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달 30일 헌법재판소는 고위 공작자가 퇴직 후 일정 기간 관련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고 의무적으로 재산을 등록하도록 한 공직자윤리법 조항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관피아(관료+마피아)를 방지하기 위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4급 직원 등이 직원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한 판결이지만, 이를 통해 전체 공직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관피아 척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정부기관 소속 고위공무원이 퇴직 후 관련 기관에 재취업한 사례가 만연하다는 방증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또한 이 같은 관피아 영향권에 포함돼 있다.
◆재취업 자리 넘치는 문체부, 관련 기관 60곳 넘어
지난해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4급 이상 고위공직 퇴직자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문체부 고위공직자 35명이 관련기관에 재취업했다.
이들은 △예술의 전당 △국립합창단 △한국관광공사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문체부 소관기관 이사장·사무국장 등으로 재취업했는데, 모두 해당기관에서 정년을 채우지 않은 채 명예퇴직·의원면직 후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유관기관으로 넘어갔다. 특히, 이들은 일정 기관으로 모여드는 형태가 아니라 다양한 기관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정무위나 기재위 소관기관은 10여개뿐이지만, 문체부가 포함된 교문위 소관기관은 100여개가 넘는다"며 "이 중 문체부는 산하기관도 많고 공공기관뿐 아니라 학교·미술관·체육기관 등의 관련 기관으로 갈 수 있는 자리가 많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현재 17개 소속기관·45개 유관기관을 거느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고위공무원들이 재취업을 노리고 움직일 수 있는 곳이 총 62곳에 달한다는 것.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국무위원과 국회의원 및 4급 이상 공무원은 취업제한 대상으로, 공직자윤리위원회 승인을 받았을 경우를 제외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급이나 직무분야에 종사한 공무원은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속했던 부서 업무와 관련이 있는 곳에 취업할 수 없다.
◆퇴직 후에도 유관 기관 주요 보직에 포진
업계 관계자는 "전관예우에 따른 재취업은 지속돼 온 사안으로, 최근 이슈로 떠오르며 주목받기 시작한 것뿐이다"며 "관피아가 갑자기 증가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체부가 지도·감독하는 남여주골프장은 문체부 공무원들이 사장 자리를 차지해왔다. 정부가 골프대중화를 위해 추진한 남여주골프장의 현재 사장은 강봉석 전 문체부 종무실장이다. 정태환 전 사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문화관광부 차관보를 역임했으며, 권경상·조창희 전 대표는 문체부 종무실장을 지냈다.
신중석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는 문체부 기획관실·관광정책과를 거쳐 문화예술교육과장을 거친 후 F1국제자동차경주대회 조직위원회 대회협력본부장을 지냈다. 한국체육산업개발은 문체부 관련 기관으로 소속돼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실내 테니스장을 인터넷 예약시스템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독점 사용 논란이 발생했을 때, 신 대표가 사과한 바 있다. 한국체육산업개발은 당시 일정 시간 해당 테니스장의 예약 시스템을 이 전 대통령의 편의를 위해 차단했었다.
아울러 유진한 전 문체부 해외문화홍보원장은 태권도 진흥재단으로, 박광무 전 문체부 문화예술국장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김현승 서울예술단 이사장은 문체부 예술국 전통예술과장을 역임한 후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원회 사업본부장을 맡았다. 정부가 방만경영에 따른 정상화를 지시한 그랜드코리아레저에도 문체부 관련 출신이 포함돼 있다.
신 의원은 "퇴직 후 유관기관 취업은 엄격히 제한되지만 문화·체육계 역시 전관예우로 인해 사실상 이러한 규정이 유명무실했다"며 "고위공직자가 정년을 채우지 못한 채 스스로 그만둬 소관기관 또는 유관기관에 재취업할 경우 유착비리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