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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호에 투영된 이석채 멍에…갈팡질팡한 '동반성장'

돈 되면 다 한다? 커가는 계열사에 깊어가는 협력사 시름

최민지 기자 기자  2014.07.14 14: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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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황창규 KT 회장의 최근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때 아닌 우려의 목소리가 새나오고 있다. 황 회장이 이석채 전 회장의 그림자를 지워가는 과정에서 '동반성장 옥죄기'가 재차 회자되고 있다. '돈 되면 다 한다'는 다른 듯 닮은 행보가 예전 컨택센터와 최근 알뜰폰 사업에 그대로 녹아들었다는 지적이 핵심이다. 관련 계열사 KTIS가 중심에 있다는 점도 차차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용을 살펴봤다.

비통신 계열 확대와 탈통신 전략을 채택한 이 전 회장의 색채를 지우려는 KT(030200) 황창규호가 알뜰폰시장에 진출했다. 황 회장의 복안은 알짜배기로 불리는 KT렌탈과 KT캐피탈 매각을 추진하면서까지 선택과 집중을 통한 ICT 기업 본연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황 회장의 행보가 이 전 회장과 엇비슷하다는 해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전 회장 때 KT 자회사 KTIS를 통한 컨택센터 중소 협력사 '자리 뺏기' 논란이 황 회장의 KT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KTIS를 통한 알뜰폰 사업 운영을 두고 기존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자리가 위협당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는다. 수장은 바뀌었지만, 상생을 지속적으로 외친 기업으로써는 여간 부담스러운 시선이 아닐 수 없다.

◆이석채 회장 당시 '컨택센터 협력사 자리 빼앗기' 논란

지난 2009년 이 전 회장 시절 KT는 KTIS와 KTCS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기존 컨택센터 협력사들의 자리를 위협했다. 이듬해 이 전 회장이 중소기업과 상생을 넘어 동반성장으로 나가야 한다며 3불(不) 선언한 때와 이어진다.

   자회사 KTIS를 통해 알뜰폰 사업을 운영하기 시작한 황창규 KT 회장이 KTIS를 통한 컨택센터 진출로 중소기업 자리 뺏기 지적을 받았던 이석채 전 회장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 KT  
자회사 KTIS를 통해 알뜰폰 사업을 운영하기 시작한 황창규 KT 회장이 KTIS를 통한 컨택센터 진출로 중소기업 자리 뺏기 지적을 받았던 이석채 전 회장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 KT
3불 선언은 수요예보제 시행을 통해 사전 구매 계획을 협력업체에 미리 알리고, 협력사의 기술 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겠다는 방침과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경쟁하지 않겠다고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이들 KT 자회사가 컨택센터에 진출하면서 10여곳의 협력사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초창기 KT는 5개 컨택센터 법인에 114와 KTF업무를 맡겼고, 5개 업체는 업무의 70%를 다시 12개 협력사에 아웃소싱 맡겨 운영했다.

당시 KT는 협력사 12개 업체 중 KOIS(현 KTIS)와 KOID(현 KTCS)를 자회사로 편입시키며 각각 3개·2개 업체를 합병시켰고, 이후 양사는 합의되지 않은 향상된 SLA(Service Level Agreement)를 협력사에 통보했다. 아울러, 계약종료를 앞둔 몇몇 협력사에게는 변경된 조건의 도급비를 일방적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서는 KT가 협력사들의 사업영역을 침범하지 않겠다며 상생경영을 외쳤지만, 컨택센터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큰 만큼 상생경영도 퇴색되고 말았다는 핀잔을 늘어놓기도 했다. 당시 컨택센터 시장은 수조원에 육박했다.

공시에 따르면 KTIS와 KTCS가 지난해 컨택센터 주요 사업자 시장점유율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26%·27%로, 총 53%를 차지하고 있다. 또, 양사 매출액은 각각 3900억원에 육박한다. 2010년 당시 KTIS와 KTCS 영업이익은 각각 228억·184억원으로 49%의 성장률을 보였다.

◆황창규호 알뜰폰 사업에 중소 사업자 설자리 없어질까 우려

알뜰폰시장에 진출한 황 회장을 두고 이 전 회장의 행보가 투영됐다는 일부 시선이 묻어난 대목이다. 이들이 손가락질 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기존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KT가 이들 컨택센터와 알뜰폰 사업에 KTIS를 내세워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존에 사업을 영위하던 사업자들의 반발은 그만큼 커질 것이란 풀이도 가능하다.

앞서 황 회장은 '싱글 KT, 싱글 파트너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 전 회장 때와 마찬가지로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강조하며 지난 5월에는 '제1회 KT 파트너스 페어'를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황 회장은 "최고 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협력사들의 마음을 얻고, 상하관계나 갑을문화는 철저히 배제해 진정한 파트너로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KT 자회사 KTIS는 지난 4일 알뜰폰 홈페이지를 열고 가입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 KTIS MVNO 홈페이지 캡처  
KT 자회사 KTIS는 지난 4일 알뜰폰 홈페이지를 열고 가입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 KTIS MVNO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KT가 알뜰폰 사업에 진출하면서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현재 KT망을 빌려 알뜰폰 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KT 자회사 KTIS와 CJ헬로비전·에넥스텔레콤을 포함해 총 14곳이다. 자금력과 통신망을 확보한 이통사의 알뜰폰 진출이 중소 알뜰폰 사업자에게는 시장에서의 도태를 초래할 것이란 걱정으로 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이통 자회사의 알뜰폰시장 점유율을 50%로 정해놨는데, 이는 50%까지 영역을 떼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대기업 계열 알뜰폰 사업자 점유율을 제외했을 때,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10~20% 점유율 내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이통 자회사의 알뜰폰 진출로 중소 사업자들의 투자 의욕이 위축되면서 다양한 서비스 출시를 막고 있다"며 "가입자 감소와 투자 축소로 인해 사라지는 알뜰폰 사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TIS 인프라 접목되면 알뜰폰 무섭게 성장"

지난 5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 수는 330만명을 넘어서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을 통해 KT는 포화된 이통시장에서 통신사업 영역을 확장시키고 성장세에 오른 알뜰폰을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고가요금제 시장은 기존 이통사가, 저가요금제 시장은 이통 자회사를 통해 공략 가능하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알뜰폰 활성화 대책에 따르면 5만5000원 요금제 이상의 경우 수익배분 방식의 배분비율은 이통사 55%·알뜰폰 45%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이통사가 50%를 가져가는 방식에서 오히려 5% 더 오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기존 알뜰폰 사업자가 고가요금제를 전략적으로 내세우기 어렵다는 얘기다.

알뜰폰 업계 다른 관계자는 "고객센터와 콜센터를 운영하는 KTIS의 인프라를 이용했을 때, 우회영업 조항에만 위배되지 않는다면 KT의 알뜰폰 사업은 무섭게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두고 KT는 "미래부가 이통 자회사에 공정경쟁 및 중소사업자 보호를 위한 등록조건을 부과했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알뜰폰 사업자는 KT외에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라는 통신망 선택권이 있기 때문에 KTIS 자회사 편입으로 인한 사례와는 다르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