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업 내부에 쌓인 뭉칫돈, 사내유보금에 대해 정부가 과세를 추진할 계획이다. 2002년 이후 12년 만에 관련 논의가 재개된 셈이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내수진작을 최우선 목표로 밝힌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내놓을 수 있는 안 중 상대적으로 현실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배당확대 이슈와 맞물려 주식시장에도 '훈풍'이 불 전망이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당기 이익금 중에서 세금, 배당 등으로 지출된 금액을 제외한 일종의 적립금이다. 이미 법인세를 납부한 기업 입장에서는 '이중과세' 논란이 불거질 수 있지만 정부는 내수부양이라는 명분과 세제 혜택을 앞세워 관철시킨다는 입장이다.
◆"경영위축 비겁한 변명, 더는 안 먹힐 것"
특히 지난 3년 동안 10대그룹의 사내유보금이 평균 29%나 불어난 것은 정책의 명분을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의 전언을 들으면 최근 5년 동안 국내 비금융 상장사의 현금성 자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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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10대그룹의 사내유보금 증가 현황을 2010년말과 지난해 2분기까지 비교한 그래프. 이에 따르면 한진그룹을 제외한 9개 그룹의 사내유보금이 증가세를 보였으며 이 중 현대차를 비롯한 5개 그룹은 10대기업 평균인 29% 증가율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투자 | ||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보통 현금성 자산이 늘어나는 이유는 세 가지"라며 "수익성이 좋아지거나 외부자금 유입, 투자감소 등인데 2010년 이후로는 이중에서 투자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유가증권상장사 중 금융사를 제외한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유형자산 및 지분투자 규모는 2011년 9.0%에서 지난해 7.0%로 2년째 감소하고 있다. 특히 2010년 23조2000억원이었던 투자자산은 작년 16조6000억원으로 7조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한 연구원은 "대기업들이 현금배당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로 '투자재원 확보'를 들고 있지만 이 같은 수치를 보면 말이 안 되는 변명"이라고 꼬집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우리나라 기업은 유보금이 많은데도 배당은 안 하는 문화"라며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1%대에 불과해 주변국인 대만 3.0%, 인도 1.5%, 인도네시아 2.6%, 중국 3.5% 등에 비해 크게 낮고 심지어 저성장이 고질화된 일본 1.9%보다도 못하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또 "초과유보금에 대한 과세안이 폐지되기 전인 2000년까지는 배당수익률이 2%에 달했지만 법안 폐지 이후 1%대로 급감해 기업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유 있는 배당주 열풍, 담을 종목은?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기업은 △상여금 지급 △배당확대 △추가 투자, 세 가지 중 적어도 하나는 해야 할 상황이다. 모두 내수경기를 띄우는데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
특히 금융투자업계는 정부안을 일제히 환영하고 있다. 주주이익환원 차원에서 배당이 늘어날 경우 주식시장 활성화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지지부진한 국내증시의 분위기 전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연구원은 "과세안이 통과된다면 배당성향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높아져 외국인 자금 유입 효과가 있고 일본식 장기투자자금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국면 전환은 궁극적으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 연구원 역시 배당확대 쪽에 무게를 뒀다. 그는 "낮은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 기업의 저배당 명분 상실, 낮은 시장변동성을 감안하면 배당확대는 필연적인 현상"이라며 "당분간 배당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전통적인 고배당주와 저평가된 우선주를 빼고 관심을 끌만한 종목들은 유보율과 유보액대비율(자산총계대비 유보액비중)이 모두 높은 기업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유보율 상위 100개 기업 가운데 유보액대비율이 50%를 웃도는 종목(2013년 12월말 기준)은 △롯데제과 △태광산업 △SK텔레콤 △남양유업 △삼성전자 △NHN엔터 △네이버 △엔씨소프트 △롯데쇼핑 △포스코 △KCC △아모레퍼시픽 △한전KPS △한섬 △영원무역홀딩스 △에스원 △한국타이어월 △아모레G까지 18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