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본차이나'로 새색시들의 마음을 떨리게 했던 행남자기(008800)가 연이은 파열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퍼스트클래스'와 '시궁창'을 리드미컬하게 오갔다고 할까.
불과 한 달 사이 거래소로부터 '현저한 시황변동'과 '경영권 매각 추진' 등에 대한 조회공시요구를 연이어 받은 행남자기는 최대주주의 대규모 지분매각과 신사업 추진 이슈 등이 불거지며 주가가 200% 이상 오르락내리락 했습니다. 근래에는 계획했던 3자배정 유상증자가 두 차례나 지연되면서 개미들의 마음을 까맣게 태우고 있군요.
◆견미리·태진아 대박신화 재현되나
행남자기와 관련된 가장 강력한 풍문은 회사가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 예정이고 이를 위해 현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는 것인데요. 대주주들이 잇달아 보유지분을 대규모로 팔아치우면서 인수합병(M&A)설도 동시에 불거졌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김용주 회장의 모친 김재임씨가 보유 지분 10.52%를 장외에서 팔아치웠고 앞서 13일에는 김 회장의 동생 김태성 사장이 5.96%의 지분을 처분했습니다. 매각금액 기준으로는 총 29억8500만원 정도인데요. 당초 오너일가의 지분량이 58.6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두 차례 매각으로 지분율은 오너일가 몫은 38.0%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당장 경영권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 회사 측은 "자금조달과 신규사업 검토 차원"이라는 교과서적 답변만 내놓았을 뿐입니다. 경영권 매각설을 부추긴 것은 시기와 규모, 참가자들까지 '미스터리'한 유상증자입니다.
특히 행남자기가 바이오 사업에 손을 댈 것이고 나아가 관련업체를 인수해 '우회상장' 할 것이라는 설도 나오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는 모양새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번 유증에 탤런트 견미리씨의 남편 이홍헌씨가 본인이 운영하는 회사법인 명의로 참여한다는 점이었습니다.
3년 전 견미리씨는 줄기세포테마주였던 에프씨비투웰브(현 파미셀) 유증에 참여해 가수 태진아씨와 함께 대박을 낸 것으로 유명세를 탔는데요. 당시 견씨의 투자가이드로 남편 이씨의 역할이 컸다는 것은 공공연한 이야기였습니다. 이씨가 주가조작 혐의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말입니다.
일단 회사 측은 지난달 26일 거래소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타법인출자를 통한 신규사업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고 발을 뺀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은 행남자기가 유상증자를 기점으로 '신사업 진출'을 발표하고 주가가 급등할 가능성에 베팅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뭐 지난 주말까지는 말이죠.
◆삐걱대는 유증…투자자와 갈등? 급락 물타기?
그런데 그 '신사업'을 위한 돈줄이 영 신통찮은 모양입니다. 회사는 4일로 예정됐던 50억원 상당의 3자배정 유상증자 납입일을 오는 30일로 연기한다고 3일 공시했습니다. 지난달 27일 납입일 변경 이후 또 기한을 늦춘 것입니다. 이를 둘러싸고 유증에 참여한 투자자들과 회사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회사는 4일로 예정됐던 50억원 상당의 3자배정 유상증자 납입일을 오는 30일로 연기한다고 3일 공시했습니다. 지난달 27일 납입일을 변경하고 또 기한을 늦춘 것입니다. 이를 둘러싸고 유증에 참여한 투자자들과 행남자기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행남자기의 계열사들이 사실상 모기업에 '업혀가는' 형국이라는 점 때문인데요. 작년 말 기준 행남자기는 △행천자기 △행남광물정제 △모디 △크레이텍 △행남통상 △행남자기유통 등 6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대부분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인이 대표를 맡고 있지요.
문제는 이들이 그다지 신통찮다는 점입니다. 크레이텍이 올해 1분기 기준 1300만원의 당기순익을 낸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계열사들이 적자 상황입니다. 특히 가정용 도자기 제조업체인 모디는 최근사업연도에서 4억36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실적악화를 부추겼지요. 여기에 행남자기가 계열사들의 담보제공과 채무보증을 서주는 식으로 실적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올해 3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행남통상에 25억원 상당의 부동산 담보를 제공했고 다른 계열사에도 90억원대 채무보증을 해줬습니다. 지난해 행남자기의 당기순이익이 7억1000만원에 불과했고 그나마 현금성자산을 팔아 흑자로 돌아선 것이라는 속사정을 안다면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유증자금이 성장성 낮은 도자기 사업과 기존 계열사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묵과할 수 없을 것이고 나름대로 안전장치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이번 유증이 삐걱댄 이유가 이 같은 투자자들의 요구를 회사가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면 납득이 가능한 부분이지요.
그러고 보니 행남자기는 올해 4월까지 하루 거래량이 5000~1만주에도 못 미치던 '고인 주식'이었습니다. 그런데 관련 이슈가 줄줄이 터지면서 지난 5월에는 20만주, 지난달에는 360만주까지 일일 거래량이 폭증했고 주가는 올해 초 3000원대에서 지난달 장중 8300원대를 찍더니 4일에는 전일대비 3% 넘게 추가 하락해 4900원대로 내려앉았군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에서 상당히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