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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잘못된 의료보험규제 뇌졸중 피해환자 없어야

구자성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기자  2014.07.02 14: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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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 달 전 72세 박모 할아버지가 휠체어를 타고 외래진료실에 들어오셨다. 2년 전 심방세동에 의한 뇌졸중을 앓아 왼쪽 반신마비가 있었지만 이후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아 많이 회복돼 혼자 걸어서 외래진료를 받아오시던 환자였다.

혹시 뇌졸중이 재발한 것은 아닌지 걱정했으나 조사결과 다행히 뇌졸중 재발은 아니었고 왼쪽 무릎 아래 장딴지 근육에 출혈이 발생해 무릎관절을 움직이지 못하고 아파서 걷지 못하는 상태로 확인됐다.

출혈원인은 뇌졸중 예방을 위해 복용하던 와파린 부작용으로 그 효과가 지나치게 과다했기 때문이었다.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뇌졸중 예방을 위해 복용하고 있던 와파린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당분간 재활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됐을 뿐 아니라 걷기 힘든 환자를 돌보기 위해 딸이 24시간 옆에서 같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심방세동은 전체 뇌졸중 원인의 20%를 차지하는 중요한 심장 부정맥이다.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와파린이라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와파린은 피를 묽게 하는 항응고약물로 1948년 미국에서 개발돼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생명을 구하기도 했던 약이다.

하지만 와파린은 아주 까다롭고 어려운 약이다. 무엇보다도 약 효과가 들쑥날쑥해 일정한 효과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고, 또 비타민K가 많은 음식(콩·파란채소)을 피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박모 할아버지 경우처럼 출혈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특히 뇌출혈 같은 심각한 부작용도 발생할 수도 있어 '잘못 쓰면 독약, 잘 쓰면 명약'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약이다.

다행히 2013년 1월부터 와파린보다 효과가 뛰어나고 안전할 뿐 아니라 복용하기도 훨씬 편한 신약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미국과 유럽 여러나라에서는 와파린 대신 이 신약들을 우선 처방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정반대다. 그 이유는 정부의 잘못된 과도한 규제 때문이다.

심방세동 환자가 의료보험 적용을 받아 신약을 복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와파린을 일정기간이상 복용해야 한다. 와파린을 복용하면서 그 '효과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신약을 복용할 수 있다.

신약이 더 비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언뜻 그럴듯한 규정인 것 같지만 '효과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의 기준이 너무 까다롭고 엄격하게 돼있어 실제 신약을 복용할 수 있는 환자는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결국 더 좋고 편한 신약을 먹기 위해서는 효과도 낮고 부작용도 더 많은 와파린을 먼저 먹어보는 시험과정을 거쳐 아주 좁은 합격의 문을 통과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신약을 처방한 많은 의사들이 잘못된 처방이라는 급여삭감 통보를 받았고, 이로 인해 더 좋은 신약으로 바꿨다가 다시 와파린으로 바꿔야 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제 의사들은 급여삭감 통보가 두려워 아예 신약 처방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박모 할아버지 경우에도 필자가 수개월 간 와파린을 처방하다가 약 효과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아 신약으로 바꿨으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아 급여삭감 통보를 받게 돼 어쩔 수 없이 다시 와파린으로 바꿨던 환자다.

최근 대통령이 잘못된 규제는 반드시 바로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잘못된 규제는 경제나 사회 분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의료분야에도 이런 잘못된 규제가 적지 않게 있고 이로 인한 피해는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대한신경과학회, 대한뇌졸중학회 등과 같은 전문학회에서 잘못된 규정을 고쳐달라고 수차례 건의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뇌졸중은 우리나라에서 사망원인 1·2위를 다투는 중병일 뿐 아니라 심각한 후유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 또한 매우 큰 병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무엇이 정말 국민건강과 나라를 위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고, 국민들에 제대로 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루 빨리 잘못된 규정을 바로 잡아주기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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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내용은 개인적인 전문적 의견이며, 이 내용과 다른의견을 가진 전문가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구자성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경과·뇌졸중센터 교수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신경과학 박사 / 전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전공의 / 현 대한뇌졸중학회 보험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