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재 기자 기자 2014.07.18 12:22:53
[프라임경제] 하나금융그룹 내 팩트 싸움이 점입가경 양상이다.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이 진통을 겪는 가운데 지주사와 외환은행, 경영진과 노조의 대립구도가 얽히고 설켜있다. '2·17 합의서' 이행 여부와 책임론이 원칙론에 맞춰 귀결되는 형국으로 봐도 흥미롭다. 이들이 각각 내세우는 근거를 비교하는 게 아무래도 객관적인 판단에 도움이 될 것도 자명하다. 일련의 흐름을 좇았다.
뭐든지 급하게 해서 좋을 것 하나 없다는 옛말이 최근 하나금융그룹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겹쳐지고 있다. '찬물에 체한다'는 속담이 그룹 내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는 것.
하나금융그룹 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조기통합이 당면과제로 재차 떠오르면서 마찰음을 내고 있다. 지난 2012년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가 5년간 독립법인 유지와 독립경영 보장, 구조조정 금지를 골자로 한 '2·17 합의서'에 서명했지만, 그룹이 절반 넘게 시기를 앞당기려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지주사와 외환은행 노조는 각각 경영환경을 탓하고 있지만, 관련 근거가 판이하다는 점도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전면에 나서 직원들을 설득하고 있는 대목도 노조로서는 여간 껄끄럽지 않을 수 없다.
◆외환은행장까지 나서 설득 "조기통합돼야 살아남는다"
김 은행장은 지난 14일 오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대직원 서면 메시지를 전달했다. '2·17 합의서가 외환은행의 독립경영과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종신보험 계약이 아니다'라고 운을 뗀 김 은행장은 이날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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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금융그룹 내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이 진통을 겪고 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까지 나서 설득 중이지만, 노조는 책임론을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하나금융지주 | ||
이와 관련 김 은행장은 "합의서에 따라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직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새로운 통합 원칙과 통합 조건을 도출하고, 타 금융권의 인력과 점포 구조조정 여파에서 통합시너지는 대안"이라며 "이러한 통합 시너지 혜택은 전 직원과 나눌 수 있다"고 설득 중이다.
'2·17 합의서'가 외환은행의 독립경영과 직원의 고용을 영속적으로 보장해주는 종신보험계약서가 아닌 만큼 오히려 조기통합 논의를 통해 직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을 더욱 확실하게 보장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 12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그룹 전체 임원 워크숍에서 '조기 통합 결의문'을 채택하고, 2014년 초 통합을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룹이 조기통합의 당위성으로 꺼내든 카드는 외환은행 인수 이후 악화된 재무상태다. 이달 초 그룹발 자료도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충실히 작성돼 배포됐다.
그룹은 자료를 통해 2011년 외환은행 인수 전 1조2070억원이던 하나은행 당기순이익이 외환은행 인수 이후 2013년 6550억원으로 반 토막 났고, 외환은행도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1조6220억원에서 3600억원까지 급락했다고 전했다. 이익 기반도 경쟁사인 신한은행 대비 약 1.5배 빠른 속도로 훼손되는 실정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올 3월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의 경우 통합성과가 두드러진다는 게 그룹의 입장이다. 총자산과 대출금, 예수금은 대부분 10%까지 성장 중이고, 당기순이익도 올 연말에는 지난해 12월 대비 4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그룹은 정보기술 이중투자와 점포 중복, 신규 수익원 등을 모두 감안했을 때 통합 시기를 앞당기면 1조원가량 시너지를 거둘 수 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외환은행 자산 강탈 2조원 "경영진 책임지는 게 당연"
현재 그룹과 대립각을 보이는 외환은행 노조가 이를 순순히 수긍할 리 만무하다. 외환 노조는 그룹 내 주요 경영진들이 적절히 이끌지 못해 발생한 손해가 고스란히 외환은행으로 전가되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신뢰가 기본인 금융산업에서 '2·17 합의서'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고, 조기통합의 이유로 언급한 재무상태 악화도 경영진이 옷을 벗을 각오로 책임지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합의서는 있지만 지속적인 경영간섭이 있었고, 외환은행에 도움이 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는 점도 지목됐다. 점포 증설 억제와 통합 등 분란과 갈등 조정 사례만 100여건이 넘을 정도라는 설명도 있었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돈은 돈대로 빼가고, 불필요한 일만 만드는 등 경영간섭을 하는 김 회장의 얘기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10년간 멀쩡했던 은행이 김 회장 이후 안 좋아졌다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 관계자는 덧붙여 "최근 비전스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직원을 강제 동원해 통합에 대한 동의를 억지로 끌어내고 있어 갈등과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하나지주사 탓에 외환은행에서 유출된 현금성 자산이 2조원이나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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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은 조기통합 이유로 악화된 재무상태를 꼽지만, 노조는 "지주사의 경영간섭으로 외환은행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외환은행이 인수된 이후 지주사의 자산강탈만 2조원"이라고 지적했다. ⓒ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 | ||
이날 조합원 3000여명은 서울역 광장에서 "그룹이 외환은행 수익력 전하를 운운하며, 합병을 해야 살아날 수 있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김정태 회장 말이 맞다면 외환은행을 망친 책임은 바로 하나지주와 김 회장이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과정에서 지주사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 돌아온 것은 2조원의 자산 강탈이라고 날을 세웠다.
노조의 주장을 빌리면 지난 2011년 인수 전 론스타 중간배당에서 7800억원의 인수대금을 외환은행이 대납했고, 지난해 주식을 통합한다며 외환은행 자사주 소각 당시 날아간 5000억원, 그리고 올해 외환카드를 빼앗아가는 것도 모자라 6400억원을 출연하라는 내용까지 모두 합하면 자그마치 2조원이다.
바꿔 말하면, 하나지주가 경영간섭만 중단했다면 외환은행은 올해 당장 2년 전 모습을 회복할 수 있다는 추측도 가능한 대목이다.
이에 맞서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이후 외환은행으로부터 가져간 돈은 2년간 배당금 967억원이 전부고, 노조가 주장하는 2조원 중 론스타 앞 배당금은 빼야 한다"며 "외환은행 상장폐지 시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과 관련된 5000억원은 외환은행이 소액주주들로부터 주식을 매수해 작년 블록딜로 전액 회수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외환카드의 경우 자산 및 부채를 담보하기 위한 자본으로, 개시자산 중 현금성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 확정된 바도 없고, 이를 현금유출로 보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첨언했다.
한편, 노조 관계자는 "김한조 은행장이 자리를 걸고 고용을 보장한다고 나섰지만, 이는 법적으로 다 보장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회적인 얘기일 뿐"이라며 "작년 10월 합의한 정규직 전환과 카드사업 본부 조합원들의 생존권도 지켜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