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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진정한 '리니언시' 완성을 위하여

이보배 기자 기자  2014.07.21 1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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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수조원대 가스관 공사 담합을 주도한 두산중공업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리니언시'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리니언시'는 '자진신고 감면제도'로 카르텔이라 불리는 담합에 참여한 기업 또는 기업인이 해당 사실을 자진 신고할 경우, 시정조치나 과징금 등의 제재를 약하게 해주거나 면제해주는 제도다.

담합 행위의 적극적인 자진 신고 기업에게는 과징금 면제(1순위)와 감면(2순위)이라는 혜택이 주어진다. 기업들의 자진 신고를 이끌어내는 이면에는 '선착순'이라는 원칙이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의 담합 조사 사실이 알려지면 담합 기업들은 리니언시 경쟁을 하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빠른 신고를 위해 오토바이 퀵 서비스를 이용한 자료 제출도 불사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사실 기업들의 리니언시는 지금까지 공공연히 이뤄져 왔고, 담합이 관행화된 건설업계에서는 '담합을 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중공업의 이번 리니언시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두산중공업이 이번 담합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이번 담합의 '간사사'로 불법 행위를 주도했다.

건설사들은 제비뽑기로 공구별 낙찰 받을 회사와 입찰 가격을 결정하고, 펜으로 1부터 22까지 숫자를 쓴 동전을 뽑아 낙찰 순서를 정했다. 순번 외 다른 업체들은 '들러리'로 참여, 특정 업체가 낙찰 받을 차례가 되면 나머지 업체 21곳이 약간 높은 액수를 써내는 방법을 이용했다.

두산중공업은 이 같은 담합의 전 과정을 주도했고, 가담 업체들의 모임 등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니언시가 담합 적발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도 자체의 공정성 논란은 여전하다. 자진신고를 이유로 담합으로 더 큰 혜택을 본 기업이 처벌을 면제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 

특히, 이번 두산중공업의 리니언시 소식이 알려지면서 내부고발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리니언시 제도가 담합을 주도한 간사사까지 과징금을 면제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담합행위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은 지난달 30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리니언시 관련 과징금 100% 면제 혜택을 50%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상 리니언시 최초 신고자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시점과 상관없이 과징금 100%를 면제받고 있다. 때문에 담합 기업들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개시 전 자발적인 신고는 거의 없다.

강 의원은 바로 이 점에 착안, 조사 개시 이후 신고하면 면제율을 절반으로 줄이는 법안을 발의했다. 조사를 시작하지 않으면 자진신고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는 기업의 속내를 제대로 파악한 개정안이라 할 수 있다.

실제 2012년도 리니언시 적용 사건 12건 중에서 10건은 공정위 조사개시 이후 자진신고가 이뤄졌고, 이들 기업이 감면받은 과징금만 1408억원에 달한다.

유럽에서는 리니언시의 이 같은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조사개시 이후 자진신고 기업에 대해서는 30~50%로 제재금 감면의 폭을 크게 감소하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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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한민국 현행 리니언시 제도는 담합행위를 주도한 기업들이 담합으로 막대한 이익을 본 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개시하는 그때 신고해 과징금을 면제받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담합을 주도한 기업들의 리니언시 악용을 방지하고 자진신고를 적극적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자진신고 시점에 따라 제재수준을 구분하는 방법의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진정한 리니언시의  완성은 기업의 양심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