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꼬박 15년 전 우리는 꽃봉오리조차 피우지 못한 어리디 어린 열아홉 명의 목숨을 잃었다. 올해로 추모 15주기를 맞이한 '씨랜드 화재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1999년 6월30일 새벽 경기도 화성군 청소년수련시설 '씨랜드'에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원인은 '모기향'이었다. 모기향 불씨가 주변시설로 옮겨 붙으면서 불이 난 것이다.
그러나 수사결과 그들을 짓밟은 건 다름 아닌 우리 어른들이었다. 당시 씨랜드에는 제대로 된 안전설비가 단 하나도 없었다. 누전차단기와 비상벨은 이미 고장 난 상태였고, 소화기는 14개 중 고작 9개만 작동됐다. 소화전 또한 제구실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이처럼 허점투성이인 수련원을 어느 관공서 하나 지적하는 곳이 없었다는 점이다. 하물며 사고발생 2개월 전 화성군청과 오산소방서가 합동안전점검을 펼치기도 했지만 결과는 '이상 없음'이었다. 소화기·소화전 숫자만 파악한 채 미처 작동여부는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어린 유치원생을 포함한 스물세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최근 일어난 세월호 참사도 씨랜드 사건 때와 비슷하다. 10분 만에 안전검사를 끝낸 기관이나 과적을 용인한 사람들, 화물을 제대로 묶지 않은 직원, 배를 버리고 떠난 선장, 위도를 묻는 관제센터직원, 침몰 전 선내 진입조차 시도하지 않은 해양경찰관 등 제대로 된 어른은 어디에도 없었다.
흔히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우리는 모든 걸 너무 빨리 지워버린다. 무슨 일이 생기면 "다신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곧 언제 그랬느냐는 식이다.
뼈아픈 일이 재발되지 않으려면 기억을 쉽게 지우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크 투어리즘'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른바 다크 투어리즘이란 참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것을 말한다.
일례로 2001년 9·11 테러를 당한 미국은 당시 무너졌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빌딩 자리에 박물관을 지어 세계인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미국은 매년 9월11일이면 테러를 당한 그 시간부터 두 번째 건물이 무너진 시간까지 102분 동안 그림자가지지 않도록 특수 설계했다고 한다.
어두운 역사나 참사 현장을 관광지로 만드는 이유는 비슷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후대에 알리려는 목적이 크다.
원자폭탄이 떨어진 일본의 '히로시마'나 캄보디아 '킬링필드'도 여기에 속한다. 독일에는 비극적 과거사를 기억하기 위한 박물관, 기념관이 100여 곳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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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나라도 다크 투어리즘을 테마로 한 장소가 여럿 있다. 일제 잔학상을 재현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나 수만 양민이 희생된 '제주4·3평화공원', 북한·중공군 포로를 가뒀던 '거제포로수용소',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추모하는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등이 바로 그곳이다.
미래에 대한 최고의 예언자는 과거라고 했다. 망각의 늪 속에 빠지면 과거가 없고, 과거가 없으면 반성이 없고, 반성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