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여객기 추락 소식이 국내외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사고 지역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접경 상공이고 사고원인이 우크라이나 정부군 또는 친러시아 반군이 발사한 미사일로 추정돼 지난 3월 불거졌던 지정학적리스크가 재부각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단행하면서 긴장감이 더해졌다. 당일 뉴욕과 유럽 주요증시가 일제히 동반 하락했고 전날 2020선을 웃돌았던 코스피지수 역시 18일 개장 직후 2010선으로 내려앉았다.
◆글로벌 금융시장 ‘Risk-off’ 대세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위험자산 회피(risk-off)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름세로 전환해 1030원선까지 다시 올라선 반면 주요 안전자산인 엔·달러 환율은 하락했다.
국제유가와 금값도 들썩였다. 17일 상품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유가는 전날보다 2% 가까이 뛴 온스당 103.15달러에 거래됐으며 금값 역시 1% 넘게 뛰었다.
이런 상황에도 전문가들은 일련의 불안감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낙관했다. 단기적인 주가조정은 있겠지만 금융위기 수준의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 자체가 단기적인 주가조정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인이 일정부분 매도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18일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오후 12시50분 현재 530억원을 순매도하고 있고 선물시장에서도 2100억원 넘게 팔고 있다.
서 연구원은 "미국과 러시아가 직접적인 무력충돌만 벌이지 않는다면 주가조정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며 "코스피가 전고점을 돌파했지만 개인이나 기관의 차익실현 욕구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기술적 부담도 적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여객기 격추 같은 우발 변수는 단기조정 요인은 맞지만 추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강 팀장은 또 "증시는 보통 지정학적 요인으로 단기 충격을 받았다가 곧 회복됐다"며 "이번 변수로 코스피가 2000선 초반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EU 강력재제 힘 빠진 이유는 '자원'
연구원들의 관측처럼 과거 러시아가 연관된 분쟁상황에서 글로벌증시 혼란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1991년 구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분쟁은 올해를 제외하고 총 4차례 벌어졌다.
1992년 트란스니스트리아(몰도바) 사태 및 1994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친 체첸내전, 2008년 이른바 그루지야 사태로 불리는 압하지야 및 남오세티야 내전이다. 이 가운데 러시아증권거래소가 문을 연 1995년 이전에 벌어진 몰도바 사태와 1차 체첸내전을 빼고 나머지 분쟁은 모두 단기 악재에 그쳤다.
우리투자증권과 한국거래소의 자료를 보면 1992년 2차 체첸내전 당시 러시아주가는 한 달여 동안 18% 가까이 폭락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체첸의 전면전 이후 2개월 만에 주가는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같은 기간 뉴욕 S&P500지수 하락률은 1.5%에 불과했으며 코스피는 오히려 0.4%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쳤던 2008년 그루지야 사태 때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컸다. 그해 8월8일 러시아가 그루지야와 전면전을 벌였고 닷새 뒤인 13일 휴전협상을 시작해 같은 달 19일 러시아가 철군을 시작할 때까지 러시아 주가는 2.2%, 루블화 가치는 4% 가까이 폭락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역시 2.3% 하락했으며 코스피지수도 1.7% 내림세였다. 그러나 러시아 철군 이후 충격은 잦아들었고 낙폭은 모두 회복됐다.
이번 사태 역시 미국과 러시아, 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대규모 무력충돌만 피한다면 수면 아래로 잠길 가능성이 높다. 또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추가재제를 계획 중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군사적 재제를 동시에 취할 공산도 크지 않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구체적 군사개입이나 강력한 제재방안을 내놓지 못했다"며 "EU는 석유 32%, 천연가스는 소비량 46%를 러시아에 의존 중이고 반대로 러시아는 수출시장 49.2%를 EU가 차지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