 있다.
또 충분한 물량 확보라는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들 상품의 물량을 줄이고 대체품목으로 육류를 저가에 형성해 '선물세트의 고른 가격대 유지'라는 차선책을 세우는 중이다. 이처럼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고가에 형성될 제수용품 구입 부담뿐 아니라 선택 폭까지 줄어 우리 서민들은 '눈물의 제사상'을 마련해야 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됐다.
이렇다보니 물가 안정과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주요 농산물 수확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추석 일을 양력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계절변화 기온 추이를 감안하면 가을로 접어드는 진정한 추석은 9월 말이나 10월 초가 된다.
우리는 여기서 진정한 추석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나라에 도입된 양력 명절은 고종 시절부터 100년간 한국사회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노태우 정부는 양력 이면에 일왕숭배 목적이 있다는 점과 우리 전통풍속을 계승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들어 1989년 음력 명절을 부활시켰다.
추수를 앞두고 농사를 잘 짓게 해준 조상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명절, 일제 강점의 산물이라는 이유로 외면받던 양력 명절.
우리 역사와 전통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음력제도를 유지함이 마땅하지만 유통업계와 농가, 소비자에까지 이어지는 사회 경제적 부담을 고려할 때 양력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이렇듯 역사적 상처를 안고 우리와 함께한 대한민국 최대 명절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값비싼 제사상을 준비하기보다는 '시원한 추석' 속 진정한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 조상도 웃으며 반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