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표적인 증시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이사장 최광·이하 국민연금)의 투자편식이 심각하다. 올해 들어 운용수익률이 국내·외 주식을 통틀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편중투자 논란이 불거지자 가입자의 소중한 쌈짓돈을 깎아먹고 있다는 비난이 나올 만하다.
23일 기업경영성과 평가기관인 CEO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총 68조원에 달하는 국내주식평가액 중 절반에 가까운 47%가 삼성, 현대차 2대그룹에 집중돼 있다.
뿐만 아니라 SK, LG, 롯데를 포함한 5대그룹 투자규모를 합하면 평가액의 대부분인 67%를 이들 재벌기업 지분으로 쥐고 있는 셈이다.
◆500대 기업 상장사 중 절반은 국민연금이 주요주주
매출기준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261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국민연금 투자현황을 조사한 결과 공단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143개사, 평가액은 67조5000억원이었다. 국내 상장사의 절반 이상은 국민연금이 적어도 5%이상 지분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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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삼성물산, 제일기획, 호텔신라 등 주요 계열사 지분율이 10%를 웃돌아 주요 대주주로 등재돼 있다. 공단은 삼성그룹 계열 15개 상장사 중 삼성생명, 삼성카드를 제외한 13개 계열사 지분을 쥐고 있다.
또 현대차그룹 지분평가액이 10조7400억원, SK그룹 6조6600억원, LG그룹 4조7300억원, 포스코그룹 2조4700억원 순으로 지분 가치가 컸고 롯데그룹 1조5000억원, CJ그룹도 1조2000억원을 기록해 투자평가액이 1조원을 넘겼다.
◆지나친 대기업 사랑, 수익률 저하 부채질?
문제는 이 같은 '투자편식'이 수익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경영공시를 보면 올해 4월 말 기준 기금운용 성과 가운데 국내주식투자 수익률은 -1.7%에 그쳤다. 시장대비 수익률 -0.3%대비 부진한 결과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은 0.27%에 불과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투자하는 직접투자 수익률은 -2.7%로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시장대비 수익률은 -0.4%였다. 그나마 위탁투자부문은 다소 나았지만 역시 -0.7%로 0.3%인 시장대비 부진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직접투자의 경우 기금운용 규정에 따라 대형주인 코스피200종목 위주로 투자대상이 한정돼 있다"며 "연말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대형주 수익률이 추락했고 기금운용 수익도 같이 감소한 측면이 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금의 성격상 내부적으로 상당히 보수적인 운용원칙이 있는데 일례로 KT&G의 경우 30% 넘게 주가가 올랐지만 담배와 술, 카지노 같은 사행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며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더라도 아예 투자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재벌기업 편식이 책임회피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납부금으로 수익을 내고 이를 다시 돌려주는 공공기금인 만큼 투자 손실에 대한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며 "극단적 우량주 편식이 일종의 '책임회피 장치'가 될 수 있어 기금운용에 대한 상시 외부 모니터링 같은 시스템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상대적으로 수익이 큰 해외주식투자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국민연금의 금융부문기금운용 규모는 387조2323억원으로 이 가운데 주식투자에 총 102조8860억원이 집행됐다.
국내주식에 67조6566억원이 투입된 반면 해외주식에는 절반 수준인 35조2294억원만 집행됐다. 수익률은 천지차이였다.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주식투자 수익률은 2.7%였던 것에 비해 해외주식 수익률은 21.6%에 이르렀다. 특히 직접투자부문은 24.6%의 수익을 올려 0.7%에 그친 시장대비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